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상 혹은 부진’ 외인 실종 사태가 만든 이색 순위표

입력 2019-11-14 18: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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득점 1위 삼성화재 박철우-서브 1위 OK저축은행 조재성-공격성공률 1위 대한항공 정지석(왼쪽부터). 사진제공|스포츠동아DB·KOVO

올 시즌 남자프로배구는 국내 선수들의 활약이 단연 돋보인다. 각 팀의 주포 역할을 맡아 줘야할 외국인 선수들이 시즌 출발부터 아프거나 부진해 제 몫을 해주지 못하는 까닭이다.

팀 사정에 따라 많게는 50% 이상의 공격 점유율을 책임지는 외국인 선수들은 득점 및 서브 부문에서 상위권에 대거 포진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지난 5시즌만 돌아봐도 득점 상위 5걸에는 국내 선수가 발 디딜 틈이 없었다. 1~5위가 모조리 외국인 선수들의 자리였다. 국내 선수들이 좀 더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는 서브 부문에서도 1위의 영예는 언제나 용병이 가져갔다.

하지만 올 시즌에는 사정이 달라졌다. 부상, 부진으로 신음하는 외국인 선수가 속출하면서 국내 선수들의 경기력으로 승부가 결정되는 경우가 크게 늘었다. 외국인 선수가 정상 출격하는 팀이 7개 구단 중 대한항공(비예나), 우리카드(펠리페), 한국전력(가빈) 정도다. 현대캐피탈은 외인 교체 과정에 있고, 종아리를 다친 OK저축은행 레오는 코트 복귀를 준비 중이다. 정상 컨디션이 아닌 삼성화재 산탄젤로는 대체로 웜 업 존을 지키고, KB손해보험 브람도 경기력이 들쑥날쑥하다.

어쩔 수 없이 국내 선수들의 비중이 대폭 늘어나면서 순위 표에도 큰 변화가 생겼다. 삼성화재에서 고군분투하는 베테랑 박철우가 14일까지 득점 1위(216점)에 올라있고 서브 부문에선 레오의 부상 공백 메우는 OK저축은행 조재성이 1위(경기당 평균 0.655개)를 차지하고 있다. 서브 2위는 8일 현대캐피탈을 상대로 국내 선수 한 경기 최다 서브 성공 10개를 기록한 한국전력 김인혁(경기당 평균 0.625)이다. 이 외에도 공격성공률 1위에 정지석(대한항공·59.48%), 오픈 공격 1·2위에 박철우, 정지석 등이 자리해 있다.

득점과 서브 부문에서 국내 선수가 1위를 차지한 시즌은 V리그가 출범한 2005년과 2005~2006시즌뿐이다. 당시 이경수(현 목포대 감독)가 두 시즌 연속 득점, 서브 동반 1위의 영광을 쓸어 담았다. 외인 수난 시대 속 색다르게 작성된 순위 표는 V리그 팬들의 또 다른 재미가 되고 있다.

서다영 기자 seody306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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