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다운] kt 유니폼 소동에 비친 ‘슬픈 자화상’

입력 2017-06-23 09: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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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의 밀리터리 유니폼. 사진제공|kt wiz

암흑과 같은 연패기간에는 무언가라도 바꿔보고 싶은 마음이 바로 감독의 속내다. 작은 변화 하나로부터 분위기를 전환할 수 있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6월에 침묵의 레이스를 펼치고 있는 kt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21일까지 3승14패라는 참담한 6월 성적표를 거둔 kt는 작은 것 하나라도 바꿔보려는 마음이 간절해 보였다. 이 같은 이유로 벌어진 해프닝이 바로 ‘유니폼 소동’이었다.

kt는 ‘호국보훈의 달’인 6월을 맞아 이달 모든 홈경기에 밀리터리 유니폼을 입기로 계획했다. 이에 발맞춰 선수단은 짙은 붉은색 계열의 디지털 무늬가 박힌 상의로 6월 레이스에 임했다. 그런데 애석하게도 kt는 이 유니폼을 입고 21일까지 치른 8번의 홈경기에서 모두 패했다. 7~9일 LG전과 16~18일 한화전 그리고 20~21일 롯데전에서 연이어 승리를 헌납하고 말았다.

이는 물론 우연의 일치일 터. 6월 원정 성적 역시 3승7패에 불과했으니 유니폼과 홈승률과의 관계는 높다고 할 수 없다. 그러나 사령탑의 심정은 이와 달랐다. 고심을 거듭한 김진욱 감독은 21일 롯데전을 앞두고 결국 구단에 양해를 구했다. 김 감독은 “구단 마케팅팀에는 미안하지만 오늘은 기존 홈 유니폼을 입고 경기를 치르려고 한다”고 전했다. 유니폼 변경을 통해 분위기를 전환하고 5연패에서 탈출하자는 의지를 선수단에 내비쳤다.

기존 홈 유니폼을 입고 나선 21일 경기. 사진제공|kt wiz


그러나 유니폼 교체 효과는 미미했다. 21일 kt는 선발 라이언 피어밴드가 5이닝 9안타(2홈런) 6실점으로 무너진 끝에 4-10으로 졌다. 사령탑의 미신적인 바람도 소용이 없었다. 결국 다음날인 22일 kt는 밀리터리 유니폼을 다시 꺼내들었다. 이날 승리를 거뒀다면 몰라도 연패가 ‘6’으로 늘어난 이상 기존 유니폼을 고집할 이유가 없었다.

수원 | 고봉준 기자 shuto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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