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불펜포수 김태완 “내 동생 김태연은요”

입력 2017-06-23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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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김태연의 형은 LG 불펜포수 김태완 씨다. 김 씨는 프로의 꿈을 대신 이뤄주고 홈런까지 치며 눈도장을 받은 동생의 선전을 누구보다 기뻐했다. 잠실 |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한화 김태연 친형 LG 불펜포수 김태완 씨
“화제의 인물? 내겐 착하기만 한 내 동생”
“홈런쳤을 때 태연이보다 내가 더 기뻤다”

2017년 6월 21일은 김태완(23)-김태연(20) 형제에게 잊을 수 없는 날이 됐다. 이제 갓 스무 살이 된 신인이 프로 데뷔 첫 경기, 첫 타석에서 초구를 받아쳐 홈런을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김태완은 KBO리그 역대 최연소 데뷔 첫 타석 초구 홈런의 주인공이 됐다.

이를 본인보다 기뻐한 이가 바로 김태연의 형이자 현 LG 불펜포수인 김태완 씨였다. 김 씨는 “경기 도중 우연히 TV중계를 봤는데 태연이가 3루를 돌고 있더라. 주변에서 ‘홈런’이라고 말해줘서 그때 알았다”며 “태연이보다 내가 더 기뻐했던 것 같다. 경기 중인데 내가 더 들떠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를 정도였다”고 소감을 밝혔다.

형제는 어릴 때부터 함께 프로야구선수의 꿈을 키웠다. 이로 인해 붙어있는 시간보다 떨어져있는 시간이 더 많았지만 공감대가 있어 형제애는 끈끈했다. 김 씨는 “원래 남한테 조언하는 걸 좋아하는 편인데 태연이한테는 크게 얘기를 안 했다. 잘 할 거라고 믿었던 것 같다”며 “이날 선발출전하는지는 몰랐는데 1군 올라온다고 해서 전화로 ‘긴장하지 말고 초구부터 자신 있게 스윙하라’는 조언만 해줬다. 그런데 진짜 초구를 받아쳐서 홈런을 칠 줄을 몰랐다”고 웃었다.

김 씨가 보는 동생 김태연은 우직하고 조용하다. 그는 “둘째인데도 참 조용하다. 말도 많이 안 하고 수줍음도 많다”며 “편의점 가면 아주머니가 무서워한다고 할 정도로 얼굴 때문에 오해를 받긴 하지만 사실 남에게 싫은 소리 못하는, 착하기만 한 동생이다”고 말했다.

한화 김태연. 사진제공|한화 이글스


야구도 잘했다. 김 씨는 “태연이가 고등학교 때는 타격을 잘 못했다. 수비는 잘해서 주로 8번, 9번 1루수로 출전했는데 2학년 때부터 잘 치기 시작하더니 3학년 때 정말 잘 해서 프로에 가더라. 노력도 많이 했겠지만 천재형인 것 같다”고 칭찬을 늘어놨다.

김 씨로서는 자신의 꿈을 대신 이뤄준 동생이 고맙기만 하다. 김 씨도 어디 가서 ‘야구 좀 한다’는 얘기를 들었지만 팔꿈치 통증이 생겼고 송구까지 문제가 생기면서 프로의 꿈을 접어야했다. 그는 “아버지가 대한야구협회 심판을 오래 하셨는데 2014년 인연이 닿아 LG에서 불펜포수를 시작했다”며 “태연이가 대신 프로의 꿈을 이뤄줘서 고맙다. 올라가자마자 홈런을 쳐서 내가 더 기쁘다”고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나 경기가 끝난 뒤 형제의 대화는 김빠질 정도로 간단하게 끝났다.

“잘 했다.” “어.” “밥은?” “시켰다.” “홈런 친 거 자랑 안 하냐?” “뭐 그런 걸(웃음).”

김 씨가 공개한 통화내용은 ‘현실형제’다웠지만 속내는 안 그랬다. 그는 “부모님이 정말 좋아하신다. LG 형들도 동생이 1군 올라온다고 했을 때부터 축하를 많이 해주셨다”며 “이제 태연이는 시작이니까 앞으로 변하지 않고 지금처럼 열심히 해줬으면 좋겠다. 타석에서 언제나 기대되는 선수, 팀에 활력이 되는 선수가 되길 진심으로 바란다”고 응원했다.

잠실 |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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