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리그 레이더] 봉인가 천사인가…V리그 외국인선수 시장의 민낯 ②

입력 2019-10-22 09:3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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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박기원 감독. 스포츠동아DB

언제나 갑이었던 외국인선수와 을의 위치인 구단

현재 외국인선수 규정에 불만이 많은 구단들은 선수의 계약을 해지하는 날부터 시작해서 30일치만 주자고 한다. 연봉체계도 바꾸길 원한다. 보장액수는 줄이고 출전에 따라 성과급을 주는 시스템이다. 대한항공 박기원 감독은 이런 상황에서 참고할 만한 해외리그의 경험을 들려줬다. “이탈리아리그에서는 훈련태도가 나쁜 선수는 감독이 연봉을 지급하지 말라고 구단에 요청하는 규정이 있다. 이렇게 되면 선수들이 군말 없이 잘 따른다”고 했다.

지금 V리그는 한 명인 외국인선수의 활약에 팀의 모든 것을 건다. 그러다 보니 이들은 언제나 갑의 위치다. 이들의 단체 대화방에는 “비시즌 힘든 훈련만 참고 견디면 시즌 때 우리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글도 올라온다. 어느 에이전트가 귀띔해줬다. 시즌에 들어가면 교체가 어렵다는 사실을 이들도 잘 안다. 그래서 “2명을 뽑아서 1명만 출전시키자”는 구단도 있다.

이 경우 현대캐피탈처럼 부상이 생겨도 팀이 받는 충격은 줄어든다. 구단들이 외국인선수의 인성을 외치는 이유도 한 명에게 팀이 휘둘리는 상황을 막고 싶어서다. “실력미달의 선수 여러 명 바꿔서 헛돈을 쓸 바에는 차라리 제대로 된 1명을 데려오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주장도 있다. 이밖에 트라이아웃을 없애고 자유계약으로 복귀하거나 선수는 구단이 선발하고 계약은 KOVO가 대신해서 뒷돈을 막는 방안, 외국인선수 제도의 폐지, 아시아쿼터 도입으로 문제점을 해결하는 것 등 다양한 주장이 터져 나오고 있다.

그만큼 지금의 상황이 불만스럽다. 그것을 깊게 파고들어 보면 현재 외국인선수의 기량과 태도에 원인이 있다. 냉정하게 말해서 갈수록 기량이 떨어진다. 이번 여자부는 토론토에서부터 많은 교체가 뒤따를 것이라는 말들이 나돌았다. 그만큼 구단이 원하는 선수가 모자랐다. 그래서 갈수록 재계약 선수, V리그 경험자가 우대받는다.

조셉 노먼. 사진제공|삼성화재


● 어떤 방식을 택해도 여전히 V리그가 봉이 되는 이유는

구단들은 돈을 줄이려고 트라이아웃을 택했지만 여전히 국제시장의 공정가격과 비교하면 바가지를 쓰고 있다. KOVO가 하한선을 정해 놓고 참가자를 받다 보니 다른 리그에서 그 이하를 받던 선수들도 몸값이 튄다. 삼성화재의 조셉 노먼이 대표적이다. 그는 지난 시즌 받았던 연봉을 삼성화재에서는 한 달에 받았다. 삼성화재와 계약이 해지되자마자 V리그의 경력 덕분에 벨기에리그의 팀과 계약을 맺었다. 이전보다는 2~3계단 신분이 급상승했다.

현재 V리그에서 뛰는 많은 남자선수들이 다른 리그에서 10만 달러 이하를 받았다. 여자선수들은 그보다 훨씬 더 적은 액수다. 일반 직장인보다 못한 대우도 있다. 이들은 V리그 소속이 되는 것만으로도 연봉이 3~4배는 튀었다. 지금 V리그는 국제 배구시장에서 여러 면에서 인정받는다. 비예나가 대한항공에 입단하자 스페인 배구협회는 홈페이지의 메인뉴스로 알렸다. 그 정도로 국제 배구시장에서 무시할 수 없는 존재다.

V리그는 경기운영이 세련됐고 팬의 열기가 높은 데다 선수를 위한 시설도 최고다. 게다가 체불 없이 돈도 후하게 주는 선수들에게는 꿈의 리그다. 몇몇 선수들은 팀 훈련에 처음 합류할 때 구단이 보내준 비즈니스클래스 항공권에 감격했다. 태어나서 처음 타본다는 선수도 많았다. 세금대납과 집, 자동차, 가족을 위한 항공티켓 등 누리는 혜택은 빅 리그의 스타선수 이상이다. (3편에서 계속)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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