‘멀고도 험한’ 벤투호의 방북, 평양 원정비용은 어떻게?

입력 2019-10-16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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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대한민국 축구국가대표팀은 14일부터 16일까지 북한 원정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다.

파울루 벤투 감독(포르투갈)이 이끄는 태극전사들은 15일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펼쳐진 북한과의 2022카타르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원정 3차전을 위해 2박 3일의 초단기 원정을 떠났다.

1990남북통일축구대회 이후 29년 만에 이뤄진 남자축구대표팀의 평양 방문은 결코 쉽지 않았다. 육로로 2시간 남짓한 거리를 돌고 돌았다. 북한이 전세기도 거부해 중국 베이징을 거쳤다.

지구상에서 가장 폐쇄적인 지역으로 대표팀을 파견한 대한축구협회는 오래전부터 선수단이 ‘해야 할 것’과 ‘해도 되는 것’ 또한 ‘하지 말아야 할 것’에 대한 다양한 내용을 숙지하며 원정 준비를 진행했다.

가장 큰 걱정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와 관련 사안이었다. 미국산 노트북과 태블릿PC, 휴대폰을 소지할 수 없음은 물론, 경기를 마치고 흔히 이뤄지는 세리머니인 유니폼 교환도 불가하다는 이야기를 접했다. 우리 대표팀 공식 후원사는 미국 스포츠 용품 업체 나이키다. 심지어 대표팀에게 ‘단 하나의 물품도 (경기장, 숙소에) 남겨놓지 말라’는 지침이 내려졌다.

그런데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었다. 원정 비용이다. 서울-베이징-평양 노선은 중국 에어차이나 항공을 이용해 문제없지만 숙박비가 걱정이었다. 아시아축구연맹(AFC)은 초청료가 없는 월드컵 예선 등의 국제대회는 원정 선수단이 항공·숙박을 자체 해결하도록 했다.

선수단은 평양 최대 번화가 창광거리의 고급숙소인 고려호텔에 투숙했는데 북한은 2인 1실 기준, 1박당 180달러(약 21만 원)를 제시했다. 코칭스태프와 협회 임원, 선수 일부가 혼자 방을 썼다는 점을 감안하지 않아도 숙박비(2박)만 1만 달러(약 1200만 원) 이상이 필요하다. 당연히 협회는 비용 지불 가능 여부를 정부에 질의했고, “정상적인 서비스를 받은 것에 대한 대가를 지불한 것은 제재 위반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회신을 받았다. 실제로 외국인들이 북한을 관광하며 숙식을 해결하는 것은 제재 대상이 아니다.

그런데 문제는 또 있다. 북한에선 외국 금융기관이 발급한 신용카드를 사용할 수 없다. 손 쉬운 거래방식인 은행 송금마저 불가해 현장에서 현금결재가 필요하다. 이에 협회는 선수단에 달러화를 챙겨 보냈다는 후문이다. 꽤 오래 전에도 대표팀은 전 세계가 제재에 나선 이란을 방문했을 당시 신용카드 제한으로 애를 먹었다.

협회 관계자는 “불가피한 상황이다. 일단 북한 내에서 숙박 이외 현금 지출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여러모로 제약과 어려움이 많은 힘겨운 원정”이라고 귀띔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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