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형모의 공소남TV] 이지훈·민우혁·손준호·전동석의 판타스틱뮤지컬콘서트, “70세까지 이 멤버 그대로 갑니다”

입력 2020-02-03 13: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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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 신스웨이브

모처럼 연극이나 뮤지컬 작품이 아니라, 콘서트를 다녀왔는데요.

이름하여 판타스틱뮤지컬콘서트2020입니다.

타이틀부터가 거창하죠?

데뷔 후 23년간 가수로, 뮤지컬배우로 꾸준히 활동해온 이지훈.

최근 뮤지컬 ‘빅피쉬’에서 관객들의 눈물샘을 자극한 배우이자 김소현 배우의 부군으로도 유명한 손준호.

뮤지컬, 드라마, 예능을 넘나들며 종횡무진 활약 중인, 특히 야구선수 출신 뮤지컬배우로 잘 알려진 민우혁.

그리고 뮤지컬 헤드윅을 통해 놀라운 변신을 보여주었던 전동석까지.

사진제공 | 신스웨이브



이렇게 네 명의 훈훈한 남자배우들이 뭉쳐 꾸민 콘서트가 바로 판타스틱뮤지컬콘서트였습니다. 과연 판타스틱하죠?

이 네 사람의 공동 콘서트는 일본에서 먼저 시작됐고, 현지에서 뜨거운 인기를 끌었다고 합니다.

그 열기를 모아 모아 국내로 들여온 것이 이번 콘서트란 얘기죠. 어느덧 3년째 들어선, 유서깊은(?) 그런 콘서트입니다.

이렇게 네 명의 남자 뮤지컬 배우들이 팀을 짜서 콘서트를 여는 경우는 전례가 있죠. 바로 ‘엄유민법’으로 유명한 엄기준, 유준상, 민영기, 김법래. 이렇게 네 명의 배우가 꾸미는 ‘엄유민법’ 콘서트는 국내에서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명성이 짱짱한 스테디셀러 공연물입니다.

판타스틱뮤지컬콘서트는 노래도 노래지만 비주얼로도 최고의 네 명을 모아놓은 것 같습니다.

게다가 엄유민법 못지않은 끈끈한 우정, 브로맨스를 보여주고 있는데요.

“막내 전동석이 70세가 될 때까지 이 콘서트를 이어 갑시다”하고 으¤으¤ 했다는 얘기가 들립니다. 전동석 배우가 올해 서른 둘이니 70세가 되려면 앞으로 얼마나 더 해야 하는 거죠? 어이구야.

판타스틱뮤지컬콘서트는 2월 1일과 2일 한남동 블루스퀘어 인터파크홀… 이 아닌 아이마켓홀에서 열렸는데요. 인터파크홀에서는 뮤지컬 아이다가 공연 중이죠?

이틀 공연 중에서 저는 첫날 밤공을 보고 왔습니다.

네 명 모두 뮤지컬배우이고, 공연 타이틀에도 뮤지컬이 들어있는 만큼 이날 콘서트에서 네 사람은 뮤지컬 넘버들을 주로 불렀는데요.

네 명이 함께 부르기도 하고 때로는 듀엣으로, 때로는 혼자 등장해 솔로곡을 불렀습니다.

노트르담 드 파리의 ‘대성당의 시대’와 오페라의 유령의 ‘팬텀 오브 오페라’로 콘서트의 문을 열었는데, 시작부터 공연장이 왕왕 울리더군요.

사진제공 | 신스웨이브



2부는 토크 위주로 프로그램을 구성했습니다. 각자 서로에 대해 서운했던 점과 고마웠던 점을 익명으로 털어놨는데, 뭐 앞에 한 줄만 들어봐도 누가 쓴 건지 곧바로 드러나더라고요. 덕분에 관객들에게 큰 웃음을 주었습니다.

간단하게 이날 공개된 에피소드를 소개하자면, 익명이 쓴 … 이라고 하지만 곧바로 이지훈 배우가 쓴 것이 들통이 나버린 얘기인데요.

“우혁아, 같이 술먹자고 하니 공연 있다고 혼자 가버렸지? 다음날 인스타그램 보니까 (한)지상이하고 영화보러 갔더라”라는 에피소드에 관객들이 빵 터졌습니다.

사진제공 | 신스웨이브



이날 공연에서 네 사람은 그야말로 판타스틱한 화음을 들려주었습니다.

이지훈 배우는 특유의 미성과 함께 짜릿한 고음 스킬을 선보였죠. 노래와 토크뿐만 아니라 눈빛과 표정에서도 맏형으로서의 든든함이 느껴졌습니다.

동생들 눈에서 형님에 대한 애정과 존경의 빛이 반짝이는 것 같더라고요.

민우혁 배우와 손준호 배우는 동갑내기 친구이기도 합니다. 1983년 생으로 서른 일곱, 돼지띠죠.

민우혁 배우는 네 명 중 가장 파워풀한 창법을 선보였습니다. 콘서트가 아니라 정말 뮤지컬의 한 장면을 가져다 놓은 듯 드라마틱했죠.

민우혁 배우를 볼 때마다 저는 “야구선수 출신이 어떻게 저리 노래를 잘 부를 수 있을까” 경이로울 정도입니다.

손준호 배우와 전동석 배우는 모두 성악을 전공했죠. 손준호 배우는 연세대, 전동석 배우는 한국예술종합학교를 다녔고 모두 바리톤입니다.

그러고보니 뮤지컬배우들 중에서는 바리톤들을 제법 볼 수 있는데요. 민영기, 양준모가 대표적인 바리톤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시원시원한 고음으로 인해 류정한 배우를 테너로 오인하는 경우가 있는데, 류정한 배우도 원래 바리톤이라고 하고요.

최재림 배우는 바리톤이었다가 테너로 전향한 케이스라고 합니다.

임태경 배우는 팝페라 테너로 분류되니 확실한 테너 쪽 소리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혹시 제가 틀린 부분이 있으면 댓글로 남겨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두 사람 모두 바리톤이지만 손준호 배우와 전동석 배우는 소리의 결이랄지 느낌이 많이 다릅니다.

손준호 배우는 상당히 부드러운 쪽인데요. 그래서인지 솔로곡도 좋지만 듀엣이라든지 콰르텟일 때 다른 사람들의 소리와 잘 섞이는 장점이 있더라고요.

아내인 김소현 배우와 방송이라든지 공연, 행사무대에서 듀엣곡을 부를 때가 많은데요. 듀엣경험이 상대적으로 풍부한 덕인지도 모르겠습니다.

1부에서 민우혁 배우와 듀엣으로 들려준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의 ‘너의 꿈 속에서’는 대단한 절창이었죠.

전동석 배우는 성악발성과 팝 발성을 딱 구분해서 노래하더군요. 팝도 잘 부릅니다. 물론 전동석 배우의 진가는 벨칸토 발성으로 확 질러댈 때 제대로 드러나긴 합니다만.

4인 4색이 아니라 4인 40색쯤 보여준 콘서트였다고 생각합니다.

판타스틱뮤지컬콘서트를 보면서 네 명을 음역대와 관계없이 클래식의 현악 4중주에 비유해 보는 것도 재미있겠다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그렇게 보자면 이지훈과 민우혁은 바이올린입니다. 퍼스트 바이올린과 세컨드 바이올린을 구분해야 하는데, 두 사람은 딱히 누가 퍼스트이고 누가 세컨드라기보다는 곡에 따라 퍼스트가 되었다가 세컨드가 되었다가 자유롭게 포지션을 바꿉니다.

현악4중주에서 바이올린은 멜로디를 연주하며 주제를 드러내죠.

전동석은 첼로입니다. 중후하고, 안정감있게 네 명의 화음을 받칩니다. 록밴드였다면 드럼입니다.

전동석이 있어서 판타스틱 4인조의 화음은 강력하고 두툼한 파워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손준호 배우는 어느 악기일까요?

그렇죠. 비올라입니다. 손준호 배우의 소리는 순하고 부드러워서 다른 사람들의 소리와 잘 섞입니다. ‘너와 나의 연결고리’이자 윤활유죠.

이지훈, 민우혁과 전동석의 사이를 솔기없이 자연스럽세 꿰매줍니다. 손준호가 있었기에 판타스틱 4인조의 화음은 더욱 입체적이고 풍성해질 수 있었을 겁니다.

이들 판타스틱 4인조가 정말 노인이 될 때까지 이 콘서트를 이어갈 수 있을지는 아무도 모르겠습니다만, 부디 관리들을 잘 해서 오래도록 관객과 무대에서 만날 수 있게 되면 좋겠습니다.

양형모 기자 hmyang030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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