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복할 힘 생겼다” LG 채은성이 바라보는 높은 곳

입력 2019-12-30 15:3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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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채은성. 스포츠동아DB

산전수전 다 겪었다. LG 트윈스 채은성(29)의 야구 인생에서 헛된 경험이란 없다. 실패와 성공의 의미를 곱씹으며 단단히 내실을 다져온 그에겐 확실한 무게 중심이 생겼다.

결과에 얽매이지 않게 됐다. 잔부상에 시달리며 타격 리듬이 곧잘 끊겼던 그는 2019시즌 전반기 84경기에서 타율 0.307을 달성하고도 5번 타자로선 저조한 35타점 30득점의 성적에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후반기 화려한 반등이 이뤄졌다. 전반기의 절반 수준인 44경기 동안 타율 0.331로 고공행진하며 29득점 37타점을 쓸어 담았다. “결과들이 무너질 수는 있어도 마음만은 꽉 붙잡았다”는 채은성은 “이제 극복하는 힘이 생겼다”고 자신했다.

모두 경험의 산물이다. 수련선수 신분에서 출발해 2016년 마침내 주전 선수로 발돋움한 뒤로도 채은성에겐 크고 작은 부침이 있었다. 풀타임 첫 해였던 2016시즌 0.313의 타율 성적을 내 곧장 ‘3할 타자’ 타이틀을 얻었지만 2017시즌에는 타율이 0.267로 떨어졌다. 의욕적으로 여러 기술적 변화를 가져갔던 것이 결과적으로는 악수가 됐다. 그리고 절치부심해 치른 2018년에는 타율 0.331에 팀 역사상 개인 최다 119타점 신기록을 쓰며 커리어하이를 작성했다.

“예전에는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심리적으로 무너지는 상황이 많았다”던 채은성은 “그렇게 한 시즌을 통째로 못해본 적도 있고 이를 극복해본 경험도 있다. 몸과 마음이 지쳤을 때 정신을 놓으면 모든 것이 무너지더라”고 했다. 이어 “올해도 전반기 내내 몸과 마음이 힘들었지만 정신은 꼭 붙들고 있었다. (박)용택 선배, (김)현수 형도 같은 조언을 해주셨다”며 “일희일비하지 않으려고 했다. 그간의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아쉬운 마음을 빨리 털어낼 수 있는 힘이 생긴 것 같다. 1군에 처음 왔을 때부터 실수 없이 야구를 잘 하기만 했다면 얻지 못했을 소득”이라고 미소 지었다.

여유가 많이 생겼다. 채은성은 “성공적인 시즌을 보낸 다음 해에는 늘 욕심을 많이 부렸다. 이렇게 열심히만 하면 점점 더 잘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했다”며 “의욕이 앞선 만큼 실망도 컸다. 하면 할수록 어려워지는 것이 야구인데, 야구를 너무 쉽게 봤다”고 돌아봤다. 이를 통해 ‘평정심’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그는 “결국 하던 대로 착실히 준비하고 꾸준히 하다보면 좋은 시즌이 나오더라”고 했다.

김현수와 함께 운동하며 몸에 익힌 루틴도 큰 도움이 됐다. 뜻한 대로 경기가 풀리지 않았던 날이면 방으로 돌아와 아쉬운 장면들을 되짚곤 했던 그다. 그러다보면 이른 새벽까지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우는 경우가 허다했다. 하지만 이제는 달라졌다. 채은성은 “정해진 날짜에 개인 훈련 일정을 소화하다보니 ‘내일 오전에는 운동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 야식을 참거나 잠도 일찍 잔다”고 했다. 덕분에 컨디션을 관리하는 일이 부쩍 수월해졌다.

달콤한 성취도 있었다. 3년 만에 포스트시즌 무대에 올라 잠실구장을 뒤흔들었고 이는 채은성의 마음까지 흔들어 놨다. “비록 짧았지만 무척 즐거웠다”는 채은성은 “야구장의 분위기가 너무나 좋았다. 특히 팬들의 응원 소리를 들으면 정말 설렌다”고 했다. 이어 “‘가을 야구를 다시 하고 싶다’는 강한 동기부여가 생겼다”며 “올 시즌 결과는 아쉽지만 팀원들 모두 내년에는 더욱 높은 곳까지 올라가고자하는 목표를 품게 됐다”고 밝혔다.

올 겨울 부모님께도 뜻 깊은 선물을 드렸다. 최근 태국 방콕으로 가족 여행을 다녀왔다. 채은성은 “어려서부터 참 힘들게 운동을 했다. 어려운 환경에서도 부모님께서 고생을 많이 하시면서 나에게 맞춰주셨다”고 애틋한 마음을 꺼냈다. 아울러 “1군에서 경기를 뛰기 시작한 이후 제주도 여행을 보내드린 적이 있다. 해외여행은 이번이 처음이다. 아마 대견해하실 것 같다”고 멋쩍게 웃었다. 휴가지에서도 이른 아침 혹은 늦은 저녁 틈틈이 시간을 내 개인 운동을 이어간 그는 다방면에서 진정한 ‘프로’가 됐다.

개인적으로는 “항상 믿음이 가는 선수”가 되고자 한다. 2년 연속 팀의 중심 타선을 지키며 3할 타율을 달성하고도 ‘이쯤이면 됐다’고 만족하지 않는 이유다. “아직은 부족한 점이 많다”고 스스로를 낮추는 그는 “내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서 인정을 받는 것이 진짜다. ‘채은성이라면 찬스 때 한 번 쳐줄 수 있겠구나’하는 기대감을 주는 선수로 발전해나가고 싶다”고 덧붙였다.

서다영 기자 seody306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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