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양 기억하시나요?” 이승엽과 수원의 추억

입력 2017-08-19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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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이승엽.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국민타자’ 이승엽(삼성·41)이 생애 두 번째 은퇴투어를 마쳤다. 18일 수원구장에서 열린 kt와 원정경기에서 수원팬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삼성은 수원 원정경기가 올해 우천으로 순연됐던 적이 단 한번도 없다. 재편성 일정조차 추후에 잡히지 않기 때문에 현역 이승엽의 수원 방문은 이번이 ‘진짜’ 마지막이었다.

연이은 은퇴투어의 여운 때문이었을까. 이승엽은 이제 점점 은퇴라는 말을 실감하고 있었다. 그는 18일 kt전을 앞두고 “올해를 끝으로 은퇴한다는 게 이제 정말 가슴에 와 닿는다”고 말했다. 이어 “수원은 추억이 많았던 곳이다. 현역선수로 더 이상 이 곳에 올 수 없다는 것이 정말 아쉽다”고 덧붙였다.

수원구장을 홈으로 쓰고 있는 kt는 2013년에 창단된 신생구단이다. KBO리그 1군 무대에 합류한 것은 불과 3년 전인 2015년. 22년간 선수생활을 이어온 이승엽이 맞상대를 펼친 적은 그리 많지 않다. 그렇다면 이승엽은 왜 수원에서의 추억이 많다고 한 것일까. 그것은 바로 그가 수원을 거쳐 간 수많은 역사 속 팀들과 항상 함께 했기 때문이었다.

수원구장은 1989년 전국체육대회를 치르기 위해 처음으로 문을 열었다. 개장 후 1995년까지 인천과 경기지역을 연고지로 한 태평양 돌핀스의 제 2홈구장으로도 사용됐다. 이승엽의 프로 데뷔는 공교롭게도 태평양 구단의 운영 마지막 해였던 1995년이었다. 이승엽은 “태평양과 경기를 하게 되면 가끔씩 제 2구장인 이 곳 수원에 와 경기를 하곤 했다”고 설명했다.

2000년부터는 ‘왕조’ 현대 유니콘스의 뿌리가 내려진 곳이기도 하다. 이승엽은 “재계 라이벌이었던 현대와의 맞대결은 유독 기억에 많이 남아있다. (심)정수형과 홈런 경쟁을 펼쳤던 기억도 특별하다. 2003년에 시즌 50호 홈런을 바로 이곳에서 때렸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신생팀 kt와의 인연도 남다르다. kt는 2015년 3월 31일에 처음으로 수원kt위즈파크 개장 경기를 가졌는데, 당시 상대가 바로 삼성이었다. 이승엽은 3회초 타석에서 솔로홈런을 터트려 개장 1호 홈런의 주인공이 됐다. 수원에 자리 잡은 3팀과 유독 인연이 깊었던 ‘라이언킹’은 은퇴투어라는 마지막 선물까지 받으며 또 하나의 추억을 수원과 함께 만들었다.

수원 | 장은상 기자 awar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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