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국제마라톤, 플래티넘 라벨 대회로… 세계 최고의 명품을 향하다

입력 2019-11-21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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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DB

서울국제마라톤 겸 동아마라톤이 세계 최고의 명품 마라톤 대회로 우뚝 섰다.

서울국제마라톤 사무국(조직위원회)은 20일 “세계육상연맹(World Athletics·구 IAAF)에서 14일(한국시간) ‘서울국제마라톤에 (최고 등급의) 플래티넘 라벨을 부여한다’는 소식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이로써 서울국제마라톤은 세계 최고 마라톤대회로 꼽히는 월드 마라톤 메이저스 6개 대회(보스턴·뉴욕·시카코·런던·베를린·도쿄)와 함께 전 세계에서 남녀 풀코스(42.195㎞) 마라톤 플래티넘 라벨을 획득한 최고 수준의 대회로 공인 받았다.

●전통과 수준이 가져온 쾌거

1931년 출발해 올해 3월 제90회 대회를 성공리에 마친 서울국제마라톤은 2010년부터 10년 동안 국내 유일의 골드 라벨 대회로 명성을 떨쳤다. WA는 2008년부터 각국 육상연맹이 주최하는 주요 로드 레이스에 3개 등급(골드·실버·브론즈)을 부여해왔는데, 마라톤은 ▲출전선수 ▲주요 기록 ▲코스 상태 ▲참가규모 등 다양한 기준에 따라 등급을 구분했다.

국내 대회 중 WA의 공인 라벨을 받은 것은 서울국제마라톤과 대구국제마라톤(실버), 군산마라톤(브론즈) 등 3개뿐이라 ‘플래티넘 승격’의 가치와 의미는 더한다. 특히 내년 창간 100주년을 맞이하는 동아일보에게도 큰 선물이다.

서울국제마라톤은 골드 라벨에 만족하지 않았다. 2018년 기준 골드 라벨 대회가 56개로 늘었고, 올해 64개까지 증가해 권위가 떨어졌다는 분위기가 조성되자 WA는 지난해 10월 2020년 대회부터 플래티넘 라벨을 신설하기로 했다.

동아일보DB

등급 상향조정이 쉬운 작업은 아니었다. 기존 3개 등급은 WA가 제시하는 조건을 충족하면 되지만 플래티넘 라벨은 월드 마라톤 메이저스가 주축을 이룬 WA 로드 러닝 위원회(Road Running Commission)의 별도 심사를 거쳐야 한다. WA는 6개 메이저스 대회를 포함해야 플래티넘 라벨의 권위가 선다는 이유로 훨씬 엄격한 잣대를 들이댔고, 이 과정에서 서울국제마라톤만 유일하게 생존했다.

1931년 고려육상경기회가 주최하고, 동아일보·조선체육회가 공동 후원한 ‘제1회 마라손 경주회’로 걸음을 뗀 서울국제마라톤의 전통과 역사도 큰 힘이 됐다. 보스턴 대회(1897년)를 제외하면 서울국제마라톤이 가장 오래됐다. 뉴욕(1970년), 베를린(1974년), 시카고(1977년), 런던(1981년), 도쿄(2007년) 대회는 역사가 훨씬 짧다.

WA는 올 5월 10일 마라톤의 발상지인 아테네, 유서 깊은 보스턴 대회와 함께 서울국제마라톤을 ‘세계육상 문화유산(World Athletics Heritage Plaque)’으로 지정할 정도로 전통을 중시한다. WA의 심사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고 볼 수 있다.

●최고 등급을 계속 유지하려면

플래티넘 라벨은 획득 못지않게 유지도 어렵다. 코스 내 차량이 완벽히 통제돼야 하는 건 기본이다. 외국인 참가자(5% 이상)를 포함해 1만5000명 이상의 완주자를 배출하고 최고 등급(플래티넘·세계랭킹 30위 이내) 남녀 엘리트 각 3명, 골드 등급(세계랭킹 150위 이내) 각 4명씩 초청해야 한다. 기존 도핑 테스트(12명) 이외에 대회 전 혈액검사도 추가된 것이 특징이다. 연회비도 6만6667달러(약 7800만 원)에 달한다.

그럼에도 매력이 차고 넘친다. 유럽과 미국의 주요 도시들은 지구촌 마스터스 건각들이 몰려오는 마라톤 대회를 육성하기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하루 반나절이 채 되지 않는 짧은 이벤트이지만 무수히 많은 해외 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는 최고의 도시 마케팅이기 때문이다.
뉴욕마라톤의 경우, 매년 4억1500만 달러(약 4850억 원)의 경제효과가 발생한다는 분석이 있다. 뉴욕 대회를 벤치마킹해 2007년 출범한 도쿄 마라톤은 첫 대회부터 10억엔(약 107억 원)을 투입하는 등 각별한 관심을 기울여왔다. 이러한 투자와 노력을 눈여겨본 WA는 도쿄 대회를 2013년 월드 마라톤 메이저스에 포함시켰다.

플래티넘 라벨을 획득한 서울국제마라톤을 대한민국과 서울을 대표한 명품 관광 상품으로 성장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차 높아지고 있는 이유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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