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단해진 김태군, “가엾은 시선은 팬들의 권리…쉽게 안 죽는다”

입력 2020-02-19 15:4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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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격훈련 중인 김태군. 사진제공 | NC 다이노스

‘대박’을 노렸지만 현실은 차가웠다. 김태군(31·NC 다이노스)은 생애 첫 프리에이전트(FA) 시장에서 현실의 차가움을 뼈저리게 느꼈다. 하지만 아직 야구를 할 시간도, 그라운드에서 보여줄 것도 많이 남았다. “이대로 쉽게 안 죽는다”는 각오에는 보이는 것 이상의 결연함이 담겨있다.

김태군은 지난 겨울 FA 시장의 변수 중 하나로 꼽혔다. 이지영(키움 히어로즈)과 더불어 시장에 나온 알짜배기 포수였고, 리그에는 안방 사정이 열악한 몇몇 팀이 있었다. 선수에게는 호재였다. 2019시즌이 끝나기 전부터 트레이드 하마평에 숱하게 올랐던 만큼 기대가 컸다. 하지만 롯데 자이언츠와 협상이 틀어지면서 당초 예상 금액보다 훌쩍 떨어진 4년 최대 13억 원에 NC에 남게 됐다.

상심이 클 법하지만 아쉬움은 지웠다. 최근 미국 애리조나주 투손의 NC 스프링캠프에서 만난 김태군은 누구보다 바쁜 훈련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었다. 팀 훈련 내내 목청껏 소리를 지르며 파이팅을 넣는 특유의 모습도 그대로였다. 구슬땀을 흘린 뒤 인터뷰 자리에 앉은 그의 첫 마디는 “내가 선배라고 설렁설렁할 위치는 아니지 않나”였다.

수비 중인 김태군. 사진제공 | NC 다이노스


지난 겨울의 쓴맛은 교훈이었다. 동료 선수들을 비롯한 주위 사람들은 물론 야구 팬, 구단 관계자들까지 협상 결과를 두고 위로를 건넸다. 김태군은 “가엽게 보는 시선, 안 됐다는 시선이 많은 건 사실이다. 그건 팬들의 권리”라면서도 “외부의 시선이 그럴 수밖에 없다는 스스로의 현실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다. 내가 더 정신 차려야 한다. 이대로 쉽게 죽진 않는다”고 다짐했다.

경찰 야구단에서 복무했던 약 20개월의 시간은 “안일하지 않았다”고 자평했다. NC 경기 대부분을 챙겨보며 그라운드에 대한 갈증을 키웠기 때문에 금세 적응하리라는 자신도 있었다. NC와 KT 위즈의 5강 싸움이 한창일 때 팀에 꼭 보탬이 되겠다고 다짐했지만 지난해 복귀 후 18경기에서 타율 0.182로 고전했다. 김태군은 “쉽지 않다는 걸 느꼈다. 그 사이 팀이 달라져있었기에 적응이 쉽지만은 않았다”고 반성했다. 여기에 겨우내 FA 시장에서 한파까지 느끼며 심경은 복잡해졌다.

“군 생활 동안 성숙해졌다고 생각했는데, 이번 겨울을 통해 내 위치를 알게 됐다. 하늘이 ‘넌 아직 멀었다. 더 배워야 한다’고 메시지를 준 것 같다. 그럼에도 여전히 야구를 할 수 있다는 건, 그 끈을 놓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 아니겠나. 하나 더 배우며 깊게 성숙해졌다.”

입대 전 NC의 굳건한 안방마님이었지만 이제 리그 최고의 포수 양의지가 건재하다. 백업 자리를 두고 김형준, 정범모와 경쟁하는 입장이다. 주전에서 백업으로 위치가 바뀌었지만 ‘김태군다움’을 보여준다면 1군에서 경쟁력은 충분하다. 김태군은 “(양)의지 형과 난 몸값부터 다르다. 경쟁을 언급할 상대가 아니다”라며 “내가 가진 100%를 단 한 경기에 쏟게 됐다. 오히려 좋아질 여지는 충분하다고 생각한다”는 희망 섞인 각오를 전했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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