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 토종·외국인 콤비’ 이동국-데얀, “우리가 꿈꾸는 2020시즌 그리고 K리그”

입력 2020-01-23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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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 그라운드를 밟을 때마다 새로운 역사가 만들어진다. 최고의 베테랑이 있어서다. 2020시즌 K리그도 전북 현대 이동국과 대구FC 데얀이 있어 팬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지난해 홈경기에서 득점한 뒤 환호하는 이동국.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뜨거웠던 한 시즌이 끝나고 새로운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이제 한 달여 뒤면 2020시즌 K리그가 힘찬 팡파르를 울린다. 수많은 스타들이 팬들을 향해 손짓하지만 단연 시선을 사로잡는 이들이 있다. 산전수전, 공중전까지 겪은 베테랑이다. K리그1 이동국(41·전북 현대)과 새해 대구FC 유니폼을 입은 데얀(39·몬테네그로)은 ‘살아있는 전설’이다. 이동국은 K리그 최고령 토종 스트라이커, 데얀은 외국인 선수들 가운데 가장 나이가 많지만 농익은 실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스포츠동아는 또 한 번 도전을 위해 설 명절도 잊은 채 스페인 마르베야(전북)와 중국 쿤밍(대구)에서 동계훈련에 여념 없는 둘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스페인 이동에 앞서 전북 완주군 클럽하우스에서 만난 이동국은 “진정한 프로페셔널”이라며 상대를 칭찬했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으로 대화한 데얀은 이동국에 대해 “매우 존경하는 선수”라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 전북 이동국, “낭비할 틈은 없다. 전북과 나의 책무를 위해”


전북 현대는 K리그1 3연패와 함께 통산 7차례(2009·2011·2014·2015·2017·2018·2019) 정상 등극에 성공하며 위상을 지켰다. 전북의 비상에는 이동국의 지분도 상당하다. 2008년 여름 미들즈브러(잉글랜드)를 떠나 안착한 성남 일화(현 성남FC)를 거쳐 2009년 전북으로 향한 그는 꾸준히 두 자릿수 득점포를 가동했고, 거의 매 시즌 트로피를 수집했다. 전주성에서의 11시즌 가운데 10골 이상 찍지 못한 건 지난해(9골)가 유일했다.

그 사이 이동국은 41세가 됐다. “언젠가 K리그 하이라이트 프로그램을 시청하다 내 사진 옆에 숫자 40이 적힌 걸 보며 깜짝 놀랐다. 쏜살같이 시간이 흘렀다”던 그는 “요즘 시즌이 너무 빨리 끝나더라. 헛되이 낭비하는 시간은 없어야 한다”고 했다.

매 순간, 매 경기가 간절한 만큼 욕심도 크다. 전북과 1년 계약을 연장한 이동국은 “주변 기대치가 너무 높다. 부담은 (처음 입단한) 10년 전과 비교할 수 없다. 경기의 질도 앞서는 리딩 클럽의 힘을 보여야 한다. 전북은 그래야 할 책무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이동국은 전환점을 맞이했다. 강산이 한 번 바뀌는 시간 동안 동고동락한 최강희 감독(상하이 선화)이 떠나고 조세 모라이스 감독(포르투갈)이 지휘봉을 잡은 뒤 잠시 혼란에 빠졌다. 다행히 금세 털고 일어섰다.

“두 자릿수 득점을 못해 다시 목표가 생겼다. K리그 10골 이상은 나와의 약속이다. 철저히 몸을 관리하고, 부상을 줄여 풀 시즌을 뛰어야 가능한 수치다. K리그에 계속 이슈를 만들고 흥행에 도움을 줄 의무가 베테랑에게는 있다. 날 믿는 이들을 실망시키지 않아야 한다.”

전북의 목표가 곧 이동국의 목표다. 최대 포커스는 2006·2016시즌에 이은 통산 세 번째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트로피에 맞췄다. 정규리그는 2월 말 개막하나 ACL 조별리그는 2월 2주차에 시작된다. “모두의 시선이 높은 곳에 있다. 우린 아시아 챔피언에서 내려온 지 3년이 흘렀다. 기다림은 짧아야 한다.”

준비가 착착 이뤄지고 있다. 몸도 잘 만들었다. 지난 연말 미국 가족여행에서부터 조금씩 컨디션을 끌어올렸다. 다만 욕심은 부리지 않았다. 시즌을 앞둔 설렘에 무리하다가 부상을 경험하곤 했다. 오히려 참고 기다리는 데 집중한다.

“많이 뛰고 싶은 감정을 억누르려 한다. 첫 경기 직전 80% 정도 만들고, 시즌 중반에 100%를 만드는 것이 이상적이다. 몸이 잘 안다. 한 발 더 뛸 수 있고, 더욱 많은 시도를 하고 싶은데 참는 건 지금도 정말 어렵다.”

이동국에게 여러 모로 비슷한 길을 걷는 데얀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역시 특별했다. 한솥밥을 먹은 경험이 없음에도 ‘리스펙트’의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친분이 있진 않다. 그래도 적지 않은 나이에 열정이 강하고, 프로의 마음가짐이 대단하다는 점에서 늘 박수를 보낸다. 대구에서도 언제나처럼 좋은 모습을 보이길 바란다”고 메시지를 전했다.

K리그에서의 12번째 시즌을 대구FC에서 맞이할 ‘몬테네그로 특급‘ 데얀이 지난해 가장 뜨거운 축구열기를 자랑한 DGB대구은행파크에서 구단 머플러를 들고 활짝 웃고 있다. 사진제공|대구FC




● ‘대구 맨’ 데얀, “행복했던 K리그 여정…남은 열정 대구를 위해”


데얀은 K리그에서의 12번째 시즌을 앞두고 대구로 향했다. 인천 유나이티드(2007)~FC서울(2008~2013, 2016~2017)~수원 삼성(2018~2019)을 거친 그의 4번째 팀이다. 수원과 결별하며 남긴 “K리그로 반드시 돌아온다”는 약속을 지키게 됐다.

대부분 팀들이 ‘나이 많은, 또 관리하기 어려운 외국인 선수’라는 이유로 고개를 저었지만 대구는 확신이 있었다. 조광래 사장은 “저만한 감각을 가진 골잡이는 없다”며 데얀을 품에 안았다.

데얀의 고민도 짧았다. 금전적인 조건은 중요하지 않았다. 가장 이상적인 축구전용경기장(DGB대구은행파크)을 갖춘 대구의 뜨거운 분위기와 인상적인 퍼포먼스에 매료된 데얀은 “K리그에서 오랜 경험상 각 팀 스타일을 잘 알고 있다. 대구는 최고 레벨에 올랐다. 빅 클럽들도 쉽게 이기지 못한다. 대구를 선택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고 털어놓았다.

한국나이로 마흔이 된 데얀은 오래 전부터 자신의 희망을 밝히곤 했다. “K리그에서 현역 마무리를 하겠다”는 것. 그는 “대구에서 선수 커리어의 마지막 장을 열 수 있다. K리그에서 난 선수 경력의 절반 이상을 채웠고, 매 순간을 즐겼다. 대구가 보내준 믿음에 정말 감사할 뿐”이라고 말했다.

데얀은 자신이 걸어온 길이 만족스럽다. “한순간도 K리그에 온 걸 후회한 적이 없다. 난 K리그에서 숱한 역사를 경험했고, 충분한 커리어와 성공적인 삶을 살았다. 돈도 벌었다. 이 순간 가장 중요한 건 필드 위에서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모든 선수들에게 가장 중요한 성공의 기준으로 생각한다.”

그럼에도 목표는 뚜렷하다. 최대한 많은 득점포를 가동한다는 욕심도 있다. “출중한 동료들이 함께 뛴다. 우린 더 잘할 수 있다. 5분을 뛰든, 90분을 뛰든 난 골잡이다. 만약 찬스 메이킹에 전념하라고 하면 난 그렇게 한다. 무엇이든 잘 준비돼 있다”고 자신했다.

K리그에서 위대한 기록을 세우고, 젊은 선수들에게 역사를 쓴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는 포부를 전한 데얀은 이동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K리그 베테랑’이라는 수식이 만족스럽다고 했다. “이동국은 내가 매우 존경하는 선수다. 그의 모든 족적이 내게는 동기부여다. 그와 함께 많은 K리그 팬들은 ‘레전드 데얀’을 많이 기대한다. 이를 증명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걸 다할 것이다.”

완주|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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