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현장] “올스타전이다”…‘지푸라기라도’, 전도연x정우성, 인간 군상의 이어 달리기 (종합)

입력 2020-01-13 11:4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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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인간 군상들의 이어 달리기와 같은 영화가 탄생했다.

13일 서울시 성동구 메가박스 성수점에서 열린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감독 김용훈) 제작보고회에는 김용훈 감독을 비롯해 배우 전도연 정우성 윤여정 신현빈 정가람 등이 참석했다.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은 인생 마지막 기회인 돈 가방을 차지하기 위해 최악의 한탕을 계획하는 평범한 인간들의 범죄극이다. 소네 케이스케의 동명 원작을 배경으로 한 작품이기도 하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연기파 배우 전도연, 정우성, 배성우, 윤여정, 정만식, 진경을 비롯해 충무로가 주목하는 신예 배우 신현빈, 정가람 등이 참여해 기대를 높이고 있다.

이날 윤여정은 “늙어서 피 나오는 영화를 별로 안 좋아한다. 그런데 이 영화는 다르다고 하더라. 전도연이 전화가 와서 ‘이건 선생님이 해야 한다’라고 해서 고마웠다. 날 캐스팅까지 해주고. 크게 돼야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생각보다 별로 안 나온다”라고 말했다.

전도연은 “그런데 선생님이 맡으신 ‘순자’ 역은 선생님 밖에 생각이 안 나더라. 이런 미스터리한 인물은 선생님 밖에 하실 수가 없다는 생각을 했다”라고 말했고 이에 윤여정은 “그럼 네가 하지 그랬냐”라고 웃음을 터트렸다.

이어 이 작품에 참여한 이유에 대해 전도연은 “대본이 재미있었다. 뻔한 범죄물이나 장르물이 될 뻔 했는데 극적인 구성이 신선했고 여러 인물들의 등장이 재미있었다”라고 덧붙였다.

정우성은 “한동안 영화들이 큰 주제를 던지는 작품들이 많았다. 이 영화는 물질 앞에 사람이 얼마나 궁핍할 수 있는지 처절하게 보여주는 영화라 흥미로웠다”라며 “또 전도연과 함께 할 수 있다고 해서 선택했다. 짧지만 좋은 작업이었다”라고 말했다.

신현빈은 “나는 가장 마지막에 캐스팅이 됐는데 제가 그 빈자리에 들어가서 하려니 기쁘고도 부담이 됐다. 그런데 선배들이 도와주시고 배려해주셔서 잘 해낸 것 같다”라고 말했다. 정가람은 “저도 캐스팅이 되고 연기 천재라고 불리는 선배님들과 함께 하려니 부담스러웠다”라며 “내가 잘해야 한다는 마음의 무게가 있었지만 선밴들의 품 안에서 잘 놀면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라고 전했다.

이번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로 첫 상업영화로 데뷔하는 김용훈 감독은 “첫 상업영화 신인 감독에게 레전드 배우들과 함께 작업할 수 있는 것은 꿈 같은 일이었다. 야구로 비유하자면 첫 경기부터 올스타전을 치루는 느낌이었다. 이 분들의 명예에 누를 끼치지 않을지에 대한 압박감도 있었지만 배우들이 연기로 꽉 채워주셨다. 작업하는 순간마다 놀라움의 연속이었다”라고 전했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은 전도연과 정우성의 첫 만남이기도 하다. 필모그래피 사상 가장 센 캐릭터의 탄생을 예고하는 전도연과 기존의 이미지를 과감히 탈피, 리얼함에서 나오는 짠내로 인간적인 매력을 예고하는 정우성의 첫 만남은 관객들의 기대치를 높이기도 하는 점이다.

전도연은 “정우성과 같이 연기하는데 창피하고 쑥스러웠다. 그런데 오래된 연인의 설정이라 그제서야 내가 정우성과 한 번도 연기를 해보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라며 “처음엔 적응하느라 어색했는데 끝날 때는 오히려 아쉬웠다. 정우성과 더 오랫동안 연기하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래서 정우성이 연출하는 영화에 ‘나 할 역할은 없냐, 나 요새 아무 작품이나 하는데’라고 말한 적이 있다”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정우성은 전도연에 대해 “데뷔 초부터 전도연을 봐와서 동료 친구처럼 느끼고 있었다. 그런데 각자 활동을 하는데 거리감이 있었지만 현장에서 봐서 너무 반가웠다. 어색했다는 전도연의 모습 자체가 ‘연희’ 같았다”라고 말했다.

이날 제작보고회의 분위기 메이커는 단연코 윤여정이었다. “전도연이 하라고 해서 했다”부터 시작해 그의 모든 발언은 배우들과 취재진들의 웃음을 터트렸다.

수식어가 필요없는 명품 배우 윤여정은 기억을 놓아버린 노모 ‘순자’ 역을 맡았다. 윤여정이 맡은 ‘순자’는 한평생 지켜오던 소중한 것들을 모두 잃은 후 아무도 믿지 않고 과거의 기억에 스스로를 가뒀지만, 원하는 것은 본능적으로 사수하는 캐릭터다.

윤여정은 “우리가 치매를 겪지 않았기 때문에 어떤지 잘 모르지 않나. 사람들이 그냥 내가 늙어서 이 역할을 추천한 것 같은데”라며 “나도 잘 몰라서 캐스팅 디렉터인 전도연한테 물어보니 알아서 하라고 하더라”고 말해 웃음을 전했다.

이날 윤여정은 리허설 도중 다쳤던 적이 있다고 말했다. 윤여정은 “리허설을 진짜처럼 해서 나가떨어져 장롱에 부딪혀서 다쳤다. 열정이 아닌 무모함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전도연에게도 맞았다고 말한 그는 “전도연이 한 번에 간다고 내 따귀를 때렸는데 고막 나갈 뻔 했다. ‘하녀’ 때 나한테 많이 맞아서 그런 것 같다”라고 폭로해 웃음을 터트렸다. 이에 전도연은 “한번에 못 끝내면 선생님을 계속 때릴 것 같아 한 번에 가겠다 했다”고 해명했다.

윤여정과 전도연은 오랜 세월동안 함께 해왔기에 서로에 대한 발언에 꾸밈이 없었다. 이날 서로에게 어떤 배우냐는 질문에 윤여정은 “칸에서 상까지 받은 전도연인데 연기가 이상하다고 하면 내가 미친 사람 아니겠냐”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하녀’ 때 첫인상은 되게 여우 같은 배우라고 생각했다. 내 연기를 보고 있는데 궁금해서 그렇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이에 전도연은 “선생님은 믿고 보는 배우이지 않나. 선생님의 연기를 가장 먼저 보고 싶었다”라고 존경심을 표현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김용훈 감독은 “이 영화는 인간 군상의 이어달리기 같은 영화다. 연기력으로 바통을 주고 받는 배우들의 연기가 관전 포인트다. 400m 계주를 보는 재미를 느끼셨으면 좋겠다”라고 전했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은 2월 12일 개봉한다.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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