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김재호인가?” 선발복귀로 증명한 두산 김재호의 가치

입력 2017-08-19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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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김재호. 스포츠동아DB

“오늘 치는 게 가벼워 보이는데….”

두산 김태형 감독은 18일 잠실 KIA전을 앞두고 배팅케이지에서 프리배팅을 하는 김재호(32)를 눈여겨보면서 미소를 지었다. 취재진이 “김재호는 언제쯤 선발로 나올 수 있느냐”는 질문을 하자 “일단 오늘 타격훈련하는 거 보고 결정하려고 한다”고 대답한 뒤 시선을 배팅케이지 쪽으로 돌렸다. 김재호의 상태에 따라 선발 라인업이 변동될 수 있다는 암시였다.

김 감독은 결국 김재호를 선발 라인업에 9번 유격수로 올렸다. 김재호는 7월 30일 허리 통증으로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된 뒤 15일 사직 롯데전을 앞두고 1군 엔트리에 복귀했다. 1군 복귀 후 3경기에 교체요원으로 출장하던 그는 이날 마침내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선발출장은 7월 28일 잠실 KIA전 이후 21일 만이었다.

김재호는 그가 왜 국가대표 유격수인지를 제대로 보여줬다. 수비에서는 5회초 이범호의 중전안타성 땅볼 타구를 잡아 한 바퀴 빙그르르 돌면서 정확히 1루에 던져 아웃시켰고, 8회초 선두타자 김선빈의 3유간 타구도 잡자마자 노스텝으로 던져 아웃으로 처리하는 등 특유의 안정감 넘치는 수비로 내야진을 이끌었다.

방망이로도 한몫을 했다. 1-1로 맞선 3회말 선두타자로 나서 KIA 선발투수 임기준을 상대로 결승 솔로홈런(시즌 5호)을 뽑아냈다. 볼카운트 2B-2S에서 6구째 한가운데 슬라이더(시속 127㎞)를 잡아당겨 좌중간 담장을 넘겼다. 비거리 125m. 2위 두산은 이로써 2-1 승리를 거두고 선두 KIA를 2연파하면서 6게임차로 추격하게 됐다.

두산 김재호. 스포츠동아DB


김재호가 들어오면서 두산 내야진은 포화 상태가 됐다. 김재호가 없을 때 기대 이상으로 맹활약한 류지혁을 비롯해 누군가를 빼서 벤치에 앉혀야하는 점이 더 힘든 결정일 수 있다. 오재원 최주환 김재호 류지혁 허경민 등 5명이 2루수, 유격수, 3루수 3자리를 놓고 경쟁을 하는 셈이다. 누가 선발로 나서도 이상할 것이 없고, 누가 빠져도 토를 달 수 없는 상황이다.

김태형 감독의 머리도 아플 법하다. 그러나 김 감독은 이에 대해 “더 편해졌지 뭐”라며 껄껄 웃었다. 그러면서 “류지혁이 요즘 워낙 좋으니까 3루수로 허경민과 번갈아 써도 된다. 예전엔 중요한 경기에 주전 몸상태가 좀 안 좋다고 하면 ‘오늘까지만 뛰어주지’라고 했지만, 이제 좀 안 좋다고 하면 ‘쉬라고 해’라고 말할 수 있다. 안 좋은 선수가 있으면 조절해 가면서 쓸 수 있다. 경기 전 라인업 짜기가 수월하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실제 이날 김재호가 유격수로 선발출장하자 그동안 주로 3루수로 나서던 허경민이 벤치에 들어갔고, 류지혁이 3루수로 선발출장했다.

김 감독이 기대하는 것은 체력 비축뿐이 아니었다. “경쟁 상대가 나보다 더 잘하면 아무래도 선수는 자기 자리에 대해 불안해진다”며 웃었다. 건전한 경쟁관계 구축을 통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는 눈치였다.

김 감독은 18일 잠실 KIA전 2-1 승리 후 “이번 2연전이 어려운 경기였는데 선수들이 집중해줘 좋은 결과를 얻었다”면서 “김재호가 돌아오면서 오재원과 함께 내야에서 중심을 잘 잡아주고 있다. 감독으로서 무척 든든하다”고 말했다.

두산의 가장 큰 강점은 뎁스(Depth). 전력을 정비하고 있는 두산이 점점 더 무서워지고 있는 이유다.

잠실 | 이재국 전문기자 keysto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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