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브레이크] 외국인에게 KBO는 종착역 아닌 도약의 정거장

입력 2017-04-25 18: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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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워키 테임즈.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NC에서 뛰었던 에릭 테임즈(31)가 시즌 초반부터 연일 홈런포로 메이저리그(ML)를 강타하고 있는 상황에서 롯데 유니폼을 입었던 짐 아두치(32)도 빅리그에 승격돼 인상적인 복귀 신고식을 했다.

우선 테임즈다. 25일(한국시간) 홈구장 밀러파크에서 열린 신시내티전에 2번 1루수로 선발출장해 시즌 9호와 10호 홈런을 연타석으로 쳐냈다. 1회말 1사 후 상대 좌완 선발투수 아미어 개럿을 상대로 우중월 솔로홈런을 때리더니, 4-1로 앞선 2회말 2사 1루서 좌중간 담장을 훌쩍 넘기는 2점홈런을 터뜨렸다. 이날에만 3타수 2안타 3타점. 시즌타율은 0.373(67타수 25안타)으로 올랐고, 양대리그 전체 홈런 단독 1위를 질주했다. 홈런 공동 2위 그룹(7홈런)과 격차를 더 벌렸다.

밀워키의 크레이그 카운셀 감독은 “테임즈에게 많은 신뢰를 느끼게 됐다”고 털어놨다. 테임즈는 NC 소속으로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간 타율 0.349에 102홈런, 382타점으로 놀라운 활약을 펼쳤다. 특히 2015년에는 KBO리그 사상 최초로 40홈런-40도루를 달성하면서 시즌 MVP까지 거머쥐었다. 그동안은 대부분 KBO리그에서 만들어낸 숫자에 대해 의심했지만, 모두들 이제 인정을 하는 분위기다.

이런 상황에서 하루 전인 24일에는 지난해 롯데에서 활약한 짐 아두치가 ML에 콜업돼 맹활약을 펼쳤다. 올해 디트로이트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한 아두치는 트리플A 톨레도에서 타율 0.349 등 호성적을 올리면서 기회를 엿봤다. 그리고 제이코비 존스가 부상자명단에 오르면서 빅리그에 콜업됐다. 그는 미네소타 원정경기에서 7번 우익수로 선발출장한 뒤 첫 타석부터 3루수쪽 내야안타를 치더니 4타수 3안타 2타점 2득점으로 팀의 14-3 승리에 힘을 보탰다.

디트로이트 아두치.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2003년 플로리다에 지명됐던 아두치는 10년 만인 2013년 텍사스에서 ML에 데뷔해 2014년까지 2시즌 동안 빅리그 61경기를 뛴 바 있다. 2015년 KBO리그에 와서 롯데 선수로는 사상 처음으로 호타준족의 상징인 20홈런-20도루를 기록했지만, 2016년 시즌 도중 도핑검사에서 금지약물인 옥시코돈 성분이 검출돼 36경기 출장정지 처분을 받고 말았다. 고질인 허리통증을 다스리기 위해 미국에서 처방받은 약물을 먹었다고 했지만 결국 롯데도 6월1일 방출할 수밖에 없었다. 여론도 여론이지만 출장정지가 풀리는 8월까지 기다릴 여유가 없었다.

아두치는 25일엔 경기가 없어 휴식을 취했다. ML 통산타율이 이제 2할대(0.206)로 올라섰다. 그 이전에도 KBO리그에서 활약하다 미국으로 돌아가 ML에 반짝 콜업된 뒤 다시 소리 없이 사라진 선수들도 꽤 있었기 때문에 미래를 장담할 수는 없다. 그러나 적어도 ML 복귀 첫 경기에서 강인한 인상을 남겨 일단 어느 정도 기회를 받을 가능성이 커졌다.

과거엔 KBO리그는 외국인선수들에겐 ‘야구인생의 종착역’이나 마찬가지였다. 대부분 ML 무대를 포기하고 “돈이나 벌자”며 오는 곳쯤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이제 조금씩 변화되고 있다. 테임즈가 중심에 서고 있다. NC 김경문 감독도 “테임즈가 여기(KBO리그)에서 열심히 하면 다시 메이저리그로 가서 잘할 수 있다는 길을 제시하고 있다. 이는 분명 다른 외국인타자들한테도 동기부여가 될 것이다”고 말한 바 있다. 테임즈에 이어 아두치까지 거든다면 KBO리그는 앞으로 외국인들에게 재도약의 기회를 제공하는 ‘약속의 땅’으로 각광받을 가능성이 크다.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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