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운맛, 쓴맛 모두 본 전인지입니다”

입력 2019-12-04 05:3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전인지가 1일 경기도 성남시의 한 연습장에서 진행된 스포츠동아와 인터뷰에서 올 시즌을 되돌아보고 있다. 성남 | 고봉준 기자 shutout@donga.com

-올해 극심한 부진 겪은 ‘덤보’ 전인지
-2016년 미국 진출 후 첫 쓴맛
-살아나는 의욕 앞세워 ‘시즌 2’ 준비

“바닥으로 내려오니 정상을 쳐다볼 겨를도 없더라고요.”

올해 달력이 마지막 장으로 넘어가던 1일 경기도 성남시의 한 연습장에서 만난 전인지(25·KB금융그룹)가 다소 원망스러웠던 2019년을 돌이켜보며 내뱉은 말이다. 2015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5승을 휩쓴 뒤 이듬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로 건너가 신인왕까지 차지하면서 활짝 꽃을 핀 전인지는 올해 생전 처음 ‘밑바닥’을 경험했다.

본인의 설명처럼 “무엇 하나 내세울 것 없는” 시즌이었다. 출전한 23개 대회에서 5번이나 컷 탈락했고, 우승권으로 분류되는 톱10 진입은 단 2번뿐이었다. 늘 상위권을 차지하던 상금(62위)과 올해의 선수(66위) 부문에서도 사정권 바깥으로 밀려났다. 2017년 역시 우승은 없었지만, 당시의 경우 준우승을 5차례나 기록할 만큼 기량에는 문제가 없었다.

전인지가 1일 경기도 성남시의 한 연습장에서 진행된 스포츠동아와 인터뷰에서 미소를 짓고 있다. 성남 | 고봉준 기자 shutout@donga.com

올 한 해 부진했던 이유를 단도직입적으로 묻자 전인지는 지난해 10월 눈물로 기뻐했던 KEB하나은행 챔피언십에서의 우승을 떠올렸다.

“2016년 메이저대회였던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뒤 극심한 ‘준우승 징크스’를 겪었다. 그래서 우승만 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줄 알았다. 그런데 예상이 정확히 빗나갔다. 우승을 했을 때는 감격스러웠지만 이후 기쁨이 금방 사라진 점이 내겐 충격적이었다. 오히려 골프를 향한 의욕까지 사라지고 말았다.”

샷도 마음도 따라주지 않으니 성적이 제대로 나올 리 없었다. 1년 내내 동료들의 우승을 축하만 해준 채 쓸쓸히 경기장을 빠져나와야만 했다. 2015년 US여자오픈과 2016년 에비앙 챔피언십 우승으로 얻은 별명 ‘메이저 퀸’도 이제는 지나간 과거일 뿐이다.

전인지가 최근 취미로 삼고 있다는 사물 페인팅. 자신은 물론 가족과 친구들의 소품 겉면을 화려한 색감으로 칠하면서 잡념을 잊는다고 한다. 사진제공 | 전인지 본인

“정말 매운맛, 쓴맛 모두 본 2019년이었다. 늘 단맛만 보던 나는 올해 울기도 많이 울고, 화도 많이 냈다. 역시 골프는 내가 잘하고 싶다고 해서 되는 운동이 아니더라. 그래도 다행인 사실은 올 시즌 후반부부터 의욕이 다시 올라오고 있다는 점이다. 내년을 앞두고 조금이나마 기대를 해볼 수 있는 지렛대가 생긴 기분이다.”

평소 스트레스를 친구들과의 스크린야구, 스크린골프, 아이스하키 등으로 풀었던 전인지는 요새 ‘사물 페인팅’이라는 새로운 취미로 자투리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인터뷰 도중 자랑스레 보여준 사진에는 화려한 색감으로 칠해진 자신의 신발과 드라이버 커버가 들어있었다. 필드 위에서의 스트레스를 어떻게든 풀어보려는 노력의 흔적이 엿보인 순간이었다.

LPGA 투어 진출 후 가장 큰 좌절을 맛본 전인지는 내년 다시 정상으로 올라갈 채비를 시작한다. 이달 중순 미국 캘리포니아주 팜스프링스로 떠나 새 시즌을 준비한다.

전인지가 최근 취미로 삼고 있다는 사물 페인팅. 자신의 별명이기도 한 덤보 캐릭터를 드라이버 커버 겉면에 그려놓았다. 사진제공 | 전인지 본인

“올해의 경우 대회마다 우승권 바깥으로 밀려나니까 TV 화면에도 잘 나오지 않더라. 가족과 지인들은 물론 팬들에게도 정말 미안한 마음이었다. 이처럼 나를 기다리는 팬들 위해서라도 다시 일어서겠다. 전인지의 ‘시즌 2’를 제대로 펼쳐보겠다.”

성남 | 고봉준 기자 shutout@donga.com




오늘의 핫이슈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