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4경기 체제, 투수들에겐 시즌 중에도 진화가 필요하다

입력 2017-08-17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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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유희관-롯데 윤길현(오른쪽). 스포츠동아DB

두산 좌완 투수 유희관(31)은 2014년 8월 17일 롯데에 승리를 거둔 뒤 7연승을 기록했다. 3년 가까이 롯데를 상대로 단 한번도 패전을 기록한 적이 없었지만 15일 사직 경기에서 5이닝 동안 7실점하며 연승행진을 마감했다. 롯데 우완 투수 윤길현(34)은 최근 팀 필승조에서 이탈했다. 가장 큰 문제점은 위력이 급감한 슬라이더에 있다. 15일 두산전에서는 0.2이닝 동안 4실점으로 고개를 숙였다.

KIA 외국인 에이스 헥터 노에시(30)는 4~6월 11승을 달리며 단 한번도 패전을 기록하지 않았다. 그러나 6월 4경기 방어율이 4.85로 공의 위력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최근 3경기 성적은 1승2패다. 4일 한화전에서는 5이닝 동안 10안타를 맞고 5실점했다. 두산 더스틴 니퍼트(36)는 개막 이후 변함없니 믿음직한 투구를 이어가고 있지만 최근 파울이 늘며 투구수가 늘어나고 있다. 토종 투수 방어율 1위 롯데 박세웅(22)은 후반기 2점대 방어율에서 밀려났다. 전반기 내내 2점대 방어율을 지키며 리그 위력적인 투구를 보여줬지만 7월 5경기 방어율은 5.06이다. 4월 5경기 방어율 2.08, 5월 5경기 1.11을 기록했지만 후반기 방어율이 급격히 높아졌다.

각 팀 투수들의 후반기 부진은 원인과 진단, 해법이 모두 다르다. 그러나 현장에서 느끼는 공통점은 3년째 치르고 있는 팀 당 144경기 장기 레이스에 대한 새로운 대처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두산 김태형 감독은 “유희관은 시즌이 막바지로 접어들수록 더 정교한 투구를 해야 한다. 제구력이 굉장히 뛰어난 투수지만 타자들 입장에서는 공을 상대하는 횟수가 많아질수록 카운트를 잡으러 들어오는 바깥쪽 공의 공략이 쉬워진다. 충분히 능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존을 더 넓혀가는 투구를 하면 다시 좋은 성적을 올릴 수 있다”고 진단했다. SBS 스포츠 이순철 해설위원은 “윤길현은 슬라이더의 각이 완전히 무너졌다. 타자 입장에서는 딱 치기 좋은 공이 됐다. 체력적인 부분 등 원인을 빨리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투수는 체력이 떨어지면 자기도 모르게 투구 밸런스에 문제가 생기고 구속 저하되거나 제구력이 흔들리는 등의 문제점을 보인다. 같은 패턴의 투구가 시즌 초부터 말까지 이어지면 타자들의 집중적인 공략 대상이 된다. 많이 만날수록 유리한 쪽은 타자다.

KBO는 3년째 144경기 시즌을 치르고 있다. 앞으로 144시즌 체제는 큰 변화가 없는 한 유지될 예정이다. 타고투저의 큰 흐름 역시 과거에 비해 늘어난 경기수가 미치는 영향이 크다. 타자들은 시즌 후반기 배트의 무게를 줄이는 등 여러 변화를 시도한다. 투수 역시 진화가 없다면 더 이상 버티기 힘든 길고 긴 마라톤이다.

사직 |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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