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인터뷰] 광주FC ‘캡틴’ 여름, “비주류도 성공할 수 있다는 걸 증명하고파”

입력 2020-02-22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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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FC는 2020시즌 주장으로 ‘원 클럽맨‘ 여름을 선임했다. 프로 입단 이후 꾸준히 광주에서 활약하는 여름은 “비주류도 프로에서 롱런할 수 있다는 걸 증명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동계훈련에서 구슬땀을 흘리는 모습. 사진제공 | 광주FC

K리그1 무대로 컴백한 시민구단 광주FC는 2020시즌을 뜨겁게 준비하고 있다. 1월 전남 순천에서 1차 훈련에 돌입한 박진섭 감독의 광주는 태국 치앙마이에서 동계전지훈련을 진행했고, 현재 광주에서 시즌 개막을 대비한 마무리 훈련에 나섰다.

광주의 목표는 분명하다. ‘잔류, 그 이상’이다. 단순히 살아남는 것을 뛰어넘어 그들만의 뚜렷한 컬러를 보인다는 의지로 가득하다. 울산 현대에서 활약한 국가대표 출신의 측면 수비수 김창수와 대구FC에 몸담은 검증된 수비수 한희훈 등 베테랑들을 수혈한 것도 전술적 다양함에 안정을 불어넣기 위함이다.

적지 않은 폭으로 변화한 광주이지만 선수단의 구심점은 ‘원 클럽 맨’ 여름(31)이다. 태국 전훈이 한창인 지난달 말 광주는 여름의 캡틴 승격 소식을 알렸다. 2012년 광주 유니폼을 입은 그는 K리그 통산 194경기에서 11골·13도움을 올렸다. 2018년 군 복무를 마치고 팀에 복귀했고 지난해 부주장으로 뛰며 K리그2 1위, K리그1 승격에 크게 기여했다.

최근 스포츠동아와 만난 여름은 “내가 광주에 머문 동안 우리 팀이 두 번이나 강등됐다. 더 이상 강등의 아픔을 느끼지 않도록 모든 걸 쏟아내겠다. 두 번의 승격을 일구며 팀 내 조직력과 화합의 중요성을 잘 알게 됐다. 항상 더 잘하고 싶다는 마음”이라며 주먹을 쥐어 보였다.


-여름에게 광주의 의미는?

“날 키워주고 성장시킨 집이다. 항상 편안하면서도 불편함도 느끼곤 한다. 더 잘해야 한다는 부담이다. 내가 더 잘했다면 팀도 잘 풀렸을 텐데. 그저 감사하고 고마울 따름이다.”

-원 클럽 맨은 생각했었나?

“더 이상 어린 선수가 아니다. 군 복무도 마쳤고, 나이도 들었다. 물론 현실적인 부분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지만 우리 팀에 대한 믿음이 있다. 전혀 고민하지 않을 수 없어도 다른 팀을 무조건 찾아야 한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솔직히 이적 고민도 해봤을 것 같다.

“맞다. 배고프게 축구를 한 적도 있다. 다른 팀에서의 도전도 완전히 배제한 적도 없다. 그럼에도 잔류한 건 광주가 그저 좋아서였다. 늘 좋은 분들만 만나서 그런지, 점차 발전하는 느낌도 들었다. 좋은 오퍼가 있어도, 연봉차가 좀 있더라도 적정한 선의 대우를 받는다면 이적할 이유는 없다는 생각은 했다. 현역 마무리까지 광주에서 하면 제2의 진로도 모색할 수 있지 않겠나.”

-새 시즌은 어떻게 될까.

“K리그1을 경험해봐서 그 느낌과 맛을 안다. 정말 설렌다. 또 다른 목표도 세웠다.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도 출전하고 싶다. 1부 리그에서 원정경기를 뛸 때 엄청난 희열이 느껴진다. 상대 팬들이 한껏 야유를 퍼부으면 더 힘이 난다. 축구선수라서 느낄 수 있는 감정과 경험 아닌가. 특히 포항 스틸러스, 전북 현대의 열기가 대단했던 기억이다.”

광주FC는 2020시즌 주장 완장을 ‘원 클럽맨‘ 여름에게 맡겼다. 그는 “비주류로 시작했지만 훗날 활짝 웃겠다”며 의지를 불태웠다. 동계훈련에서 구슬땀을 흘리는 모습. 사진제공 | 광주FC

-여름이 이루고 싶은 건 무엇인가.

“솔직히 지난시즌 대구FC가 많이 부러웠다. 선수들도 종종 이야기한다. 경기장도 유럽의 느낌이고, 압박도 대단하다. 우리도 그 이상으로 하고 싶다. 광주도 대구처럼 축구가 흥행할 수 있다는 걸 입증하고 싶다. 새 시즌의 새로운 동력은 우리가 되고 싶다. (대구의) 김대원, 정승원도 잘하지만 우리 후배들도 잘한다.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동료들과 어린 친구들이 행복하게 축구를 하는 환경이 열렸으면 한다.”

-광주에 축구전용경기장이 생겼다.

“신혼여행으로 유럽을 다녀왔는데, 독일에서 도르트문트 경기를 관전했다. 남녀노소 모두 노란 유니폼을 입고 있는 모습은 장관이었다. 우리도 비록 작지만 전용구장이 생겼다. 많은 관중에게 행복을 주고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도록 좋은 경기를 하고 싶다.”

-본인의 K리그 커리어는 어땠나.

“난 비주류 축구인생이었다. 프로에도 번외지명으로 입단했다. 신인 때는 아예 한 경기도 뛰지 못했다. 프로에서 롱런하는 선배들 대부분이 어릴 적부터 태극마크를 달고, 화려한 걸음을 걸었는데 나도 롱런하면서 선입관을 깨고 싶다. 비주류였어도 괜찮은 선수가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 시상대에 아직 선 기억이 없다. 언젠가 오를 시상대에서 외치고 싶다. ‘날 보며 꿈을 잃지 말라’는 얘기를 신인들에게 해주고 싶다. 늦어도 포기할 이유는 없다. 누구나 같은 정상을 향해 달려간다. 속도의 차이는 있지만 묵묵히 노력하면 생각보다 빨리 올라갈 수 있지 않겠나.”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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