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형 감독도 미소 짓게 만든 박건우의 고집

입력 2017-06-24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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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박건우. 스포츠동아DB

“자기는 전혀 문제가 없대.”

두산 김태형 감독은 23일 잠실 롯데전을 앞두고 고민에 빠졌다. 최근 중심타선서 연일 맹타를 휘두르고 있는 박건우(27)가 햄스트링 증세를 보였다는 코칭스태프의 보고 때문이었다.

박건우는 이날 전까지 최근 10경기서 단 한 경기를 제외하고는 모두 안타를 신고했다. 타율은 0.381를 기록해 거의 4할에 육박했다. 4월만 해도 1할 대에 머물렀던 시즌타율은 어느새 3할을 넘어섰다. 두산은 광주 원정 2경기서 KIA에 31점을 헌납하며 대패했지만 박건우의 활약은 위안거리 중 하나였다.

김 감독은 직접 박건우를 불러 몸 상태를 확인했다. 얘기를 듣고 상태가 좋지 않으면 즉각 휴식을 줄 심산이었다. 그러나 박건우는 김 감독에게 전혀 아픈 내색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강력하게 선발출전 의지를 내비쳤다.

나름 이유가 있는 ‘고집’이었다. 김 감독은 “전혀 문제가 없다고 하더라. 자기 자리를 정진호(29)에게 빼앗길까 걱정됐는지 얼른 대답하더라”고 웃으며 말했다. 김 감독은 농담조로 얘기했지만 속으론 흐뭇해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박건우와 정진호, 두 젊은 외야수는 최근 물오른 기량으로 두산 외야진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좀처럼 틈이 보이지 않는 외야 한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누구보다 치열하게 경쟁 중이다. 실제 둘은 올 시즌 번갈아 선발출전하며 서로의 공백을 훌륭히 메웠다.

최근에는 박건우의 활약이 두드러지지만 정진호는 몇 주 전까지만 해도 리그서 가장 강력한 임팩트를 보인 외야수였다. 7일 삼성전서 5회 만에 ‘사이클링 히트’를 기록해 절정의 타격감을 선보였다. 6월 타율도 0.367로 고공행진 중이다. 기록만 놓고 봐도 박건우와의 경쟁력은 충분하다.

김 감독은 선발라인업 마감 직전까지 고민했지만 결국 박건우의 ‘고집’에 손을 들어줬다. 김 감독은 “프로에게 저런 고집이 있다는 것은 매우 긍정적인 부분이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선발라인업 3번타자 자리에는 ‘지명타자 박건우’가 적혀 있었다. 박건우는 김 감독의 믿음에 곧바로 보답했다. 23일 롯데전에서 5타수 3안타 2타점 3득점 맹타로 팀의 9-1 승리를 이끌었다. 데뷔 첫 연타석 홈런까지 기록하며 펄펄 날았다.

경기 후 박건우는 “지명타자로 출전해 공격에 더 집중했다. 시즌 초반 좋지 않았을 때 감독님이 믿어주셔서 타격감을 올릴 수 있었다. 감독님께 정말 감사하다”며 승리 소감을 전했다.

잠실 | 장은상 기자 awar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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