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등세 양현종 “부진했던 이유? WBC와 상관없는 일”

입력 2017-06-21 09: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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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양현종.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KIA 포수 김민식(28)은 9일 광주 넥센전에 패한 뒤 다소 놀랐다. 이날 선발등판했던 양현종(29)이 다가와 “마지막 이닝 때 느낌을 찾았다. 다음 등판 때는 괜찮을 것 같다”는 말을 했기 때문이었다.

이날 양현종은 6이닝 4실점으로 그저 그런 투구를 했다. 0-4로 뒤진 상태에서 마운드를 물러났는데 타선이 후반에 동점을 만들어준 덕분에 패전투수가 되지 않은 것이 오히려 다행이었다. 팀은 결국 5-7로 패했다. 김민식이 놀란 건 양현종이 자신과 똑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김민식은 자신이 먼저 다가가 양현종에게 “다음 등판 때는 괜찮겠다”는 말을 하려고 했는데, 이심전심처럼 양현종이 먼저 하더라는 것이다.

양현종의 강점은 직구가 홈플레이트에서도 살아 움직이고, 변화구 역시 끝에서 힘 있게 팍팍 휘어지고 떨어지는 것인데, 부진했던 기간엔 그 맛이 부족했다. 그런데 이날 마지막 이닝에서 김민식은 양현종의 공에서 그 느낌을 찾았던 것이다. 패배 속에서 건진 수확이었다. 이 같은 얘기를 김민식에게 전해들은 조성환 KBSN 해설위원은 “투수와 포수가 같은 걸 느끼고 똑 같은 생각을 했으니 다음 등판은 정말 기대해도 될 것 같다”며 웃었다.

더욱 놀랍게도 양현종은 15일 사직 롯데전에서 마침내 반등했다. 7이닝 1실점의 역투로 무려 37일 만에 승리를 맛보며 시즌 8승째를 수확했다. 야구가 느낌이나 예상대로 흘러가지는 않지만, 결과적으로 KIA 배터리의 그때 그 느낌이 제대로 적중한 것이었다.

양현종은 시즌 초반만 해도 거칠 것이 없었다. 개막 후 7경기에 등판해 모조리 승리하는 파죽지세를 자랑했다. 방어율도 1.90(47.1이닝 10자책점)이었다. 그러나 5월14일 인천 SK전부터 이날 넥센전까지 5경기에서 승리 없이 3패만 기록했다. 이 기간에만 방어율 8.28(25이닝 23자책점)로 부진했다. 시즌 초반과는 너무나도 대조적인 성적표였다.

그러자 주변에서는 온갖 얘기와 분석들이 난무했다. “초반에 반짝 하고 여름이 되면 성적이 떨어지는 일이 올해도 되풀이되는 게 아니냐”는 걱정부터 “올해는 하락세가 좀 더 일찍 찾아왔다”는 말까지 나왔다. 여기에 “지난해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200이닝 넘게(200.1이닝) 던졌는데, 올 초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준비까지 하느라 그 후유증으로 일찍 체력저하가 찾아왔다”는 분석도 뒤따랐다.

WBC 당시 양현종. 스포츠동아DB


양현종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18일 광주에서 만났을 때 그동안 갑자기 주춤한 데 대해 “체력문제나 WBC 후유증과는 아무 상관없는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물론 그 후유증이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을지 모르지만 그는 그게 결정적인 원인이라고 보지 않았다. 다른 핑계보다는 스스로의 문제로 진단했다.

그는 “그동안 계속 비디오도 보고 문제점을 찾아 왔는데, 결국은 밸런스 문제였다. 상체가 먼저 나오고 팔은 늦게 나오니까 볼끝에 힘이 없고 타자들이 공을 더 오래 보고 대응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론적으로는 알았지만, 그동안 몸이 따르지 않았다. 그러다 9일 넥센전 마지막 이닝에 시즌 초반 좋았을 때의 느낌을 찾은 것이었다. 양현종은 “포수가 공을 받을 때도 느낌이 있지만, 투수도 손에서 공이 떠날 때 느낌이 온다”며 웃었다.

문제는 이를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느냐다. 야구를 하다 보면 한순간에 느낌을 찾기도 하지만, 또 한순간에 그 느낌을 잃기도 한다. 일정한 밸런스를 유지하는 게 그만큼 어려운 일이다. 양현종은 일단 “지금까지는 느낌이 괜찮다. 다음 등판 때도 괜찮을 것 같다”고 말했다. 9일 넥센전 후 예감대로 15일에 좋은 투구를 했다. 여전히 느낌이 괜찮다면 다음 등판을 기대해도 좋을 듯하다.

시즌 초반의 양현종으로 완벽하게 돌아왔을까. 계속 그 좋은 느낌을 이어갈 수 있을까. ‘한 차례 반짝’일지, ‘완전한 반등세’일지, 22일 두산전이 진정한 시험대이자 바로미터가 될 듯하다.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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