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의 기다림, 성실함으로 응답한 버나디나

입력 2017-04-25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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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버나디나.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KIA의 새 외국인타자 로저 버나디나(33)를 두고 시즌 초반 의심스러운 시선이 있었다. 비록 개막 후 5경기가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지만 1할대 타율을 보였고, 이후에도 2할대에서 좀처럼 반등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코칭스태프에서도 ‘우리가 생각하던 버나디나가 맞나?’라는 작은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내 버나디나의 성실한 자세를 떠올리며, 믿음으로 기다렸다. 영입 과정, 그리고 캠프 때부터 관찰한 그의 모습은 팀 내부에 강한 확신을 줄 수밖에 없었다.

방망이는 안 맞았지만, 수비와 주루는 기대한대로 최정상급이었다. 새로운 팀의 1번타자로서 기대감이 컸다. 그러나 날고 긴다는 외국인타자들도 처음엔 적응의 시간이 필요한 법. KIA 코칭스태프는 버나디나에게 시간이 필요하다고 봤고, 김기태 감독은 “수비나 주루 등 현재 다른 부분에서 주는 플러스 요인을 감안해야 한다”며 힘을 실어줬다.

KIA 버나디나. 스포츠동아DB


코칭스태프의 믿음과 기다림에 선수가 응답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진 않았다. 버나디나는 9일 광주 한화전에서 시즌 1호 홈런을 터뜨리면서 감을 잡는 듯했지만, 다시 무안타 경기가 이어지며 잠시 침체기를 겪었다. 그러나 15일 광주 넥센전 멀티히트(4타수 2안타)를 시작으로, 23일 잠실 LG전까지 8연속경기 안타를 기록 중이다.

버나디나는 24일까지 타율 0.299·1홈런·8타점을 기록 중이다. 3할에 임박할 정도로 타격감이 올라왔고, 도루는 7개로 단독 1위다. 박흥식 타격코치는 “우리가 본 게 틀렸나 싶은 우려가 있었지만, 맞았다는 걸 증명하고 있다. 워낙 성실한 선수다. 방망이가 안 맞을 때, 본인 스스로도 엄청 연구하고 훈련하더라”고 말했다. 이어 “사실 KBO리그 적응의 문제였다. 특유의 성실함으로 잘 이겨냈다”면서 “용병 타자이기 때문에 많은 걸 얘기해주진 않았다. 몇 가지 포인트였는데 금방 자기 것으로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박 코치가 조언한 부분은 2가지였다. 하나는 너무 뒤에서 형성된 히팅포인트를 조금 앞으로 가져오는 것, 그리고 타격시 팔꿈치의 높이가 너무 높아 생기는 약점이었다. 박 코치는 “얘기한 부분을 결국 자기 스스로 해내더라. 버나디나에게 우리가 원하는 건 홈런이 아니다”라며 기대한 대로 나아가고 있다며 흡족해 했다.

이명노 기자 nirvan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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