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임없이 도전하는 박항서, “과거는 추억으로…내 종착점은 베트남”

입력 2019-12-18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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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2019년 한국축구는 또 다른 이유로 뜨거웠다. 박항서 감독(60)이 이끄는 베트남 축구의 폭발적인 선전 때문이다. 베트남 A대표팀과 23세 이하(U-23) 대표팀 통합 지휘봉을 잡게 된 2017년 말, “1년만 버티자는 생각”으로 임한 베트남 여정이 3년이 흘렀고, 그 사이 2년 계약연장을 했다. 물론 그 배경에는 출전하는 대회마다 결실을 맺는 퍼포먼스가 있다.

축구를 매개로 한 한국과 베트남은 더욱 돈독해졌다. 베트남이 공식 경기를 치를 때마다 관중석에서 태극기가 휘날리고, 국내에서도 박항서호에게 아낌없는 갈채를 보낸다. 진정한 민간 외교관의 역할을 박 감독이 하고 있는 셈이다.

최근 필리핀에서 막을 내린 2019 동남아시안게임(SEA게임)에서 60년 만에 우승을 차지한 베트남 22세 이하(U-22) 대표팀은 14일 박 감독과 이영진 수석코치 등 코칭스태프와 함께 방한했다. 22일까지 경남 통영에서 진행될 동계전지훈련을 위함이다.

박 감독은 당초 이번 캠프를 전면 비공개로 진행하려 했다. 그런데 쇄도하는 인터뷰 요청으로 17일 오픈 트레이닝을 시행했다. 힘찬 인사와 함께 취재진 앞에 선 박 감독은 “날 믿고 따라준 좋은 선수들을 만나 기대 이상의 성취를 얻었다. 또 다른 도전을 준비할 때”라며 활짝 웃었다.

●계속될 위대한 도전

부임 3개월여 만에 나선 2018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이 박 감독의 인생을 바꿨다. 최약체라는 예상을 뒤집고 베트남은 준우승을 차지했고,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4강에 안착했다. A대표팀 역시 10년 만에 ‘동남아시아 월드컵’으로 불리는 아세안축구연맹(AFF) 스즈키컵 정상에 섰고, 1월 아랍에미리트(UAE) 아시안컵 8강에 이어 2022카타르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에서 선두를 달렸다.

호성적의 비결은 스텝바이스텝. 박 감독은 먼 목표를 바라보지 않는다. 바로 앞의 고지를 향해 묵묵히 달린다. “‘1년만 버티자’가 ‘계약기간만 채우자’로 바뀌었다. 2018년을 마치며 ‘2019년은 또 어쩌지’ 싶었는데 나름 결실을 얻었다.”

기쁨도 오래 가져가지 않는다. “과거는 추억이 되고 과제만 남는다. 도전이 걱정되나 그게 감독의 삶”이라는 게 그의 이야기다. 베트남의 다음 걸음은 2020도쿄올림픽 티켓이 걸린 내년 1월 태국에서 개최될 2020 AFC U-23 챔피언십이다.

베트남은 사상 첫 올림픽 티켓을 바라나 박 감독은 조별리그 통과를 우선 목표로 정했다. 예선 순위가 1·2위로 엇갈리면 김학범 감독의 한국과 8강에서 조우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한국이 조 1위를 할 테니, 우리도 1위를 노려야 한다”는 말로 피한 그는 “예선 통과부터 해야 한다. 철저히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손흥민 & 경남FC

박 감독은 손흥민(27·토트넘 홋스퍼)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최근 번리와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홈경기에서 약 70m를 질주하며 상대 수비 9명을 따돌리고 득점한 장면을 그 역시 지켜봤다.

박 감독은 “저렇게 득점할 수 있구나 싶었다. 베트남에 손흥민을 모르는 이가 없다. 최근 행사에서 누군가 손흥민과 반 하오 도안과 비교하길래 ‘그럴 수 없다’고 해줬다. 정말 자랑스럽다. 우리가 아끼고 지켜야 할 보물”이라며 활짝 웃었다.

여유롭던 그의 표정이 어두워진 순간도 있었다. 자신이 초대 사령탑을 맡은 고향 팀 경남FC의 K리그2 강등. 박 감독은 “항상 관심을 갖고 지켜본다. 감독 책임이 크지만 혼자만의 잘못인지는 의문이다. 도·시민구단은 정치적 입김도 있다. 주변에서도 울타리 역할을 제대로 했는지 되돌아봐야 한다”고 꼬집었다.

●축구인생의 종착점은 베트남

베트남의 놀라운 비상은 또 다른 효과를 가져왔다. 동남아 각국에서 한국 지도자들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주가가 폭등했다. 당장 인도네시아가 2018러시아월드컵을 지휘한 신태용 감독(49)과 긴밀히 접촉 중이다.

박 감독은 ‘절친 후배’에게 따스한 조언을 건넸다. “제안 자체가 능력을 의미한다. 해외는 어디든 어렵다. 언어와 관습, 문화, 정서 모두 다르다. 금전도 중요하나 본인이 가장 크게 성취할 수 있는 곳으로 향했으면 한다.”

이날 박 감독에게 ‘대한민국 국가대표팀 사령탑’에 대한 물음이 다시 던져졌다. 답은 분명했다. “분명히 말하자면 한국에는 유능하고 젊은 지도자들이 많다. 내게 요청할 리 없지만 (오더라도) 전혀 생각 없다”던 그는 “베트남과 계약이 남아있다. 내 축구인생은 베트남에서 끝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통영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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