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외줄 타는 K리그 감독, 그들은 누구인가?

입력 2020-02-14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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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의 역할에 대해 알렉스 퍼거슨 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은 “축구에서 99%는 선수고, 감독은 1%다. 하지만 그 1%가 없으면 100%가 될 수 없다”고 했다. 감독은 팀을 완성시키는 그런 존재다. 한 경기를 위해 선수 선발부터 훈련, 관리까지 모두 책임져야하는 자리다. 성적도 오롯이 감독의 몫이다. 잘하면 재계약이고, 못 하면 잘린다.

프로축구 K리그 감독은 모두 22명이다. K리그1(1부) 12명과 K리그2(2부) 10명으로 구성된 이들은 올해도 매일 외줄을 타야 한다. 햇살이 비출 때도 있지만 눈비가 오면 맨몸으로 감당해야한다. 그래도 그들은 “축구인생의 꽃”이라며 감독의 길을 고집한다. 2020시즌 개막을 보름가량 앞둔 가운데 고독한 길을 자처한 K리그 감독들의 면면을 살펴본다.

● 40대가 주류…평균 나이 48세

호적상 나이를 기준으로 모두 40~50대다. 40대가 14명, 50대가 8명이다. 평균 연령은 48세다. 이제 40대 초중반이면 감독을 시작해야할 나이다. 최고령은 1965년생(55세)인 부산 조덕제 감독과 전북 조세 모라이스 감독이다. K리그에 복귀한 대전 황선홍 감독은 52세로 서열 5위다. 가장 젊은 지도자는 경남 설기현·아산 박동혁 감독으로 1979년생(41세)이다. 안산 김길식(42세), 성남 김남일·광주 박진섭 감독(이상 43세)도 젊은 축에 속한다. 60대 지도자가 없다는 게 아쉽다. 서로 다른 경험을 가진 다양한 연령대의 지도자가 벤치를 지킬 때 스토리는 더 풍성해질 수 있다.

● 고려대 출신 4명으로 가장 많아

출신대학을 살펴보면 고려대 출신이 4명으로 가장 많다. 강원 김병수·수원 이임생·광주 박진섭·아산 박동혁 감독이 동문이다. 울산 김도훈 감독과 서울 최용수 감독은 연세대 선후배다. 한양대(이병근·김남일) 경일대(서울이랜드 정정용·전남 전경준) 출신도 나란히 2명씩이다. 고교 축구명문인 동래고(상주 김태완·최용수)와 부평고(수원 이임생·남기일) 출신도 2명씩으로 눈에 띈다.


● 선수 시절 포지션은 골고루 분포

아무래도 자신이 잘 알고 익숙한 포지션에 눈길이 먼저 가는 건 어쩔 수 없다. 공격수 출신이면 최전방 선수의 역할과 심리를 더 세밀하게 관찰한다. 수비수 출신이면 상대 공격을 차단하는 전술에 더 민감하다. 다만 감독이라면 총괄할 수 있는 이해력이 필요하다. 선수시절 포지션은 DF(8명) MF(8명) FW(6명)가 고르게 분포됐다. 수비수 출신은 박진섭·이병근·조덕제·김태완·이임생·송선호·정정용·박동혁 등이고, 김병수·김남일·임완섭·김기동·김도균·김길식·전경준·모라이스 등은 중원에서 뛰었다. 황선홍·최용수·김도훈·설기현·남기일·김형열 등 한국축구를 대표했던 스트라이커들도 즐비하다. 황선홍·최용수·설기현·김남일 등은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신화를 이룬 기적의 멤버들이다. 하지만 지도자는 선수와는 완전히 다른 영역이다. 화려했던 선수시절의 계급장을 떼고 또 다른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

● 황선홍 가장 화려한 지도자 경력…최용수, 모라이스도 리그 우승 경험

이미 우승을 경험한 지도자도 꽤 된다. 가장 화려한 이력은 황선홍 감독이다. 2006년 전남에서 지도자를 시작한 황 감독은 포항 감독으로 2012년 FA컵 우승, 2013년 K리그1·FA컵 우승(더블)을 차지했다. 서울로 옮긴 2016년에도 정상에 올랐다. 최용수 감독도 빼놓을 수 없다.서울 레전드인 그는 2012년 K리그 우승과 이듬해 AFC 챔피언스리그 준우승, 2015년 FA컵 우승 등으로 일찌감치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지난해 극적으로 K리그1 정상에 오른 모라이스 감독이나 K리그2를 평정한 박진섭(2019년)·박동혁(2018년) 감독도 무시 못 할 능력자들이다. FA컵 우승을 맛본 이임생 감독(2019년)이나 김도훈 감독(2017년)의 다음 목표는 정규리그 정상이다. 지난해 FIFA U-20 월드컵 준우승을 차지한 정정용 감독은 이제 K리그에 도전장을 냈다. 정 감독 이외에도 실질적으로 올해 감독 데뷔 시즌을 갖는 신예는 김남일·설기현·김도균·김길식·전경준 감독과 이병근 감독대행 등 7명이다. 젊은 지도자들이지만 풍부한 경험을 가진 까닭에 기대가 크다.

프로에서 인정받기 위해 꼭 필요한 건 성적이다. 과거의 명성은 흘러갔다. 어제의 환호도 잊어야한다. 오늘 어떤 성과를 내느냐가 중요하다. 마주한 도전을 이겨내야만 주인공이 될 수 있다. 시즌 내내 불면의 밤을 보낼 K리그 감독들의 건투를 빈다.

최현길 기자 choihg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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