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브레이크] 벌크업? NO! 체중↓ 순발력↑ 열풍

입력 2020-01-14 05:3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NC 박석민-롯데 안치홍-LG 박용택(왼쪽부터). 사진제공|스포츠동아DB·롯데자이언츠

스프링캠프는 2월 1일 시작되지만 KBO리그 각 팀 선수들은 새해 시작과 함께 구슬땀을 흘리며 개인 훈련에 열중하고 있다. 해외에 개인 캠프를 차려 트레이너와 훈련 보조요원을 직접 고용하는 방식은 이제 낯설지 않다.

각 팀 감독들은 스프링캠프 돌입과 함께 기술훈련을 소화할 수 있는 몸 상태를 요구하고 있다. 12월부터 1월까지 두 달 동안 구단이 선수에게 연봉을 지급하지 않고 단체 훈련도 엄격히 금지되지만 이 기간 혹독한 개인 훈련 없이는 스프링캠프 일정을 따라갈 수 없는 환경이 조성된지 오래다.

요즘은 선수 개인이 설정한 목표에 맞춰 전문적인 근력 훈련을 소화하는 경우도 많다. 최근 10여 년 동안 상당수 KBO리그 타자들은 ‘벌크업’에 열중해왔다. 고단백질 식사량을 늘리고 근육을 키워 장타력을 높이는 개인 훈련이 큰 유행이었다.

성공사례도 많았다. 강정호의 홈런 숫자는 2011년 9개에서 2012년 25개, 2014년에는 40개까지 늘어났다. 날렵한 타자였던 황재균(KT 위즈)도 2014년부터 벌크업에 열중했고 홈런 숫자가 이듬해 26개로 늘어났다. 오재원은 2013년부터 벌크업에 돌입해 10㎏ 이상 체중을 늘리기도 했다. 메이저리그 진출이라는 달콤한 꿈도 근력 훈련을 부추겼다.

그러나 성공만큼 실패도 많았다. 홈런은 늘어났고 장타율도 높아졌지만 가장 큰 문제점은 허벅지 근육 파열 등 부상 위험이 높아진 점이었다.

LG 트윈스 류중일 감독은 “1980년대 선수들과 지금 선수들을 비교해보면 근력이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좋다. 그러나 그만큼 부상을 많이 당한다”며 “허벅지 근육파열 부상이 너무 잦아 삼성에 있을 때 농구단에 트레이너를 파견하기도 했다. 농구는 더 격렬하게 뛰는 종목이지만 같은 부위 부상 비율이 훨씬 적었다”고 밝혔다. 타 팀 감독들도 이 부분에 깊은 심혈을 기울였다. 그러나 벌크업 유행은 한동안 멈추지 않았다. 홈런의 시대였고 장타율은 연봉 상승을 약속했다. 시즌 20홈런만 치면 프리에이전트(FA)가 됐을 때 수십 억 원이 보장되는 시대였다.

그러나 2019시즌 새 공인구 도입과 함께 홈런 숫자가 급감하자 올 겨울 타자들의 훈련 방법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돌아서고 있다. 근육의 크기 보다는 타격에 필요한 부위의 미세 근력과 균형감각 등 더 전문적인 훈련 방법이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

박석민(NC 다이노스)은 민첩함을 키우기 위해 이번 겨울 복싱을 시작했다. 체중 감소 및 손목 및 하체 미세 근육 강화에 도움을 받고 있다. “나이가 들면 순발력이 함께 떨어진다. 복싱으로 좋은 효과를 보고 있다”며 “더 많이 3루수로 출장해 팀 전력에 보탬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벌크업으로 20홈런 타자가 된 안치홍(롯데 자이언츠)도 수비 범위가 좁아진다는 부작용에 공감해 올 겨울 체중 감소와 순발력을 키우는 훈련에 집중하고 있다. 이 같은 변신은 FA 협상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올해 만 41세로 현역 최고령 선수인 박용택(LG 트윈스)은 이번 겨울 필라테스로 유연성을 유지하며 화려한 ‘피날레’를 꿈꾸고 있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오늘의 핫이슈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