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우승’ 장정석 낙마, 키움의 선택은 손혁 “나아가겠다”

입력 2019-11-04 17: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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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 감독 손혁. 사진제공|키움히어로즈

키움 히어로즈가 한국시리즈(KS) 준우승을 이끈 장정석 전 감독(46)과 결별했다. 모두의 예상을 깬 결과다. 새로운 선택은 전 SK 와이번스 손혁 투수 코치(46)다.

키움은 4일 “손혁 감독을 신임 감독으로 선임했다”고 공식발표했다. 그야말로 파격적인 선택이다. 장 전 감독은 올해를 끝으로 계약기간이 끝났지만, 지난 3년간 뚜렷한 성과를 냈다. 2017년에는 7위에 머문 뒤 지난해 4위로 가을야구에 진출했고 올해는 팀을 5년 만에 KS로 이끌었다. 또 선수단을 탄탄하게 만든 공로가 커 재계약이 유력했다.

● ‘준우승’ 감독을 왜?

그러나 키움의 최종 선택은 장 감독과 결별, 신인 감독 선임이었다. 장 전 감독은 왜 재계약에 성공하지 못했을까. 시즌 이후 일련의 과정을 보면 의구심이 드는 장면이 복선처럼 이어졌다. KS 무대에 함께 올랐던 두산 베어스 김태형 감독은 우승을 확정 지은 후 곧바로 재계약에 성공했다. 그러나 혁신적인 시도로 새 바람을 일으키며 팬들의 열광적인 지지까지 받은 장 전 감독의 재계약 소식은 차일피일 미뤄지기만 했다.

키움은 최근 내부적으로 이장석 전 대표의 ‘옥중경영’ 문제 등 경영주도권을 놓고 내홍이 컸다. 이 전 대표의 구단경영 관여 문제가 불거지면서 ‘내부 알력싸움이 심화되는 것 아니냐’는 의혹들이 계속 제기됐다. 결국 이 과정에서 박준상 전 대표가 물러났고, 하송 신임대표 체제가 시작됐다.

하 대표는 대외적으로 10월 29일 취임했다. 새 감독 선임 발표까지 일주일도 걸리지 않았다. 이미 경영권을 장악한 시점부터 장 전 감독과 결별을 준비했다고 해석된다. 대외적으로 외국인감독을 포함한 4, 5명의 후보군을 직접 인터뷰해 최종 손 감독을 뽑았다고 발표했지만 물리적 시간이 매우 짧다. 장 전 감독은 4일 오전에야 재계약 불가 소식을 통보받았다.

경영 주도권을 잡은 하 대표는 이 전 대표가 감독으로 선임한 장 전 감독과 결별하고 새 감독을 영입하는 상징적인 결단을 내렸다고 해석할 수 있다.

● 왜 손혁인가? “변화가 필요한 이유”

키움 핵심 관계자는 “구단으로서는 더 큰 ‘변화’가 필요했다. 손 감독은 우리 구단에 코치로 있었던 사람이라 시스템에 대해 잘 안다”며 감독 선임 배경을 설명했다. 키움은 변화를 원했고, 그를 실천에 옮길 첫 수장으로 손 감독을 선택한 것이다.

손 감독은 2014년부터 2016년까지 히어로즈에서 투수코치를 지냈다. 현재 핵심 전력으로 성장한 조상우, 한현희 등 투수들과 각별한 사제의 연을 맺었다. 이들의 장단점을 누구보다 잘 파악하고 있기에 도약을 위한 인물로는 부족함이 없다.

구단 관계자는 “손 감독은 트레이 힐만, 염경엽 감독과 함께 SK에 있으면서 지도자 능력이 한 단계 더 발전했다. 구단은 그런 점을 높이 봤다. 면접에서도 구단이 나아갈 방향을 상세하게 잘 설명했다”고 말했다.

● 지휘봉 잡은 손혁 “모두에게 ‘즐거움’ 선사하겠다”

손 감독은 “매우 큰 영광이면서 동시에 부담도 된다”며 감독 부임 소감을 밝혔다. 준우승을 차지한 팀의 감독이 바라볼 목표는 우승밖에 없다. 손 감독도 누구보다 이를 잘 알기에 목소리에는 흥분과 떨림도 함께 느껴졌다.

손 감독은 “키움은 좋은 선수들이 있고, 또 그런 선수들을 잘 활용하는 팀이다. 지금보다 더 나아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나는 즐겁게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하는 스타일이다. 선수들과 긍정적인 소통을 많이 하고 싶다. 모두가 야구장에서 집으로 갈 때 하루에 하나씩은 ‘즐거움’을 가지고 돌아갔으면 한다”고 밝혔다.

키움의 강점으로 꼽히는 데이터 야구에 대해서는 “팀 자체가 데이터에 워낙 발전된 팀이다. 나 역시 세이버 매트릭스를 비롯한 데이터 야구에 관심이 많다. 내가 강한 쪽은 더욱 더 깊게 공부하고, 부족한 쪽은 좋은 코치님들과 전력분석의 도움을 받겠다”고 설명했다.

감독 선임 과정에 대해서는 “아무래도 원래 있었던 팀이고, 팀의 시스템을 잘 이해하고 있는 부분에서 ‘플러스 요인’을 받은 것 같다. 선수들도, 또 코치들도 대부분 그대로니 서로 함께 좋은 얘기를 해 방향을 잘 잡겠다”고 답했다. 공석인 수석코치 자리에 대해서는 “생각한 분이 있다. 충분히 얘기를 나눈 후 최대한 빨리 모시려 한다. 얼마 지나지 않아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고척|장은상 기자 awar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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