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떠난 김진곤이 바라는 것, 후회 없는 한 타석의 기회

입력 2019-12-06 17: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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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김진곤. 스포츠동아DB

“후회 없이 해보고 싶어요.”

KT 위즈는 4일 “외야수 김진곤을 보류 명단에서 제외했다”고 밝혔다. 당초 2020시즌 구상에 김진곤이 포함돼있었으나 급선회했다. 2020년 KT 외야는 과포화 상태다. 우선 외국인 타자 멜 로하스 주니어와 재계약이 유력하다. 외야 한 자리가 외국인 선수 차지가 된 데다, 강백호의 존재감까지 확실하다. 유한준이 지명타자로 나서더라도 남은 한 자리를 두고 김민혁, 배정대, 송민섭 등 젊은 선수들에게 우선적으로 기회를 줄 방침이다. 30대 초반의 김진곤으로서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압박감에 시달릴 수밖에 없었다. 때문에 김진곤은 시즌 후 거취를 두고 구단과 면담을 가졌다.

구단 내부에서도 의견이 갈렸다. 김진곤은 KT에 머물렀던 5년간 퓨처스리그에서 통산 281경기에 출장해 타율 0.350, OPS(출루율+장타율) 0.893을 기록했다. 2019년에도 타율 0.370으로 콘택트 능력만큼은 인정을 받았다. 강한 손목 힘을 바탕으로 빠른 타구를 생산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외야 세 포지션 모두 건실한 수비력을 지녔다는 점 또한 강점이다. 이런 그의 활용 가치를 알기 때문에 KT에서도 쉽사리 풀어주겠다는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그럼에도 선수의 길을 터줘야 한다는 의견이 강했다. KT 유니폼을 입은 5년간 성실한 태도로 후배들과 호흡했던 김진곤이었기에 더욱 그랬다. 6일 수원 모처에서 만난 김진곤은 “개인적으로 센터를 다니며 열심히 운동 중이다. 몸 상태는 자신 있다”며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어 “구단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쉽지 않은 선택을 내려주신 걸 알고 있기에 죄송한 마음도 크다. 항상 격려를 아끼지 않으셨던 KT 팬들에게도 머리 숙여 인사를 드리고 싶다”며 “마지막으로 후회 없이 내 야구를 해보고 싶다”고 했다. 보류 명단 제외가 결정된 뒤 이강철 감독에게도 직접 연락해 감사와 사과의 뜻을 동시에 전했다.

5년간 퓨처스리그에서는 ‘호령했다’는 표현이 어색하지 않았지만 1군에서는 146경기, 192타석 소화에 그쳤다. 김진곤이 바라는 건 오직 한 번의 기회다. 그는 “콘택트와 수비만큼은 여전히 자신 있다. 소금 같은 역할을 하고 싶다”고 각오했다.

10개 구단 모두 선수단 몸집 줄이기에 여념이 없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역설적으로 외야 세 포지션 모두 소화가 가능한 교타자의 가치는 높다. 누군가에게는 흔한 타석 하나, 경기 하나가 김진곤에게는 강한 동기부여이자 목표다.

수원|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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