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트랙] 기억나나요? 역대 1박2일 경기의 추억들

입력 2017-06-29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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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LG-롯데전은 날짜를 넘겨 진행되면서 역대 6번째 1박2일 경기로 기록됐다. 연장 12회초 진행 중 사직구장 전광판 시계가 자정을 나타내고 있다. 사진제공 | 롯데 자이언츠

LG와 롯데가 27일 사직구장에서 맞붙은 경기는 자정을 지나서도 계속됐다. 27일 오후 6시31분 플레이볼 선언과 함께 시작된 경기는 28일 0시9분에 종료됐다. 그러면서 역대 6번째 1박2일 경기로 기록됐다. 연장 12회 혈투 끝에 롯데가 11-10으로 극적인 승리를 거두는 과정 역시 앞으로 두고두고 회자될 만하지만, 종전 5차례 1박2일 경기들도 역사와 추억에 남을 만한 게임들이었다.


● 사상 최초 1박2일 경기 기억하시나요?

사상 최초 ‘1박2일’ 경기는 2008년 창단한 우리 히어로즈가 6월12일 목동구장에 KIA를 불러들여 펼친 경기였다. 그해 사상 최초로 무승부 제도를 폐지하고 메이저리그식 ‘끝장승부’를 채택했는데, 이날 결국 KBO 27년 역사상 처음으로 자정을 넘기는 경기가 나왔다.

오후 6시32분 시작된 경기는 1-1 동점이던 6회말 장대비가 쏟아지면서 오후 8시37분부터 55분간 중단된 뒤 재개되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연장 13회초 선두타자 이현곤 타석 때 전광판 시계가 0시00분을 찍었다. 당시 목동구장 전광판에는 ‘관중 여러분께서는 한국프로야구 최초로 자정을 넘긴 역사의 현장에 계십니다. 우리 히어로즈와 KIA 타이거즈 선수단에게 끝까지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라는 문구가 뜨기도 했다. 인근 아파트 주민들을 고려해 앰프를 끈 채 조용히 응원하기 시작했고, 히어로즈는 출출한 관중과 야구 관계자들을 위해 빵을 돌리는 낭만적인 진풍경을 연출하기도 했다.

승부는 연장 14회말 1사 만루서 강정호의 끝내기 안타로 히어로즈의 2-1 승리로 끝났다. 이때가 0시49분. 총 경기 소요시간은 6시간17분, 우천중단을 제외하고 순수 경기시간만 5시간22분이 걸린 대혈전이었다.

사진제공|히어로즈



● 역대 2호는 한화-두산 역대 최장이닝 18회 혈투

2008년 끝장승부 도입으로 9월3일에도 1박2일 경기가 펼쳐졌다. 잠실 한화-두산전. 무려 18회까지 진행된 사투였다. 승부는 14회부터 등판해 호투하던 한화 안영명이 연장 18회말 2사 후 갑자기 4연속 볼넷을 허용하면서 두산의 1-0 승리로 마무리됐다. 오후 6시31분 시작된 경기는 다음날 0시22분에서야 끝나 5시간51분이 기록됐다.

갖가지 신기록들이 탄생했다. 18이닝은 여전히 역대 최장이닝 경기로 남아 있다. 양 팀 합계 1경기 최다탈삼진 38개, 두산은 팀 최다탈삼진 22개 신기록을 작성했다. 당시 두산 이종욱 고영민 김현수는 9타석에 들어서 1경기 최다타석 신기록을 쓰기도 했다. 이 경기를 통해 끝장승부 폐지론이 힘을 얻으면서 결국 이듬해부터 무승부 제도가 부활하게 됐다.

사진제공|두산 베어스



● 3호부터 5호도 역사적 명승부

역대 3호는 2009년 5월12일 잠실 SK-LG전. SK가 4-1로 앞선 9회초에 5점을 추가하면서 9-1로 앞설 때만 해도 승부는 끝난 줄 알았다. 그러나 LG가 9회말에만 무려 8점을 뽑아내는 믿어지지 않는 뒷심을 발휘하면서 승부는 연장전으로 접어들었다. 연장 10회초 SK가 박경완의 적시 2루타로 10-9로 달아났지만, LG는 연장 10회말 로베르토 페타지니의 홈런으로 다시 10-10으로 만들었다. 그러나 결국 연장 12회초 SK가 6득점하면서 16-10으로 승리했다. LG는 우규민이 빈볼 시비로 퇴장당해 투수가 없자 지명타자 최동수가 마운드에 오르는 진기한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경기는 오후 6시30분에 플레이볼 돼 다음날 0시9분까지 진행됐다.

역대 4호인 2009년 5월21일 광주 LG-KIA전은 역대 최장시간 경기로 남아 있다. 연장 13회 혈투 끝에 13-13 무승부로 끝났는데, 오후 6시31분 시작된 경기가 이튿날 0시29분에 종료돼 무려 5시간58분이 걸렸다. 6시간에 단 2분 모자랐다. LG 투수 최원호가 대주자로 기용되는 등 빗속에서 양 팀 45명의 선수가 백병전을 치렀다.

역대 5호는 2010년 4월9일 사직 한화-롯데전이었다. 오후 6시30분 시작한 경기는 정확히 0시00분에 끝났다. 한화는 초반에 1-7, 3-11로 끌려가 패색이 짙었지만 기어코 14-14로 동점을 만들었고, 연장 12회초 이여상의 결승타로 대역전 드라마를 완성했다. 양 팀 합계 51안타로 역대 1경기 최다안타 신기록이 작성됐다. 롯데 카림 가르시아는 7타수7안타 6타점으로 한 경기 개인 최다안타 신기록을 세웠지만 팀 패배로 빛이 바랬다.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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