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브레이크] 병살타 유도율 21.7%, ‘고독한 에이스’ 피어밴드의 숨은 가치

입력 2017-06-21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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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라이언 피어밴드는 올 시즌 규정이닝을 채운 투수 중 병살타 유도율 1위다. 효율적인 투구를 앞세워 명실상부 팀의 에이스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한꺼번에 아웃카운트 2개를 잡아내는 병살타는 투수 입장에서 최상의 결과다. 투구수도 줄일 수 있어 그 효과는 일석이조다. 반대로 타자 입장에선 흐름에 찬물을 끼얹는 최악의 시나리오다. 1~2점차 이내의 접전 상황에서 병살타 하나로 경기 흐름이 송두리째 바뀌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야구에서 병살타가 차지하는 비중이 큰 이유가 여기에 있다.

kt 피어밴드. 스포츠동아DB



● 피어밴드, 병살타 유도율 21.7%의 의미

병살타는 투수 혼자 힘으로 만들어낼 수 없다. 투수의 땅볼 유도능력과 내야수의 민첩한 움직임, 정확한 송구가 뒷받침돼야 가능하다. 그만큼 쉽지 않은 일이다. 투수가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병살타로 이닝을 끝냈을 때 이에 기여한 내야수를 바라보며 환호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20일까지 올 시즌 규정이닝을 채운 투수 가운데 병살타 유도율 1위 라이언 피어밴드(32·kt)의 기록은 21.7%. 46차례의 병살타 가능 상황에서 10개를 성공했는데, 20%가 넘는 유도율은 대단히 높은 기록이다. KIA 임기영(20%·50상황 10성공)과 삼성 재크 페트릭(18.6%·59상황 11성공)이 뒤를 따른다. 지난해 병살타 유도율 1위였던 장원준(두산)의 기록도 15.5%(142상황 22성공)였고,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규정이닝을 채운 투수 가운데 20%의 수치를 넘긴 이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이 기간에 병살타 유도율 1위를 기록한 투수 중 최고 기록은 2015년 우규민(당시 LG·현 삼성)의 19.8%(116상황 23성공)였다.

특히 피어밴드는 올 시즌 12경기에서 완봉승 1회 포함 7승4패, 방어율 1.87(81.2이닝 17자책점), 이닝당 출루허용(WHIP) 0.94의 성적을 거뒀는데, 주자를 적게 내보내는 데다 병살타 유도율까지 높다. 그만큼 효율적인 투구를 했다는 의미다. 11차례 퀄리티스타트(선발투수 6이닝 3자책점 이하)에도 승운이 따르지 않아 ‘고독한 에이스’로 통한다.

kt 피어밴드.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 병살타 유도율과 땅볼/뜬공 비율의 상관관계

올 시즌 피어밴드의 땅볼/뜬공 비율은 0.98(82땅볼 84뜬공)이다. 일단 땅볼 유도에 성공해야 병살타 가능 상황이 만들어진다는 점을 고려하면, 다소 의외의 결과다. 피어밴드의 땅볼/뜬공 비율은 2015시즌 1.40(205땅볼 146뜬공)으로 8위였지만, 지난해에는 1.02(114땅볼 112뜬공)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병살타 유도율은 2015년 10.2%(157상황 16성공), 지난해 11.29%(117상황 20성공)로 시즌을 거듭할수록 올라가는 추세다. 땅볼/뜬공 비율이 병살타 유도율과 비례한다고 단언할 수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올 시즌 땅볼/뜬공 비율이 2.08로 가장 높은 돈 로치(kt)의 병살타 유도율은 12.5%(64상황 8성공)인 것도 대표적인 예다.

kt 김진욱 감독도 병살타 유도율이 높은 피어밴드의 가치에 주목했다. 그는 “피어밴드가 등판하는 경기에 더 많이 이겨줘야 하는데”라면서도 “피어밴드의 땅볼/뜬공 비율이 높진 않다. 하지만 꼭 병살타가 필요한 상황에 맞는 투구, 즉 ‘팀 피칭’을 했다는 점을 봐야 한다. 단순히 자기 공만 던지느냐, 상황에 맞게 집중하고 던지느냐의 차이”라고 밝혔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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