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권정웅.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권정웅은 올해 귀중한 1군 경험을 쌓고 있지만, 그 경험이 모두 달콤했던 것만은 아니다. 그에게 올해 6월 29일 광주 KIA전은 프로 인생에 있어 절대 잊을 수 없는 경기였다. 당시 삼성은 KIA에게 1-22의 대패를 당했다. 안타만 29개를 내주며 상대에게 각종 기념비적인 신기록을 헌납했다. 이 경기의 선발포수가 바로 권정웅이었다.
0-19의 점수차로 패색이 짙어졌던 4회초. 권정웅은 덕아웃에서 분한 듯 울분을 삼켰다. 20점 가까이 점수를 내준 것에 책임감을 느끼는 모습이었다. 당시 이 모습이 중계카메라에 잡히면서 많은 화제를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10일 광주 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 6회초 선두타자 삼성 권정웅이 솔로홈런을 때리고 있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그는 절대 잊을 수 없는 광주원정을 뒤로 한 채 그날 곧바로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퓨처스리그로 내려가 스스로를 돌아보며 ‘와신상담’의 의지를 키웠다. 그리고 거짓말 같이 기회는 곧 다시 찾아왔다. 권정웅은 10일 광주 KIA전(최종전)에 다시 선발포수로 출전했다. 상대 에이스 헥터 노에시를 상대로 솔로홈런을 터트리는 등 맹활약을 펼치며 팀의 9-6 승리를 이끌었다. 삼성이 올해 광주에서 거둔 첫 승이었다.
권정웅은 “꼭 광주로 다시 돌아가 경기를 뛰고 싶었다. 책임감을 느꼈고, 자책도 많이 했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고 말했다. 이어 “사실 그 때 울지는 않았다. 검색어에도 내 이름이 올라가 당황했다. 어느새 국민울보가 되어있더라. 이제는 눈물로 화제가 되는 선수가 아니라 실력으로 인정받는 선수가 되고 싶다. 팬들을 두 번 다시 실망시키지 않겠다”며 굳은 의지를 밝혔다.
장은상 기자 awar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