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시즌 치르는 전태풍

입력 2020-02-14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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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태풍. 스포츠동아DB

“나 진짜 이번이 마지막이야.”

서울 SK 전태풍(40)은 “진짜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 하느냐”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진짜 마지막”이라고 강조한다. 그의 지인이나 팬들로부터 아쉽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하지만 은퇴를 번복할 마음은 없다.

●KBL에서의 희로애락 10년

전태풍은 2009년 귀화혼혈선수 드래프트에서 1순위로 전주 KCC의 지명을 받아 10시즌을 KBL에서 뛰었다. 10년간 KBL에서 뛰는 동안 희로애락을 겪었다. 2010~2011시즌 KCC에서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차지하면서 최고의 순간을 누리는 한편, 두 번째 팀이었던 고양 오리온에서는 팀에 적응하지 못해 트레이드를 통해 부산 KT로 이적하기도 했다. 2015년에는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어 KCC에 입단, 친정팀에서의 은퇴를 꿈꿨으나 지난해 등 떠밀리 듯 FA시장에 나와 어렵게 SK와 계약을 체결했다.

코트 밖에서는 어린시절 동네 친구이자 아내인 미나 터너 씨를 만나 결혼, 세 아이를 낳아 기르고 있다.

전태풍은 “한국은 내게 안식처였다. 대학(조지아 공대) 졸업 후에 유럽에서 프로생활을 하는 동안 가족들이 있는 곳에서 정착해서 생활하고 싶었다. 한국 귀화를 해서 KBL에서 뛰고 가정을 이룬 시간이 내게는 너무 행복했다”고 말했다.

●“현실 인정, 이제 진짜 그만할 거다”

KBL에서 프로경력을 이어오는 동안 화려한 개인기술로 리그 정상급 가드로 활약해온 그였지만, 세월의 흐름을 거스를 수는 없었다. 1980년생인 그는 우리나이로 어느 덧 41세의 노장이 됐다. 은퇴는 자연스러운 수순이다.

그는 “마음 같아서는 더 뛰고 싶다. 하지만 나이를 먹으면서 선수로서 내 가치가 높지 않다. 대부분의 팀이나 감독님들은 나 같은 노장보다 젊은 선수들을 선호한다”며 “그게 아쉽다는 것이 아니다. 당연하다. 그것이 현실이고, 팩트다. 그리고 나는 그걸 인정했다”고 말했다. 이어 “KCC에서 은퇴하고 싶었는데, 그럴 수 없었다. 마음이 아팠다. 그 때 문경은 감독님에게서 연락이 왔다. 너무 기뻤다. SK랑 계약할 때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했다”고 계약 당시를 회상했다.

전태풍은 ‘2019~2020 현대모비스 프로농구’ 정규리그에서 13일까지 28경기에 출전, 평균 11분 가량을 뛰면서 3.5점·1.9어시스트를 기록 중이다. 최근에는 팀의 주축인 김선형(32)이 부상을 당해 출전시간이 늘어났다. 기록보다는 경기에 출전해 농구를 하고 있다는 것 자체에 의미를 두고 있다. 그는 “농구를 할 수 있다는 것에 행복하고 마지막을 좋은 팀에서 뛰고 있다는 것에 감사한다. SK 구단, 동료들에게 감사한다. 농구로 나는 충분히 행복했다. 이제는 가족과 시간을 보내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달 25일 서울 삼성과의 S더비에서 경기 도중 상대인 천기범을 가격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전태풍은 “나에게 너무 부끄럽고 실망스러웠다. 변명할 수 없는 내 잘못이다. 천기범과 삼성에게도, 팬들에게도 죄송한 마음이다”라고 재차 고개를 숙였다.

정지욱 기자 sto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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