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만 사드’ 인천 배치…일시적 효과에 그칠까

입력 2017-04-27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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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힐만 감독. 스포츠동아DB

■ 스포츠 덕후의 눈

인천에 미국식 요격 시스템이 설치됐다. 물론 진짜 사드(THAAD)의 설치는 아니다. SK 새 감독 트레이힐만의 수비 시프트 이야기이다.

사실 KBO에서도 수비 시프트가 특별한 사례는 아니다. 번트 타구 대비, 내야 전진 수비, 5인 내야 등 이미 많은 시프트를 사용해오고 있다. 특히 두산의 경우 2루수를 뒤에 배치해 강한 타구에 대비하는 시프트를 즐겨 사용하기도 한다.

힐만의 시프트 역시 특별하지 않다. 주로 당겨치기를 잘 하는 타자들에게 그 반대편을 비워두다시피 수비를 이동하는 시프트다. 메이저리그에서는 이미 많은 구단에서 채택하고 있고, 피츠버그 등의 구단들이 효과를 누렸다.

특별하지 않지만 시즌 초반 SK는 시프트로 재미를 보고 있다. 특히 4월9일 NC전에서 시프트를 통해 스크럭스의 타구를 땅볼처리하며 실점을 최소화하는 모습은 시프트의 효과를 여실히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당시 1사 주자 2·3루 상황에서 유격수를 정상 수비 위치보다 상당히 좌측으로 배치시키며 스크럭스의 타구를 땅볼로 만들었다.

그렇다면 수비 시프트에 가장 고전할 타자는 누구일까. 먼저 내야 타구 비율이 높은 타자가 피해를 볼 가능성이 높다. 넥센의 주전 포수 박동원이 대표적이다. 박동원은 지난해 규정타석을 채운 타자들 중 내야로 가는 타구를 4번째로 많이 만들어낸 타자이다. 당겨 친 타구의 비율 역시 리그 5위에 해당된다. 빠른 발을 가지고 있지 않은 박동원은 여러가지로 시프트에 취약한 조건을 모두 가지고 있다.

이승엽과 오재일 역시 피해자가 될 우려가 있다. 두 선수 모두 당겨치기에 능한 좌타 거포로, 지난 해 당겨 친 타구의 타율은 4할을 상회한 반면 밀어 친 타구의 타율은 2할 초반대에 불과했다. 물론 둘 모두 땅볼보다는 뜬공을 더 많이 생산해내는 타자이지만, 발이 느리다는 약점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피해가 예상된다. 이승엽은 이미 일본에서 시프트에 고전한 전력도 있다.

KBO리그의 특성상 힐만의 시프트 효과는 시즌이 지나며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이미 롯데의 간판타자인 이대호와 강민호는 자신만의 방법으로 시프트를 극복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특히 KBO 리그 상위 레벨 타자들의 경우 타구를 원하는 방향으로 보내는데 능하다는 점에서 힐만 시프트는 일시적인 효과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시즌 초반 KBO 판도에 신선한 자극을 주고 있는 힐만의 시프트. 상대팀들이 힐만의 시프트에 어떤 공략법을 들고 나올지 지켜보는 것도 KBO리그를 보는 또 하나의 재미이지 않을까.

박윤규 스포츠동아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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