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형모의 공소남닷컴] 아내 바라기·아들 바보…‘삼총사 속편’ 새롭네

입력 2020-01-10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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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총사’의 이후 이야기를 그린 뮤지컬 ‘아이언 마스크’는 리어나도 디캐프리오가 출연한 동명의 영화(1998)로도 유명하다. 신부가 된 아라미스(가운데·박상돈 분)가 군중과 함께 봉기의 합창을 부르는 장면. 사진제공|메이커스프로덕션

■ 뮤지컬 ‘아이언 마스크’

달타냥, 아토스와 ‘정의’ 놓고 충돌
달타냥 이건명·앤 백주연 케미 절절
철가면 쓴 필립 대사 전달은 아쉬워

뮤지컬 ‘아이언 마스크’는 국민 뮤지컬로까지 불렸던 ‘삼총사’의 나중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영화로 치면 앞선 이야기인 프리퀄의 반대편에 위치한 씨퀄(sequel·속편) 격인 작품이다.

‘삼총사’의 멤버들인 아토스, 프로토스, 아라미스가 재소환 되지만 모두 나이가 들어 은퇴 이후의 삶을 살고 있다. 달타냥은 아토스의 뒤를 이어 총사대의 대장이자 루이 14세의 경호대장이 되고 아라미스는 신부, 포르토스는 술집 주인으로 살아간다. 아토스는 갓 총사가 된 아들 라울 보는 재미에 사는 평범한 아버지가 되었다.

아토스, 포르토스, 아라미스는 젊은 루이 14세의 폭정에 시달리는 백성들의 고통을 외면하지 못하고 왕을 제거할 계획을 세우지만 달타냥은 완강하게 반대한다. “사람은 바뀔 수 있다”는 달타냥과 “사람을 바꿔야 한다”는 아토스의 철학이 정면충돌하는데 이는 이 작품을 관통하는 주요한 주제 중 하나다.


혈연과 사랑은 이 작품에서 던진 “정의란 무엇인가”를 발화시킨다.

총사대 현역 시절 ‘전설의 검객’으로 불리며 “총사는 검을 뽑을 때 죽여야 할 사람이 아닌, 지켜야 할 사람을 생각해야 한다”는 명언을 남겼던 아토스는 ‘지킬 것을 잃은 남자’로서 ‘지킬 것이 남은 남자’ 달타냥과 대립한다. 작품 내내 맞서던 두 사람은 자신들의 ‘지킬 것’이 결국 같은 것임을 인정하고 나서야 비로소 상대를 향한 칼을 내리게 된다.

아토스 역의 서범석은 과연 ‘전설의 아재’ 연기를 보여 준다. 격렬한 분노의 화염 외곽에 웃음의 가벼움을 세련되게 발랐다. 포르토스 장대웅은 능글거림과 귀여움이라는 이질적인 결을 거부감 없이 포갠 연기를 보여 주었는데, 비슷한 모습을 이전 작품들에서도 보았던 것 같다.

달타냥 이건명과 앤 백주연의 케미도 절절하다. 왕년의 ‘해적왕’ 포르토스를 꼼짝 못하게 휘어잡는 아내 세실 역을 맡은 이은율의 변신도 반갑다.


다만 루이 14세와 철가면(아이언 마스크)을 쓴 채 이유도 모르고 바스티유 독방에 갇혀 살아야 했던 필립을 연기한 김동한의 경우 넘버 소화, 대사 전달, 몸의 움직임 등 전체적으로 조금씩 아쉬움이 있었다. 이번 작품이 김동한의 뮤지컬 데뷔작인데 몇몇 보완을 거친다면 다음 무대에서는 훨씬 안정감 있는 연기를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아토스와 달타냥의 거친 대립구도가 이 작품의 중요한 뼈대를 구축하지만 이들의 뒤에는 앤과 세실이라는 여성들이 있었다. 위대한 역사의 안쪽에는 이렇듯 현명하고 용기있는 여성들의 판단과 자기희생이 존재했다는 사실.

뮤지컬 ‘삼총사’를 본 사람이라면 ‘아이언 마스크’를 스타워즈 시리즈처럼 더욱 흥미롭게 관극할 수 있을 것이다. 26일까지 서울 광림아트센터 BBCH홀에서 막을 올린다.

거대한 반전을 보여주는 작품이지만 개인적으로는 삼총사의 변신이야말로 최대의 반전이었다. 신부님이 된 아라미스라니! 마누라에게 쥐여 사는 포르토스라고!?

양형모 기자 hmyang030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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