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베이스볼] ‘감독급 코치’를 두려워하지 않는 김태형

입력 2020-01-17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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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잠실야구장에서 2020년 두산베어스 시무식을 겸한 창단기념식이 열렸다. 두산 공필성 코치가 자리에 앉아있다. 잠실 | 주현희 기자 teth1147@donga.com

김태형 두산 베어스(53) 감독은 2020시즌을 준비하며 지난해 롯데 자이언츠에서 감독대행을 맡았던 공필성 코치의 손을 다시 잡았다. 자신을 떠났던 코치와 재차 동행을 선택하는 감독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특히 공 코치는 지난해 수석코치와 감독 대행을 맡으며 ‘감독급’으로 무게감이 더 커진 지도자다. 비정한 프로의 세계에서 쉽게 볼 수 없는 모습이다.

한 야구 원로는 “김태형 감독 특유의 장점이다. 김 감독은 감독급 코치와 손잡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밖에서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어려운 결정”이라고 말했다.

김 감독은 카리스마형 지도자다. 넉살 좋고 유머러스하지만 코치들에게는 업무적으로 매우 엄격하다. 그러나 자신이 편한 코치만 중용하지 않는다. 낯설고 어려워도 능력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구애를 펼친다.

2018시즌을 앞두고 조성환 수비 코치 영입에 성공한 장면이 상징적이다. 조 코치는 방송가에서 에이스급 해설가로 인정받고 있었다. 내야수로 오랜 시간 롯데의 캡틴을 맡아 경기 전체를 깊이 있게 읽는 능력이 돋보였다. 또한 방송에 어울리는 목소리와 전달력, 순발력도 뛰어났다. 그러나 개인적 인연이 깊지 않았던 김 감독의 제안에 연고가 없던 두산에서 코치로 데뷔했다. 김 감독은 조 코치에게 “해설가가 더 대우도 좋고 몸도 편하겠지만 함께 하고 싶다”고 솔직히 다가갔다.

이강철 KT 감독(왼쪽), 한용덕 한화 감독. 스포츠동아DB

김 감독을 보좌하는 수석코치에서 곧바로 타 팀 지휘봉을 잡으며 ‘영전’한 현역 감독만 2명이나 된다. 이강철 KT 위즈 감독은 이미 KIA 타이거즈 투수 코치 때부터 감독후보로 꼽혔다. 히어로즈 수석 코치 역할을 훌륭히 해내며 주가는 더 높아졌다. 그러나 김 감독은 2016시즌 후 1년 선배인 이 코치가 히어로즈에서 나오자 곧장 손을 잡았다. 2018년에는 수석 코치로 마운드 총괄을 맡겼고, 퓨처스 감독이었던 공 코치도 1군으로 불러 함께 했다. 이 감독은 이듬해인 2019년 KT에서 감독으로 데뷔했다.

김 감독이 감독급 코치를 중용한 건 이 때가 처음이 아니었다. 2016년 자신보다 2년 선배인 한용덕 한화 이글스 감독에게 수석 코치를 맡겼고 2년을 함께 했다. 개인적으로 친분이 두터운 사이는 아니었다. 그러나 불편함 보다는 능력이 더 우선이었다. 통합우승을 차지한 2019시즌도 역시 차세대 감독 후보로 꼽히는 김원형 투수 코치를 영입해 큰 성공을 거뒀다.

프로야구 팀은 개성 강한 선수와 코치들이 치열한 경쟁과 승부를 펼치는 집단이다. 감독의 능력 중 전술전략 보다는 선수단을 원 팀으로 만드는 리더십이 더 중요할 때가 많다.

코칭스태프부터 흔들리면 감독의 리더십은 순식간에 무너진다. 그래서 상당수 감독은 잠재적 경쟁자를 1군에 배치하지 않는다. 구단이 낙점한 코치와 반목하는 사례도 많다. 수석코치를 자주 교체하며 후계자를 허락하지 않는 감독도 있다.

두산이 장기간 강팀으로 전력을 유지하고 있는 배경에는 코칭스태프의 역량이 큰 부분을 차지한다. 감독이 우수한 코치를 두려워했다면 구성할 수 없는 라인업이다.

과거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류중일 LG 트윈스 감독은 삼성 라이온즈 사령탑 시절이던 2013년 SK 와이번스와 KA 타이거즈에서 사령탑을 맡았던 조범현 전 감독에게 포수 육성을 부탁했다. 류 감독은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에게 호칭도 “조 감독님”으로 통일하게 했다. 잠재적 경쟁자라고 생각했다면 불가능한 선택이었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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