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익래의 애리조나 스토리] 진화 거듭한 강백호의 시즌3, 당겼던 공을 잡아채라!

입력 2020-02-06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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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강백호가 5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투손의 키노 스포츠 콤플렉스에서 타격 훈련 중이다. 사진제공 | KT 위즈

첫 해는 홈런, 2년차 때는 정교함. 강백호(21·KT 위즈)는 매년 KBO리그 팬들을 놀라게 만들었다. 진화를 거듭한 괴물의 세 번째 시즌. 키워드는 ‘인플레이 타구 생산’이다.


등장부터 센세이션이었다. 2018년 KT의 2차 1라운드 지명을 받은 강백호는 138경기에서 타율 0.290, 29홈런, 84타점을 기록했다. 고졸 신인 대부분의 홈런 기록을 갈아치우며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2019년 부임한 이강철 KT 감독은 강백호에게 정교함을 주문했다. 그러자 강백호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116경기에서 타율 0.336을 기록했다. 출루율은 첫해 0.356에서 0.416으로 껑충 뛰었다. 0.44에서 0.70으로 상승한 볼넷/삼진 비율이 선구안과 정교함을 드러낸다. 홈런이 29개에서 13개로 급감했지만 생산성은 훨씬 좋아졌다.


시즌 종료 후에는 ‘2019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첫 성인 태극마크는 강백호에게 또 다른 과제를 안겨줬다. 대타 위주로 5경기에서 7타수 2안타 3타점을 기록했는데 삼진 3개를 빼앗겼다. 쿠바와 일본을 상대로는 실투를 제대로 노려쳤음에도 1루 방면 파울이 나왔고 결과가 삼진으로 이어졌다. 실투를 여지없이 장타로 연결시켰던 KBO리그 무대와는 분명 달랐다.


고민이 커졌다. 강백호는 귀국 후 이 감독과 만나 “상대가 쉽지 않다는 걸 느꼈다”고 털어놨다. 이 감독도 투수 입장에서 “대표팀 수준의 선수들은 절대 실투를 반복하지 않는다. 노려치고도 파울이 되면 쉽지 않다”고 조언했다. 강백호는 스윙 스타일에 약간의 변화를 주기로 결심했다. 투구를 우측으로 잡아당기는 기존의 스윙에서 중견수 쪽으로 잡아채는, 이른바 ‘인앤아웃 스윙’을 연습하고 있다. 이를 통해 인플레이 타구를 생산하겠다는 계획이다.

5일(한국시간) 스프링캠프지인 애리조나 투손에서 만난 강백호는 “파울이 되면 선택의 폭이 좁아진다. 설령 아웃이 되더라도 타구를 야수 쪽으로 보내기 위한 변화”라고 설명했다. ‘타격 이론 전문가’ 이순철 SBS스포츠 해설위원은 “국내 선수들이 포심 패스트볼 위주인 반면 외국 선수들은 투심을 주로 구사한다. 볼의 움직임이 많아 잡아당기면 1루측 파울이 잦다”며 “중견수 쪽으로 타구를 보낸다면 공략 가능성이 조금 더 높아질 것”이라고 점쳤다. 강백호의 이번 변화는 KBO리그를 대표하는 타자 수준에서 만족하지 않겠다는 의지다.


사령탑도 이러한 변화를 반겼다. 이 감독은 새 시즌을 앞두고 강백호에게 100타점을 주문했다. 강백호도 “득점권에서 잘 치는 선수가 되고 싶다. 찬스 땐 아무래도 성급했는데 멘탈이 좋아져야 할 것 같다. 분위기를 즐기고 싶다”고 사령탑의 기대에 부응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겨우내 서울에 자취방을 구해 운동에 매진한 만큼 스프링캠프 초반이지만 몸 상태는 이미 최상이다. 체중도 지난해 한창 때와 비교했을 때 4㎏ 가량 감량했고, 앞으로 3㎏ 정도를 더 뺄 계획이다. 연이은 성공에도 그에게 만족이란 없다. 강백호의 세 번째 시즌은 어떤 결말로 이어질까.

투손(미 애리조나주) |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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