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브레이크] ‘역대 최다’ 4명의 초보 감독, 사령탑은 갈수록 파리 목숨

입력 2019-11-06 08: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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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프로야구 감독을 ‘대한민국에 열 명뿐인’ 직업이라고 표현한다. 그만큼 명예로운 자리라는 의미다. 2020시즌에는 그 열 명 중 네 명이 초보 감독이다. 역대 가장 많은 1년차 감독이 동시 부임하기 때문에 혼전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프런트 야구’란 미명하에 열매만 쫓는 실무진들의 오판에 감독들은 점차 파리 목숨이 되어간다. 2020년 처음 지휘봉을 잡을 키움 손혁 감독, 롯데 허문회 감독, KIA 맷 윌리엄스 감독, 삼성 허삼영 감독(왼쪽부터). 사진제공|키움·롯데·KIA·삼성

2020년 KBO리그 10개 구단 중 4개 팀의 지휘봉은 ‘초보 감독’이 잡는다. 감독 10명의 평균 연차는 3.2년. 불과 5년 사이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미국 메이저리그(ML) 방식을 표방하는 ‘프런트 야구’가 주류가 되면서 성과를 낸 극소수의 감독을 제외한 대부분 사령탑들이 파리 목숨 신세가 됐다.

● 네 명의 초보 감독, 예측불허 2020시즌

키움 히어로즈는 4일 손혁 전 SK 와이번스 투수코치의 감독 선임을 발표했다. 한국시리즈 진출의 성과를 냈던 장정석 감독과 결별은 파격으로 분류됐다. 이로써 허삼영 삼성 라이온즈 감독, 맷 윌리엄스 KIA 타이거즈 감독, 허문회 롯데 자이언츠 감독을 비롯한 4명이 2020년 KBO리그 지휘봉을 처음 잡게 된다.

대행을 제외하고 정식 감독 기준으로 단일 시즌에 4명의 초보 사령탑이 등장한 건 역대 최초의 ‘사건’이다. 모두가 첫 프로 감독이었던 원년을 제외하면 1년차 감독이 가장 많았던 건 세 명(1984년, 2004년, 2012년, 2017년)이다.

두 명의 허 감독과 손 감독은 커리어 첫 사령탑 취임으로 잠깐의 대행 경력도 없다. 윌리엄스 감독은 ML 워싱턴 내셔널스에서 두 시즌 감독을 맡은 바 있지만 KBO리그는 처음이다. 이들이 어떤 색채를 바탕으로, 어떤 야구를 그릴지 아무도 예측 불가능하다. 혼전이 예상되는 이유다.


● 프런트 야구의 열매에만 취한 프런트

야구장에서 ‘베테랑 감독’은 점점 자취를 감추고 있다. 2020년 최고참 사령탑은 류중일 LG 감독(9년차)이다. 김태형 두산 감독과 염경엽 SK 감독이 6년차로 그 뒤를 잇는데, 다음은 3년차 한용덕 한화 감독이다. 두 번째 시즌을 맞는 이강철 KT 감독, 이동욱 NC 감독을 포함한 10명의 평균 연차는 3.2년이다. 물론 베테랑 감독이 정답은 결코 아니지만 급격한 세대교체의 흐름인 것은 분명하다. 2016년 평균 7.3년차였던 감독들의 경력은 5년 만에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10개 구단 중 2010년대에 초보 감독을 선임하지 않았던 구단은 한 팀도 없다. 최소 한 번씩은 1년차 감독에게 현장 지휘봉을 맡겼다. 프런트 야구가 득세하면서 나온 결과다. 하지만 문제는 책임이다. 감독 첫 해에는 시행착오는 필연적이다. 이에 대한 화살은 오롯이 감독이 맞는 구조다. 자신들이 전면에 나서겠다며 입김이 약한 감독을 선임한 프런트들은 책임 공방이 불거지면 한 발 뒤로 물러선다.

심지어 한국시리즈 준우승의 성과를 낸 감독도 구단 내 헤게모니 싸움의 희생양이 된다. 그 과정에서 납득할 만한 설명은 없다. 작금의 구단 운영 주체들은 ‘프런트 야구’의 열매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현장이 언제까지고 ‘화살받이’가 되어야 하는가.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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