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재의 기억’ 이승준 감독…“많이 봐달라고 이야기하고 오겠습니다”

입력 2020-01-15 06:57: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아카데미 단편 다큐멘터리 부문 후보 ‘부재의 기억‘ 이승준 감독. 사진출처|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홈페이지

아카데미상 단편다큐 후보 쾌거
“세월호 사건 알리는게 목적이죠”

“발언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면 ‘아직도 고통스러운 사람들이 있다’고 이야기하고 싶어요. 그런 일이 왜 벌어졌는지, 작품을 보면 조금이나마 알 수 있을 거라는 말도 하고 싶고요.”

한국 다큐멘터리영화 최초로 미국 아카데미상 단편다큐멘터리 부문 후보에 오른 ‘부재의 기억’의 이승준 감독(49)의 바람이다. 14일 오후 전화통화로 만난 이승준 감독은 “봉준호 감독의 말처럼 아카데미는 ‘로컬 영화제’이고 미국 중심인데, 후보까지 되니 생각보다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고 했다.

29분 분량의 ‘부재의 기억’은 2014년 4월16일 세월호 참사 당시 현장의 영상과 통화 기록을 중심으로 그날 ‘우리가 믿은 국가는 어디에?’라고 묻는다. 출발은 2016년 ‘촛불정국’으로 뜨겁던 때이다. 이 감독은 미국 다큐멘터리 제작사이자 배급사인 필드 오브 비전으로부터 이와 관련한 다큐멘터리 작업을 제안 받았다. ‘뉴스 형식이 아닌 영화로 접근하자’는 제작진에게 감독은 “촛불정국이 어떻게 세월호와 연관됐는지부터 설명했다”고 돌이켰다.

“미국 제작진도 외신을 통해 세월호 참사를 접했지만 알려지지 않은 내용이 많았어요. 해결되지 않은 문제도 그렇고. 그걸 알려야 할 필요성이 컸죠.”

촬영을 진행할 무렵 세월호가 인양돼 선체가 드러났다. 이 감독은 “실존하는 분들의 삶 속에 들어가야 하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특히 세월호를 다룬다는 의미는 더욱 달랐다”며 “겉으론 ‘괜찮아졌다’고 말하는 (유가족)분들도 마음에 다들 묻어둔 게 있었다”고 했다.

이승준 감독은 ‘달팽이의 별’로 2011 년 한국 다큐영화로는 처음으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국제다큐멘터리 영화제에서 장편부문 대상을 수상해 주목받았다. 이후 ‘달에 부는 바람’, ‘그림자 꽃’으로 활동을 이었다. ‘부재의 기억’은 2018 년 뉴욕 국제다큐멘터리 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을 받아 아카데미 예비후보 자격을 획득했지만, 5편으로 압축하는 최종 후보 진입은 감독조차 예상치 못했다. 그는 “생중계로 후보 발표 장면을 보다 제 이름이 가장 먼저 나와 깜짝 놀랐다”며 웃었다.

이승준 감독은 이달 말 미국으로 출국해 현지에서 영화를 몇 차례 더 상영한 뒤 아카데미 시상식에 참석한다.

“국내 상영 때 한 유가족이 ‘이 영화를 많은 곳으로 갖고 나가 많이 알려 달라’고 했어요.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다행입니다. ‘부재의 기억’은 온라인에서도 볼 수 있으니, ‘많이 봐 달라’고 이야기하고 오겠습니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오늘의 핫이슈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