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현길의 스포츠에세이] “한국축구의 콘텐츠 가치는 얼마입니까?”

입력 2019-11-14 1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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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축구대표팀 손흥민(가운데). 스포츠동아DB

한국축구의 콘텐츠 가치는 얼마일까. 손흥민(토트넘)이 뛰는 국가대표팀 경기의 중계료는 얼마가 적당할까. 이 물음에 대한 논의가 축구계에서 본격적으로 진행 중이다.

통합 마케팅을 펼치고 있는 대한축구협회(KFA)와 한국프로축구연맹(K리그)은 지난 11일 국가대표팀 경기 및 프로축구 K리그(올스타전 제외) 경기의 중계권 사업자 선정을 위한 입찰 공고를 냈다. TV 및 뉴미디어 등 포괄적인 권리를 포함한 모든 중계권으로, 재판매도 가능하다. 기간은 2023년까지 최소 4년이다. 입찰 조건이 주목을 받았는데, 250억 원(부가세 별도)이 최소 연간 입찰금이다.

그렇다면 이 250억원은 합당한 금액일까. 아니면 많은가, 또는 적은가. 이처럼 관심은 돈으로 쏠리고 있다.

올해 KFA의 중계권 수입은 120억 원(지상파 및 뉴미디어 수입 포함)이고, K리그는 60억 원이다. 합치면 180억 원 정도인데, 이번 최소 입찰금은 이보다 70억 원 더 많다. 이 차이에 대한 해석이 다양하다. KFA는 이번 입찰을 통해 한국축구의 가치를 재평가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다는 입장이다.

최근 만난 KFA와 K리그 관계자들의 입장은 확고했다. 이들은 축구 브랜드 가치의 상승과 더불어 환경 변화를 주목하고 있다.

축구의 인기가 올라간 건 확실이다. 지난해 러시아월드컵 이후 국가대표팀 경기에 구름 관중이 몰려들고 있다. K리그 또한 바닥을 친 뒤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K리그는 올해 사상 처음으로 유료관중 200만 명을 돌파하는 등 최고의 흥행 시즌을 보내고 있다. 인기가 높아지면 콘텐츠의 가치가 올라가는 건 당연해 보인다.

방송 시장도 많이 변했다. 예전처럼 지상파만을 바라볼 수 없는 환경이다. 축구 콘텐츠를 소화하는 뉴 미디어의 파급력이 엄청나게 커졌다. 이를 배경으로 지상파와 케이블, 뉴미디어를 분리하던 판매 방식에서 통합(All Rights) 선정사에 모든 매체에 대한 재판매 권리를 주면서 중계권료를 올릴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한 것이다.

사실 이웃나라 중계권료는 근래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중국 슈퍼리그의 경우 CSM(China Sports Media)과 2016시즌부터 5년간 계약하면서 연간 2600억원을 벌어들인다. 일본 J리그도 DAZN과 2017년부터 연간 2200억원에 10년간 계약했다. 공중파 3사(KBS, MBC, SBS)와 연간 60억원에 계약한 K리그는 비교조차 부끄러운 수준이다. 물론 중국이나 일본의 축구 열기가 K리그보다 높은 건 사실이다. 하지만 이런 금액의 격차를 인정할 만큼은 아니다.

아울러 국내 시장의 경쟁 종목인 프로야구(KBO리그)의 연간 평균 중계권료 580억 원(TV 중계권료 360억+뉴미디어 중계권료 220억)과 비교해도 초라하다. 프로야구의 뉴미디어 중계권은 올해 계약했고(2+3년), TV 중계는 올해 계약이 만료돼 우선 협상이 진행 중이다.

물론 국내 여건을 무시할 수는 없다. 지상파의 경우 손흥민이 나오는 A매치 중계를 하면서도 적자를 면치 못한 것으로 알려진다. 아울러 최근 방송사의 경영 악화 때문에 더 많은 투자가 쉽지 않다. 이번 입찰에 응모할 수 있을지 조차 미지수다.

응모 자격을 보면 현재의 분위기를 읽을 수 있다. 방송사는 물론이고 포탈, 통신사, OTT 서비스, 에이전시 이외에 사업목적 달성이 가능한 업체 모두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해외 사업자도 가능하다. 다만 컨소시엄 구성을 통한 입찰은 허용하지 않는다.

원래 KFA의 중계권 계약은 2002년 월드컵 4강 진출 이후 지상파 3사와 다년 계약을 해왔다. 계약 기간동안 경기별 계약을 맺었고, 금액은 상대팀에 따라 2억~9억 원 선이었다. 2009년엔 SBS가 경기당 10억원에 단독 계약을 맺기도 했다. 2010년부터 3년 단위로 계약을 맺다가 2016년 K리그와 통합 패키지를 진행하면서 4년 계약을 맺어 올해가 마지막 해다. 지난 10년간 중계권료의 변화가 거의 없었고, 상당히 저평가됐다는 게 KFA의 시각이다.

이번 입찰에서 또 하나 눈에 띄는 점은 외부 기관에 입찰 주관(삼정회계법인)을 맡겼다는 점이다. 공정한 진행과 관리를 위한 선택이자 객관적인 가격 산정을 위한 결정으로 보인다.

이종성 한양대 교수(스포츠산업학과)는 “중계권료 250억 원이 국내 시장가격에 부합한다고 볼 수는 없지만 J리그의 경우도 다소 높은 가격에 계약을 했다”면서 “KFA 입장에서는 콘텐츠를 사는 방송사나 에이전트를 기존처럼 고객으로 생각하는 게 아니라 같이 투자하고 축구를 발전시킬 파트너를 찾고 있는 것 같다”며 이번 공개입찰의 의미를 부여했다.

콘텐츠 소비 환경의 변화와 축구 브랜드 가치의 상승에 따라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보겠다는 KFA의 의지가 시장에서도 통할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최현길 전문기자·체육학 박사 choihg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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