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기획W] 10년째 무소식…고졸 순수 신인왕 올해는?

입력 2017-03-24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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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첫 고졸 순수 신인왕 염종석.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성년식을 치르고 비로소 갓을 쓴 채 사회에 나선다는 스물 나이 ‘약관(弱冠)’. 풋풋하면서도 패기 넘치는 스무 살 신예들이 일으키는 파란이 KBO리그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시범경기 중이고, 정규시즌의 막이 올라가지 않았지만 야구계에선 2007년 이후 종적을 감췄던 고졸 순수 신인왕 탄생에 벌써부터 기대감을 갖는 모습이다.



● ‘대졸 주류’ 깨뜨린 염종석의 등장

KBO리그는 1982년 출범 다음해부터 매년 신인왕의 주인공을 가렸다. 1983년 박종훈(당시 OB)을 시작으로 지난해 신재영(넥센)까지 총 34명이 연말 시상식의 주인공이 됐다. 그러나 34명의 신데렐라 가운데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신예는 그리 많지 않았다. 프로에 첫 발을 내딛음과 동시에 생애 한 번뿐인 영광을 안은 이들은 단 7명뿐이었다.

그 첫 테이프를 끊은 개척자는 ‘안경잡이’ 염종석이었다. 1992년 부산고를 졸업한 염종석은 롯데 유니폼을 입자마자 깜짝 활약을 펼쳤다. 강력한 직구를 바탕으로 무려 17승 방어율 2.33을 거두고 그 해 신인왕과 방어율왕, 골든글러브를 동시에 따내는 기염을 토했다. 염종석의 신인상 수상은 당시로선 파격적인 ‘사건’이었다. 대졸선수들이 주류를 형성하던 시절, 앳된 고졸투수의 파란은 이후 패러다임을 바꿔놓는 디딤돌이 됐다.

염종석이 닦아놓은 길은 1998년 김수경이 따랐다. 김수경은 데뷔 첫 해 12승을 올리고 현대의 첫 우승에 일조한 뒤 신인왕의 감격까지 차지했다.

2000년대 들어선 고졸 신인들의 활약이 더욱 두드러졌다. 2000년 SK 창단 당시 신인이던 이승호는 10승 9세이브로 신인왕에 올랐고, 이듬해엔 20홈런의 한화 김태균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고졸타자 순수 신인상을 거머쥐었다. 2004년엔 현대 왕조의 마지막 신인왕 오주원(당시 이름 오재영)이 세상 밖으로 나왔다.

신인 시절 김수경-이승호-김태균(왼쪽부터). 사진|스포츠동아DB·SK 와이번스·한화 이글스



● 그리운 ‘포스트 류현진’…올해엔 과연?

팬들의 뇌리 속에 깊이 남아있는 고졸 순수 신인왕은 역시 류현진(당시 한화)이다. 류현진은 2006년 프로 무대를 밟자마자 18승 204삼진을 올리는 활약으로 ‘괴물’의 등장을 알렸다. 전무후무한 신인왕-MVP 동시 수상 역시 류현진만이 가지고 있는 기록. 마지막 고졸 신인왕은 2007년이었다. 두산 소속 임태훈이 20홀드로 한 번뿐인 영광을 안았다. 하지만 그라운드 밖에서 물의를 일으키고 불명예 퇴장했다.

이후 10년이 흘렀다. 고졸투수들의 혹사와 고졸타자들의 적응 문제 등이 겹치며 약관 신인왕의 가능성은 점차 사라지는 추세다. 그러나 올해는 분위기가 다르다. ‘바람의 손자’로 불리는 넥센 이정후가 시범경기 연일 맹타를 휘두른데 이어 팀 동료 김혜성과 kt 홍현빈 역시 타선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마운드에선 삼성 최지광과 장지훈, 두산 박치국 등이 돋보인다.

최근 들어 대형 신인이 유독 가물었던 만큼 야구계의 기대감은 어느 때보다 부풀어있다. 10년째 계속된 가뭄을 끊어낼 단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새내기들의 총성 없는 전쟁은 이제 시작이다.

넥센 이정후-삼성 최지광(오른쪽). 사진|스포츠동아DB·스포츠코리아


고봉준 기자 shuto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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