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다영의 플로리다 리포트] “퇴근은 언제?…영어로 인터뷰하는 그날까지!” 새내기 김광현의 적응기

입력 2020-02-12 13: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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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현. 스포츠동아DB

메이저리그(MLB)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스프링캠프에 돌입한 김광현(32)에겐 모든 일이 새롭다. 아직은 낯선 미국 플로리다주 주피터 로저 딘 스타디움 훈련장 클럽하우스에 작게나마 자신의 공간이 있다는 사실조차 생경하다. 영어로 이름이 적힌 라커에는 빳빳하게 각이 잡힌 새 유니폼과 옷가지들이 차곡차곡 걸려있고, 김광현은 그 앞에 앉아 슬쩍슬쩍 동료들의 움직임을 엿보기도 한다. 작은 행동 하나조차 조심스러우면서도 이곳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이 궁금한 영락없는 새내기다.

● 신입사원의 마음으로

첫 출근을 앞둔 여느 사회인의 자세와 같았다. “새벽 5시 반에 나오는 선수들도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김광현은 첫 훈련일이었던 11일(한국시간) 부지런히 눈을 떠 오전 6시30분에 클럽하우스에 도착했다. 하지만 당황스러운 상황에 봉착했다. 12일 취재진을 만나 하루 전의 해프닝에 대해 털어놓은 그는 “도착해보니 문이 모두 잠겨 있었다. 마침 집에 놓고 온 것이 있어 왕복 30분이 걸려 집에 다녀왔다. 다시 오니 7시였고, 그때서야 라커룸으로 들어올 수 있었다”며 멋쩍게 웃었다.

● 저 퇴근해도 되나요?

난관이 또 있었다. 이번에는 퇴근이 문제였다. 훈련 첫 날 캐치볼, 러닝, 웨이트 트레이닝 등 개인 일정을 오전 9시에 모두 마쳤다. 언론과 인터뷰를 소화하고도 시간은 오전 10시에 불과했다. 눈치싸움을 시작했다. 개인 통역을 맡은 최연세 씨와 함께 동료들의 동태를 살폈다. “선수들 이제 씻는다. 그 다음에 뭐하는지 한 번 보자.” 동료들이 목욕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복장을 갖춰 입는 모습을 보고 나서야 김광현은 샤워실로 들어갔다.

김광현은 “메이저리그에서는 1년차가 아닌가. 선배들이 먼저 퇴근하셔야지”라며 웃은 뒤 “ 기다리고 앉아서 분위기를 살피다가 동료들이 퇴근할 때 바로 씻고 나도 집으로 갔다. 그게 11시30분 쯤이었다”고 했다. 이를 곧장 MLB 선배 류현진(토론토)에게 털어놨다. 이에 류현진은 “눈치를 왜 봐? 어차피 개인 훈련인데 그냥 가도 된다”며 웃었단다. 이제 김광현은 “시간 잘 지키고, 룰만 잘 따르면 된다고 하더라”며 소중한 것을 깨달았다는 듯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 홈런공장장의 기운을 모아

라커 꼭대기에 귀한 선물을 하나 모셔뒀다. 바로 친청팀 SK 와이번스의 간판타자 최정에게서 받은 방망이다. 투수도 타격을 소화해야하는 MLB의 특성을 고려해 특별히 공수한 것이다. 홈런공장장의 ‘장타’ 기운이 한가득 담긴 배트를 보면서 김광현은 괜히 든든한 기분도 느낀다. 고마운 마음을 품은 김광현은 “유명선수들의 방망이를 하나씩 받아서 열 자루로 되갚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물론 걱정도 된다. KBO리그 데뷔 후 타석에 들어선 기억은 단 세 번뿐이다. 3경기 2타수 무안타 1타점 1볼넷 1삼진이다. 사실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160㎞ 짜리 공을 던지는 투수도 수두룩하다. 방망이에 공이나 맞힐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털어놓은 그는 “장난으로 ‘홈런 세 방은 쳐야죠’라고 이야기를 했는데, 공을 맞힌다면 열심히 전력질주 하겠다”고 다짐했다.

● 인사해 내 친구들이야!

세인트루이스 투·포수조의 공식 훈련은 13일 시작한다. 하지만 새내기 김광현은 먼저 훈련을 시작했고, 12일에는 하루 전보다 더 많은 취재진이 동료들보다 먼저 땀을 흘리고 있는 김광현을 보려고 현장을 찾았다. 김광현은 미국 현지뿐만 아니라 한국에서 찾아온 수십 명의 기자, 카메라 등에 둘러싸여 첫 불펜 피칭을 펼쳤다. 한 현지 기자는 김광현에게 “첫 날보다 더 많은 기자가 온 것 같다. 좀 놀라지 않았나”라고 물었다. 그러자 김광현은 어깨에 잔뜩 힘을 주며 한국에서 온 기자들을 가리키더니 “우린 다 친구다. 내 친구들이 이렇게 많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현지 취재진은 폭소를 터뜨리며 그의 유머 감각에 놀라움을 나타냈다.

● 영어로 인터뷰하는 그날까지

활달한 성격의 김광현은 현지인들에게 먼저 영어로 말을 걸며 다가갔다. 주로 통역을 거쳐 포수와 투수 동료, 현지 기자들과 소통했지만 간단한 이야기는 직접 영어로 말하는 등 적극적이었다. 하지만 능통한 영어로 더욱 깊이 교감하고 싶은 것이 김광현의 속마음이다. 그는 “이곳은 운동을 일찍 시작하고 일찍 끝난다. 여가 시간이 많다. 일상 대화 정도는 할 수 있도록 영어 공부를 해야 할 것 같다”며 “영어로 인터뷰를 하는 그날까지 공부를 열심히 하겠다”고 공언했다.

주피터(미 플로리다주) | 서다영 기자 seody306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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