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제의 KIA’ 무능력한 선출 단장은 구단을 망친다.

입력 2020-01-16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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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동아DB

프런트 수장의 잘못된 판단 하나는 팀을 망치는 지름길이다. 방향을 잡아야 하는 리더를 잘 뽑아야 하는 이유다. 보여주기 식 선수 출신 단장은 구단에 득이 되는 게 아니라 실이 된다.
KIA는 14일 프리에이전트(FA) 김선빈(31)과 4년 40억 원에 잔류 계약을 체결했다. 외부 FA 영입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KIA는 김선빈과의 계약으로 사실 상 이번 스토브리그를 마감했다.

10년 넘게 팀 내야를 든든히 지킨 김선빈과의 계약은 KIA 팬 입장에서 매우 반가운 일이다. 타이거즈에서 4년을 더 보내게 된 김선빈 역시 마찬가지다. 그러나 이 축하받을 계약은 아무런 환영을 받지 못하고 있다. 비상식적인 협상 과정과 급하게 성사시킨 결과물이 만든 촌극이다.

KIA는 이번 스토브리그를 앞두고 프랜차이즈 스타 김선빈과 안치홍(30)을 “반드시 잡겠다”고 호언했다. 그러나 허울뿐인 거짓말이었다. 앞에서는 특정 언론을 통해 협상이 잘 이뤄지는 것처럼 이야기하면서 수면 아래에서는 두 선수를 철저히 무시했다.

조계현 단장은 팀장급 실무자에게 업무를 맡기고 협상 전면에 나서지 않았다. 팀장급에서 얼마든지 합리적인 계약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오만한 자세였다. 타 구단의 오퍼가 없을 것이라 생각하며 입찰 경쟁 가능성을 ‘배제’했다.

완벽한 오판이었다. KIA의 아마추어 같은 전략에 타 구단 경쟁 팀에서는 ‘땡큐’ 소리가 절로 나왔다. 롯데 자이언츠가 안치홍에게 재빨리 접근했고, 2+2년 최대 56억 원에 계약을 성사시켰다.

꽤나 여유롭게 스토브리그를 보내던 조 단장은 그제야 김선빈과의 협상 테이블에 부랴부랴 나타났다. 만남은커녕 연락도 하지 않던 에이전트와는 하루 빨리 만나기 위해 애썼다. 오만한 자세는 사라지고 다급한 모습으로 협상을 이어갔다. 이번에는 에이전트 쪽에서 ‘땡큐’ 소리가 절로 나왔다.

설상가상 마지막 단계에서는 ‘계약서의 위력’도 무시했다. 김선빈이 FA 계약에 최종 사인을 한 것은 14일 오전이다. 그런데 KIA는 합의만 이뤄진 13일 오후에 외부로 “김선빈과 40억 원에 계약하기로 했다”며 마치 자랑이라도 하는 듯 이야기를 하고 다녔다.

합의 금액이 외부에 알려져 김선빈에게 더 높은 금액 제시가 들어갔으면 눈앞에서 선수를 빼앗기는 것이었다. 이런 위험성도 ‘배제’하고 있었던 것이다.

선수 출신 단장들은 누구보다 선수의 입장을 이해하고 프런트와의 가교 역할을 잘 한다는 장점에서 현재 KBO리그에 대거 포진해 있다. 그런데 선수 출신 단장이라고 해서 다 같은 게 아니다. 전략과 비전을 가진 능력 있는 단장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못한 단장도 있다.

장은상 기자 awar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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