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인터뷰] 노지훈 “‘노래 그만둘까’ 고민…트로트가 날 구해준 것”

입력 2020-02-26 10:5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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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인터뷰] 노지훈 “‘노래 그만둘까’ 고민…트로트가 날 구해준 것”

연예인의 준수한 외모는 분명한 이점 중 하나다. 외모 덕에 드라마 오디션 합격이 좌우되기도 하고 대중의 호감을 얻는데 조금 더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도 한다.

그러나 아무리 준수한 외모도 호불호가 갈리는 법이고 외모에 가려져 본인이 가장 어필하고 싶은 부분이 가려지기도 한다. 노지훈이 TV 조선 ‘내일은 미스터트롯’에 도전한 이유도 외모에 가려진 트로트 장르에 대한 진심을 보여주기 위해서였는지도 모르겠다.

“‘미스터 트롯’은 경연 프로그램이니까 당연히 1등을 욕심내고 참가했죠. 그래도 그보다 먼저 제가 선택한 트로트 장르를 좀 더 깊게 배워보고 싶어서 참가했어요. 예전부터 음악적으로 부족한 부분이 많다고 느꼈으니까요.”

실제로 노지훈은 MBC '위대한 탄생' 출신 트로트 가수라는 특이한 이력 그리고 준수한 외모로 인해 ‘미스터 트롯’ 방송 전부터 화제의 참가자 중 한 명이었다. 그러나 노지훈을 향한 음악적 기대가 다소 낮았던 것 또한 사실이다.

“비주얼적인 부분이 입에 오르내린다는 건 감사한 일인 것 같아요. 우선 저를 좋게 봐주신다는 증거니까요, 그래도 실력적인 부분을 보여드리고 무대 위에서 받은 숙제들을 하나씩 해결하고 싶었어요. 언젠가 장윤정 마스터 님이 ‘실력이 외모를 이겼다’는 말씀을 해주셨는데 그 말이 정말 기억에 남았어요.”

‘미스터 트롯’은 현재 종합편성채널 사상 최고 시청률을 쓰며 공전의 히트를 기록 중이다. 그만큼 다채로운 무대와 쉽지 않은 미션들이 즐비했다. 굳이 짚어 보자면 출연자들을 갈아넣어 만든 영광이다.

“저는 솔로 가수로 데뷔를 했고 늘 혼자서 무대를 꾸며왔어요. 그래서 팀 미션이 늘 유독 힘들더라고요. 대디부 때나 트롯 신사단 때도 그랬지만 짧은 기간 안에 준비해야 하는 것들이 많았어요, 그리고 각자의 합을 맞추는 일도 쉽진 않았죠. 팀 미션 때 서로 신경전이 없었다면 거짓말이지만 출연자 모두 ‘우리는 다 같이 잘 되어야 한다’는 의식이 강했어요. 제가 봐 온 다른 경연 프로그램과 가장 다른 부분이 이런 점이에요.”


이렇게 노지훈은 조금씩 트로트 가수의 DNA를 하나씩 장착해 갔다. 시청자들과 마스터들의 극찬을 받은 ‘당신’ 무대나 노지훈에게서 그동안 볼 수 없었던 모습을 보여준 ‘어쩌다 마주친 그대’ 공연은 그가 이 경연을 통해 얼마나 성장했는지를 보여준다.

그럼에도 여전히 의문이 드는 부분이 있다. 왜 노지훈은 트로트 가수가 되었는가. 이 질문에 노지훈의 대답은 굉장히 간단했다. “조금이라도 더 많은 무대에 서고 싶어서”라고 답했다.

“제가 솔로로 처음 데뷔했을 때는 가요계가 아이돌로 포화된 상태였어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저 같은 솔로 가수가 설 수 있는 무대가 줄어들었죠. 물론 제 실력 탓도 있었지만요. 그러다 보니 무대는 서고 싶고 설 무대가 없어지면서 슬럼프를 겪게 됐어요. ‘난 노래를 하면 안되는 건가’ 할 때 쯤 트로트를 만났어요. 이 장르가 저를 구원해 준 거라고 생각해요.”

그러나 당연히 노지훈의 트로트 적응은 쉽지 않았다. 장르 특성상 댄스나 알앤비와도 전혀 다른 지점에 서 있는 것이 바로 트로트였기 때문이다.

“연습생 때 댄스를 하며 노래를 부를 때는 숨이 차올라 헉헉 대면 안 되니까 딱딱 끊어 부르곤 했어요. 그리고 알앤비 음악을 할 때는 밀고 당기기를 하면서 부르는 식으로 기교를 많이 썼죠. 그런데 트로트는 앞서 말한 부분들을 다 할 줄 알아야 해요. 거기다가 무조건 진정성을 담아 불러야 해요. 이 장르는 제 안의 이야기를 숨김없이 다 들려줘야 하더라고요.”


그의 말에 따르면 트로트는 곡의 속도와 상관없이 진정성이 필수다. 그리고 그 가수의 진정성을 본 관객들은 내면의 흥을 마음껏 분출하며 무대 위 가수에게 에너지를 전달한다.

“그 부분을 제대로 느낀 무대가 바로 ‘어쩌다 마주친 그대’ 공연이었어요. 그건 저도 제 스스로를 많이 내려놓은 무대였는데 관객 분들의 에너지를 받아 저조차도 노래를 부르면서 흥이 올랐던 것 같아요. 당시에 독감 때문에 아프고 난 후에 선 무대였지만 관객들 덕에 마음껏 놀 수 있었어요.”

분명 노지훈이 경험한 것은 가수와 관객이 하나가 되는 순간이다. 아무나 할 수 없는 경험을 직접 체험하게 된 것이 트로트 가수 노지훈에 가장 큰 자산이 될 것이다. 그리고 이 무대를 끝으로 노지훈의 ‘미스터 트롯’은 막을 내렸다.

“제가 처음에 트로트를 시작한다고 했을 때 누군가는 ‘왜 그렇게까지 됐느냐’, ‘꼭 해야겠느냐’고도 했어요. 하지만 ‘미스터 트롯’이 끝난 후에는 많은 분들이 절 인정해 줘요. 그래서 요즘은 하루 하루 행복하게 일하고 있어요.”

하지만 노지훈의 트로트는 이제 겨우 시작됐을 뿐이다. 광고, 행사 등 다방면에서 노지훈을 찾지만 결국 그가 가장 하고 싶은 것은 무대 위에 올라 노래를 부르는 것이다.

“언젠가 장윤정, 박현빈 선배님처럼 전 세대를 아우르는 가수가 되고 싶어요. 세미 트로트에서 정통 트로트까지 다 소화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트로트 가수지만 연기도 하고 뮤지컬도 할 수 있는, 저 노지훈만이 할 수 있는 것들을 다 해보고 싶어요.”

동아닷컴 곽현수 기자 abro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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