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오태곤 “트레이드 눈물바다의 진실은요…”

입력 2017-04-26 14:03: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kt 내야수 오태곤(26). 사진제공|롯데자이언츠

이제 새 팀에 둥지를 튼 지 일주일 남짓 흘렀다. 닭똥 같은 눈물은 어느덧 굵은 땀방울로 변했다. 얼떨떨하던 표정 역시 한층 밝아졌다. kt 내야수 오태곤(26)의 이야기다.

18일 저녁 오태곤은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어야했다. 평소처럼 경기를 마무리하던 시점에서 코칭스태프가 그를 조용히 불렀다.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직감했지만, 트레이드 소식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오)태곤아, kt로 가야겠다.”

그날 사직 NC전을 마친 뒤 오태곤은 클럽하우스에서 롯데 선수로서는 마지막 미팅에 임했다.

미팅을 주도한 김원형 수석코치가 “오늘 태곤이 마지막 날이니까 하고 싶은 말 있으면 해봐”라고 운을 띄운 뒤 오태곤은 선수단 앞에 섰다. 그런데 정든 동료들 얼굴을 보자마자 눈물 한 방울이 뚝 떨어졌다. 그리고는 닭똥 같은 눈물이 연신 흐르고야 말았다. 그날 저녁 이후 야구계에 회자된 ‘오태곤 눈물바다’ 사건의 전말이다.

그런데 당사자는 아직 하고픈 이야기가 많은 눈치였다. 25일 마산 NC전을 앞두고 만난 오태곤은 “트레이드 당일과 다음날은 워낙 정신이 없어서 이야기를 차마 다 하지 못했다”며 수줍게 웃고는 “사실 그날 눈물바다 사건이 퍼진 뒤 나만 ‘울보’가 됐다. 그런데 울보는 나 혼자만이 아니었다. 평소 절친한 (강)민호형과 (김)문호형도 함께 대성통곡을 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펑펑 울었다”며 당시 상황을 전했다.

그렇다면 어떠한 추억이 오태곤의 눈물샘을 자극했을까. 그는 “정든 친정팀뿐만 아니라 ‘제 2의 고향’과 같은 부산을 떠나야한다는 사실이 슬펐다. 2010년 롯데에 입단한 뒤 부산이란 곳에 정이 부쩍 들었다. 동료들은 물론 지인들도 많이 사귀어놓았는데 하루아침에 떠나려니 온갖 생각이 들었다”면서 먼 산을 쳐다봤다.

그러나 언제까지 고개를 숙일 수는 없다. 새 팀에 온 이상 자신을 향한 기대감을 만족시켜야할 입장이다. 오태곤은 “김진욱 감독님을 비롯해 kt라는 팀에서 기대를 했기에 나를 데려오지 않았겠느냐. 그런데 이적 이후 제대로 활약을 못해 죄송스럽다”고 말했다. 공교롭게도 오태곤은 5월 첫 3연전(2~4일)을 롯데와 치른다. 장소는 새 홈구장인 수원kt위즈파크다. 오태곤은 친정팀과 첫 맞대결을 두고 말을 아꼈지만 “기회만 온다면 뭔가 보여드리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마산 | 고봉준 기자 shuto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