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스포츠도 셧다운 현실화

입력 2020-02-24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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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모처럼 열린 A매치지만 관중석은 텅 비었다. 23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컵 예선 A조 한국-태국전은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해 무관중 경기로 펼쳐졌다. 잠실|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개막연기·무관중·스포츠 강타한 코로나19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19’(코로나19)의 지역사회 감염 확산으로 국내 스포츠산업의 셧다운(Shut Down)이 현실화되고 있다.

각 스포츠 단체는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대회 취소, 무관중 경기 진행 등을 연이어 발표하고 있다. 그동안 열화상 카메라를 급히 구매하고 손 소독제 및 마스크 제공 등으로 대응해 왔지만 21일부터 지역사회로 감염이 확산되자 운영 중단 등의 강도 높은 조치를 단행하고 있다. 정부는 23일 위기경보를 최고단계인 ‘심각’으로 격상했다. 각 스포츠종목의 대응 수준도 앞으로 더 높아질 전망이다.

● 프로배구 무관중 경기 확정

남녀프로배구 V리그를 관장하는 한국배구연맹(KOVO)은 23일 오후 늦은 시각, 잔여 경기를 무관중 경기로 치르기로 전격 결정했다. 당초 24일 논의할 예정이었지만 사태가 심각해지자 결단을 내렸다. 이에 앞서 인천광역시와 경북 김천시, 경기도 안산시 등 지방자치단체는 21일 V리그 연고구단에 리그중단 혹은 무관중 경기를 요청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김천시는 동시에 도로공사의 홈 경기장이 있는 스포츠타운 전체를 임시 폐쇄했다.

V리그는 현재 시즌이 절정으로 25일부터 3월 18일까지 마지막 6라운드 65경기가 남아있다. 방송중계권 계약 및 스폰서 광고 등으로 당장 리그 중단은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정부가 위기경보를 최고 단계인 심각으로 격상하자 재빠르게 대응했다.

중계권 계약에서 자유로운 핸드볼은 남은 리그 일정을 모두 취소했다. 대한핸드볼협회는 23일, 4월까지 남아있던 SK핸드볼코리아리그 경기를 모두 열지 않기로 결정했다. 지난해 11월 개막한 리그는 코로나19가 확산되자 일정 축소, 플레이오프와 챔피언결정전 취소, 무관중 경기 등으로 대응 단계를 높여왔었다.

‘코로나19’의 확산으로 국내 스포츠산업의 셧다운이 현실화되고 있다. 23일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여자부 GS칼텍스-현대건설전을 보기 위해 마스크를 쓴 채 손 소독을 하며 입장하고 있는 관중들. 주현희 기자 teth1147@donga.com


● K리그1 개막전 일부 연기·농구 A매치도 무관중

한국프로축구연맹은 21일 K리그1 2020 개막전 중 29일 대구FC, 3월 1일 포항 스틸러스의 홈경기를 연기하기로 했다. 대구·경북지역을 제외한 나머지 팀들의 경기는 일정대로 치르기로 했지만 24일 연맹 내 사무국에서 추가 조치를 논의키로 했고, 상황에 따라 긴급이사회 개최도 고려키로 했다.

여자프로농구(WKBL)는 무기한 무관중 경기를 이미 시작했고 남자프로농구(KBL)는 25일 긴급이사회를 열고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모처럼 국내에서 열린 남자농구 대표팀 A매치도 관중 없이 열렸다. 23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컵 예선 A조 태국전은 관중들에게 객석을 개방하지 않았다. 올해 첫 국내 A매치로 많은 표가 예매됐지만 무관중이 결정됐다. 취재진 및 진행요원들도 경기 전 발열 검사 및 감기 증상, 최근 중국 방문 여부를 묻는 문진표를 작성한 후에야 입장할 수 있었다.

대표팀 김상식 감독은 “오랜만에 A매치여서 팬들 기대감이 높은 걸로 알고 있었다. 많은 팬들 앞에서 경기를 했으면 선수들이 큰 힘이 됐을 텐데 아쉽다. 그러나 코로나19의 심각성이 높아져 어쩔 수 없는 결정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22일 부산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2020 부산세계탁구선수권대회 조 추첨식도 하루 전날인 21일 연기됐다. 이번 대회는 3월 23일부터 29일까지 부산 벡스코에서 열릴 예정이며 83개국 선수들이 참가한다. 대회 조직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는 유승민 대한탁구협회 회장은 “코로나19와 관련해 계속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 상황에 따라 대회 연기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부산시, 방역당국과 긴밀히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조 추첨을 위해 한국을 찾았던 스티븐 데인튼 국제탁구연맹 CEO는 부산에서 확진자가 없었던 21일 “아직 부산에 확진자가 나오지 않아 취소를 결정하지 않았지만 상황이 급격히 악화되면 연기를 고려하겠다”고 설명했다. 이후 부산에서는 23일 낮 12시까지 총 16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스포츠동아DB


● 개막 앞두고 고민에 빠진 프로야구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대구시 권영진 시장은 21일 “KBO에 프로야구의 개막 연기를 요청한다. 일정상 불가피할 경우 무관중 경기를 검토해 달라”고 밝혔다. 국내에서 가장 많은 관중이 찾는 인기종목인 KBO리그는 3월 14일 시범경기가 시작되고 28일 정규시즌이 개막된다.

14일부터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시범경기 4연전이 예정돼 있다. 시범경기는 장소를 변경하거나 무관중 혹은 취소해도 큰 타격이 없다. 그러나 페넌트레이스는 중계권 계약이 맺어져 있고 7월 24일부터 8월 10일까지 도쿄올림픽으로 리그가 중단돼 일정변경이 어렵다. KBO는 심도 있게 시범경기 및 페넌트레이스 일정에 대해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올 시즌 대구 첫 경기는 4월 3일로 아직 시간적 여유가 있다. 그러나 코로나19 발병이 심각한 단계로 진행되면 무관중 경기 등의 대응이 이어질 수 있다.

● 경마·경륜 중단

한국마사회는 23일 예정된 경마를 취소했다. 서울, 부산, 제주경마장 등 전 사업장 운영도 임시 중단하기로 했다. 국민체육진흥공단이 운영하는 경륜도 이날부터 모든 일정이 임시 중단됐다. 4주간 휴장 후 26일 재개장을 앞두고 있던 경정도 열리지 않는다. 국민체육진흥공단은 경륜과 경정 17개 지점을 당분간 폐쇄하기로 했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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