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래툰 구축, 서 말의 구슬 꿸 허문회 감독의 비책

입력 2020-02-04 05:3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허문회 롯데 감독. 스포츠동아DB

“아직 완전체는 아니다. 플래툰 시스템을 구상 중이다.”


롯데 자이언츠는 수년째 프리에이전트(FA)의 큰 손으로 군림하며 전 포지션에 걸쳐 특급 선수들을 수혈했다. 하지만 장기적인 플랜 없이 지갑을 열었던 대가는 7년간 포스트시즌 1회 진출로 참담했다. 2019년에는 팀 연봉 1위임에도 압도적 최하위로 떨어졌다.


지난해 시즌이 끝난 뒤 부임한 성민규 단장, 허문회 감독은 합류 직후부터 “선수단 면면을 보면 최하위를 할 팀이 아니다”라고 입을 모았다. 결국 기존 자원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성과가 달라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성 단장의 ‘프로세스’는 올해가 아닌 장기적 플랜으로 선수층을 꾸려가는 과정이다. 하지만 당장 2020년만 보더라도 롯데 타선은 민병헌, 손아섭, 전준우, 이대호, 안치홍 등 국가대표급 멤버가 즐비하다.


서 말의 구슬. 하지만 이들이 시너지를 내지 못하면 처참히 실패한다는 것은 2019년 성적이 증명한다. 허문회 감독도 이를 알고 있다. 호주 애들레이드 스프링캠프를 소화중인 허 감독이 “우리 팀은 아직 완전체가 아니다”라고 강조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허 감독은 “투수와 야수 모두 부족한 부분이 많다. 전지훈련에서 팀을 만들어야 한다”며 “경쟁은 시즌 내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책은 플래툰 시스템이다. KBO리그 통계를 담당하는 ‘스포츠투아이’에 따르면 롯데의 2019년 플래툰 비율은 44.8%로 최저 9위였다. 대타 기용은 189회로 리그 4위였지만 타율은 0.193으로 7위에 불과했다. 주전들의 면면은 화려하지만 이들을 효율적으로 받칠 백업층이 현저히 얇았다. 144경기 장기 레이스에서 주전 의존도가 높은 팀은 처질 가능성이 높다. 수년째 화수분 야구를 표방한 두산 베어스, 키움 히어로즈가 연이어 좋은 성과를 내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결국 백업의 수준을 국가대표급 주전들의 자리를 위협할 정도까지 키우는 게 관건이다. 허 감독은 “시즌이 길다. 체력 안배를 위해 포지션별로 2명씩 플래툰을 돌릴 구상을 갖고 있다. 수석코치, 외야수비 코치와 그런 이야기를 많이 나누고 있다”고 설명했다.


롯데는 2000년대 후반 입단한 손아섭, 전준우 이후 내부에서 육성한 야수가 사실상 전무하다. 롯데의 육성 시스템은 물론 선수들의 의식이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캡틴’ 민병헌은 “젊은 선수들은 베테랑처럼 행동하면 안 된다”고 꼬집었다. 민병헌은 허 감독과 소통을 통해 확실한 동기부여, 그리고 자율 훈련 시스템을 선수단 내에 확립시키고 싶다는 목표를 드러냈다. 수년간 팀 성적이 떨어지면서 준수한 유망주들을 수집한 만큼 이들이 성장한다면 ‘뎁스 강화’라는 목표도 가능하다. 롯데의 애들레이드 캠프 목표는 확실하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오늘의 핫이슈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