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나디나, “김호령이 중견수 월드베스트!”

입력 2017-06-23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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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김호령. 사진제공|KIA 타이거즈

ML 548경기 경력 버나디나가 3년차 김호령에게 중견수 양보하는 이유

네덜란드 국적 KIA 외국인타자 로저 버나디나(33)는 야구실력만으로 아메리칸드림을 일군 주인공이다. 메이저리그 통산 548경기에 출전했다. 빠른 발과 정확한 수비로 빅리그에서 출장 기회를 잡았다.

그러나 버나디나는 KBO리그에서 한 명의 동료에게 언제나 선뜻 자신의 수비 포지션을 양보한다. KIA 김기태 감독은 최근 경기가 앞선 상황에서 종종 수비 강화를 위해 김호령(25)를 중견수로 투입한다. 중견수로 선발출장한 버나디나는 우익수로 이동한다.

빅리그 출신 선수들은 스스로에 대한 자부심이 매우 높다. 그래서 낯선 타국 리그에서 자존심을 내세우다 국내 선수들과 마찰을 빚는 사례도 종종 발생한다.

그러나 버다니다는 “나보다 김호령이 훨씬 수비를 잘한다”며 흔쾌히 우익수로 이동하고 있다. 감독의 지시이기 때문에 당연한 것일 수도 있지만 선수가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따라 팀 분위기는 전혀 달라질 수 있다. 버나디나는 “김호령이 외야 수비는 ‘월드베스트’다”며 엄지손가락을 들어올리고 있다. 팀 분위기가 밝아지고 클럽하우스가 똘똘 뭉치는 순간이다.

김호령은 지난해 LG와 와일드카드 2차전이 열린 10월 11일 잠실구장에서 0-0으로 맞선 9회말 1사 만루에서 김용의의 좌중간 플라이 타구를 뒤로 달려가며 잡았고, 모두가 끝내기 희생플라이에 환호할 때 포기하지 않고 내야 쪽으로 송구했다. “팀에게는 한 시즌이 끝날 수도 있는 순간이었다. 돌발 변수가 있을 수도 있기 때문에 그랬다”는 당시 만24세 프로 2년차 선수의 말에는 많은 울림이 있었다.

김호령은 21일 광주 두산전 때 6회 중견수로 투입됐다. 버나디나는 활짝 웃으며 우익수로 이동했다. 곧장 선두타자 김재환의 2루타성 타구가 터졌다. 김호령은 다이빙캐치에 성공했다. 동시에 투수와 야수 모두 박수를 쳤다. KIA가 1위를 질주하고 있는 힘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광주 |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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