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외야전쟁’ 민병헌도 인정한 김인태의 도전

입력 2017-03-25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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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김인태.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진정한 화수분이다. 두산에 또 한 명의 인재가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김인태(23)가 그 주인공이다. 그는 2017년 KBO리그 시범경기에서 6경기에 출전해 타율 0.600(15타수 9안타)으로 맹타를 휘두르며 두산 김태형 감독의 외야교통정리 고민을 가중시켰다.

사실 예고된 선전이다. 김인태는 아마추어 시절 천일북일고에서 실력이 빼어나기로 명성이 자자했다. 2013년 신인지명회의 때 외야수로는 드물게 1라운드 지명을 받은 기대주였다. 당시 두산은 김인태를 지목하면서 ‘제2의 김현수’가 될 인재라는 호평을 쏟아냈다.

물론 프로무대는 냉정하다. 김인태가 입단했을 때 두산 외야진은 리그 최강이었다. 아직 신인인 그가 뛸 자리가 마땅하지 않았다. 구단은 그를 경찰야구단으로 보내 군 문제를 먼저 해결하게 했다.

김인태도 현실을 직시하고 차분히 때를 기다리며 훈련에 매진했다. 기회는 2016시즌 찾아왔다. 꿈에 그리던 1군 무대를 밟으며 첫 발을 내디뎠다. 첫해 1군 성적은 14경기 출장에 타율 0.167(18타수3안타), 3타점에 불과했다. 그러나 영양가는 높았다. 두산 김태형 감독이 “지난해 (김)인태를 대타자원으로 잘 활용했다”고 할 정도로 인상적인 모습을 보였다.

올해는 기대치를 더 끌어올렸다. 시범경기에서 맹타를 휘두르며 눈도장을 받는 데 성공했다. 그는 24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시범경기 삼성전에서도 2-2로 맞선 6회 바뀐 투수 장지훈의 실투를 놓치지 않고 받아쳐 우중간을 가르는 3루타를 쳐냈고, 박세혁의 적시타 때 홈을 밟아 결승점을 올렸다. 3-2로 앞선 7회 1사 1·2루에서는 볼넷을 골라내 만루 찬스를 만들었다. 승부를 가르는 ‘빅 이닝’을 만드는데 한몫했다.

두산 민병헌. 스포츠동아DB


민병헌은 김인태의 활약에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난 정말 고민을 많이 해서 겨우 안타를 쳐내는데 (김)인태는 쉽게 안타를 만들어낸다. 진정한 타신”이라며 후배의 용기를 북돋워주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그는 “타신은 농담 반, 진담 반으로 하는 얘기”라며 웃고는 “(김)인태가 그만큼 열심히 하니까 보게 된다. 내가 남의 타격자세를 유심히 보면서 좋은 점은 배우려고 노력하는 편인데 (김)인태는 타석에서 자세가 좋고 스윙 메커니즘, 임팩트 순간, 배트 스피드 등 여러 장점을 갖고 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어 “아직까지 타석에서 긴장을 하고 보완할 부분도 있지만 벤치에서 (김)인태가 치는 걸 유심히 보면서 느끼는 부분이 많다”고 귀띔했다.

민병헌의 극찬을 받은 김인태는 “과찬이다. 안타는 재수가 좋아서 나온다고 생각한다”며 손사래를 치고는 “시범경기에서 좋은 결과가 나오고 있지만 이것 또한 운이라고 생각한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물론 노력은 많이 했다. 그는 “2군에서 송재박 코치님, 장원진 코치님과 대화를 많이 했다. 안 좋을 때 스윙궤적 때문에 땅볼이 많이 나오는 편이었는데 그 모습이 나오지 않도록 단점을 보완하는 데 집중했다”며 “1군에서는 선배들 덕분에 많이 배우고 있다. (민)병헌이 형, (박)건우 형, (허)경민이 형 등이 덕아웃에서 상대투수의 성향 등을 많이 얘기해준다. 덕분에 자신 있게 타석에 들어설 수 있는 것 같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아직 가야할 길이 멀다는 것을 잘 안다. 그는 “우리 팀은 외야가 치열한데 ‘경쟁’이라는 말 때문에 부담이 커진다”며 “그냥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보여주면 된다는 마음으로 임하고 있다. 부족한 부분이 많으니 준비를 잘해서 기회를 얻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이를 악물었다.

잠실 |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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