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남북전] “거친 몸싸움, 심한 욕설, 싸늘한 반응…전쟁 같던 2박3일”

입력 2019-10-17 1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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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AFC 홈페이지 캡처

그들은 왜 취재진과 응원단을 불허했을까. 도대체 왜 생중계를 거부했을까. 갑자기 왜 무관중을 선택했을까. 북한의 속내를 두고 궁금증은 꼬리에 꼬리를 문다. ‘세상에서 가장 이상한 더비’로 국제적인 망신을 당한 2022카타르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H조 3차전 남북전(15일·평양)을 두고 하는 말이다.

원정을 떠났던 축구대표팀이 17일 오전 귀국하면서 그 궁금증은 어느 정도 풀렸다. 대표팀 주장 손흥민과 감독 파울루 벤투, 그리고 선수단장 최영일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이 2박3일간의 평양 체험담을 들려줬다.

이들은 북한의 거친 플레이를 강하게 지적했다. 북한은 이런 거친 모습을 대외적으로 보여주기 싫었는지도 모른다. 손흥민은 “축구를 하다 보면 몸싸움은 당연히 허용된다. 하지만 누가 봐도 거칠게 들어오는 상황이 되게 많았다. 그쪽 선수들이 너무 예민하게 반응했다”고 전했다. 이어 “다치지 않고 돌아온 것만으로도 큰 수확”이라고 덧붙였다. 도를 넘은 행동은 또 있었다. 손흥민은 “심한 욕설도 많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구체적인 말을 묻자 “별로 기억하고 싶지는 않다”며 웃었다.

최 부회장은 “전쟁 같은 경기”라며 혀를 찼다. 그는 “북한선수들은 팔꿈치, 손 등을 사용하더라. 공중으로 공이 뜨면 무릎으로 치고 들어왔다”면서 “전쟁을 치르는 듯했다. 지금까지 축구를 보면서 그렇게 함성을 질러대는 것은 처음 봤다. 안 지겠다는 눈빛이 살아 있더라”며 당시 경기장을 떠올렸다.

벤투 감독도 불만이 가득했다. 그는 “상대가 워낙 거칠었다. 거친 플레이가 나올 때마다 주심이 상황을 조정하고, 선수들에게 주의를 주는 것이 자주 반복됐다. 흐름이 평소처럼 이어지지 않았다”며 아쉬워했다.

당초 북한 측은 4만 관중이 들어찰 거라고 말했던 것과 달리 그날 관중석은 텅 비었다. 이에 최 부회장은 “경기 시작 한 시간 반 전에 경기장에 갔는데, ‘저 문이 열리면 관중들이 5만 명이 쏟아져 들어오겠지’라는 기대감이 있었다. 그런데 끝까지 안 열리더라. 선수들도 많이 놀랐다”고 회상했다. 벤투 감독은 “특별한 것은 없다. 축구란 스포츠는 관중이 많이 들어와야 재밌는데 그런 부분은 우리가 어떻게 할 수가 없다”고 전했고, 손흥민도 “당황하지 않았다. 오히려 북한이 우리를 강한 팀으로 여기고 있구나 싶었다. 경기에 더 집중하려 했다”고 말했다.

경기장 밖 선수들은 철저하게 통제받은 가운데 북측은 시종 싸늘한 반응을 보였다. 최 부회장은 “북한 인사들은 말을 건네도 못 들은 척 넘기기 일쑤였고, 어쩌다 대답을 해도 형식적인 말만 내뱉었다. ‘이렇게 해야 한다, 저렇게 해야 한다’ 정도로만 끝냈다. 말을 걸어도 눈을 마주치지 않고, 물어봐도 대답을 안 한다. ‘왜 무관중 경기가 됐느냐’고 물었더니 ‘오기 싫어서 그러지 않았겠느냐’고 넘어 가더라”고 했다.

이날 0-0 무승부에 대해 손흥민은 “한국에서 경기할 때는 좋은 경기력으로 보답해야 한다는 생각이다”며 내년 6월 4일 홈경기 승리를 다짐했다.

최현길 기자 choihg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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