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23 챔피언십] 김학범호의 전승 8강행과 로테이션의 힘

입력 2020-01-16 1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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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범 감독. 사진제공 | 대한축구협회

축구에서 로테이션 시스템은 주로 장기 레이스에 적용되는 전략적 선택이다. 포지션별로 주전과 비 주전 선수를 골고루 출전시켜 체력 안배를 돕는 게 목적이다. 충분한 휴식으로 부상 위험도 줄일 수 있다. 또 대륙별 클럽 대항전이나 FA컵, 리그 컵 등 대회 일정이 겹칠 때도 이런 선택이 적용된다.

따라서 예선리그에 이어 토너먼트가 열리는 대회 방식인 단기전과는 거리가 멀다. 지상과제인 예선 통과를 위해 무리를 해서라도 연거푸 정예 멤버를 투입하는 건 일반적이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2020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U-23) 챔피언십에 출전 중인 김학범호의 로테이션은 파격에 가깝다. 한 경기만 삐끗해도 탈락할 수도 있는 조별리그에서는 결코 쉬운 선택이 아니다.

하지만 김 감독은 단호했다. 2차전 이란전 선발 멤버는 1차전 중국전과 비교해 7명이나 바뀌었다. 아예 새로운 팀을 꾸렸다고 할 정도로 물갈이 폭이 컸다. 3차전 우즈베키스탄전 스타팅은 이란전과 비교해 6명의 얼굴이 달랐다. 결국 조별리그에선 특수 포지션인 골키퍼를 제외하면 고정된 베스트 11 없이 경기를 치른 셈이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한국은 ‘죽음의 조’로 불린 C조에서 3전 전승, 조 1위로 8강에 올랐다. 이는 한국의 사상 첫 조별리그 전승이자 이번 대회 출전국 16팀 중 유일한 전승 기록이다.

그렇다면 조직력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아는 김 감독이 이런 모험을 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의 로테이션에는 2가지 메시지가 담겼다. 하나는 결승까지 길게 내다본 목표의식이고, 또 하나는 선수들 간 경쟁의식 고취다.

정상까지 가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게 체력이다. 특히 고온다습한 태국의 날씨를 감안한다면 더욱 그렇다. 때문에 김 감독은 로테이션을 통해 무리한 출전을 자제시켰다. 또 하나는 선의의 경쟁이다. 베스트 11이 없다는 것과 동기부여는 맥을 같이한다. 누구나 주전 또는 후보가 될 수 있다는 건 마지막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한다는 의미다. 1차전에서 부진했던 오세훈(상주)이 2차전에서 라이벌 조규성(안양)의 활약을 보면서 3차전 주인공이 된 게 대표적인 케이스다.

김 감독은 대폭적인 선수 교체에 대해 “상대의 취약점을 뚫기 위한 선택”이라고 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건 선수 관리였을 것이다. 그가 “누가 출전해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큰 효과를 봤다”고 말한 대목이 주목받는 이유다. 결국 김 감독의 로테이션은 상대 분석과 맞춤형 전술, 그리고 체력 안배와 경쟁 유도까지, 다방면에서 효과를 본 작전이었다.

이번 대회는 2020 도쿄올림픽 아시아 최종예선을 겸한다. 3위 안에 들어야 도쿄에 갈 수 있다. 이제부터는 단판 승부인 토너먼트다. 19일 오후 7시 15분 탐마삿 스타디움에서 D조 2위와 8강전을 갖는 한국은 2경기를 더 이겨야 결승에 진출한다. 한국의 9회 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이 걸린 승부다.

최현길 기자 choihg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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