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완 ‘더 캐치’까지의 눈물과 땀

입력 2017-10-19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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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 1차전 NC 다이노스와 두산베어스 경기가 열렸다. 4회말 2사 1,3루 NC 김준완이 두산 민병헌의 타구를 다이빙캐치로 잡아내고 있다. 잠실 |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2012년 고려대 야구부 주장 김준완(26·NC)은 16경기에서 타율 0.353 출루율 0.548 OPS 0.940으로 맹활약했다.

그러나 그해 8월 20일 스포츠전문 케이블채널에서까지 생중계된 ‘2013 KBO 신인지명회의’에서 김준완의 이름은 끝까지 불리지 않았다. 전면 드래프트로 열린 그 해 신인지명에서 NC의 우선지명, 특별지명까지 더해 총 95명의 선수가 9개 구단의 선택을 받았지만 그의 이름은 없었다.

김준완은 대학 때부터 넓은 수비범위와 정확한 송구를 자랑하는 외야수였다. 그러나 이제 더 이상 희소성이 없는 ‘우투좌타’ 외야수. 그리고 174㎝의 크지 않은 체구. 더구나 대졸 선수. 프로 스카우트들이 선호하지 않는 유형이었다.

그러나 2013년 1군 데뷔를 앞둔 신생팀 NC는 김준완의 가능성을 눈여겨봤다. 특히 당시 NC 스카우트 팀장이었던 유영준 현 NC 단장은 김준완의 고교 은사였다. 장충고 감독으로 김준완의 고교 시절 성실한 모습과 큰 잠재력을 눈여겨봤던 유영준 당시 스카우트 팀장은 ‘육성선수’ 입단을 제안했다.

계약금도 없는 육성선수는 내일을 기약할 수 없는 서글픈 신분이다. 특히 NC 외야는 자원이 차고 넘쳤다. 그러나 NC 사령탑의 주인공은 김경문 감독이었다. 선수의 이름과 커리어가 아닌 가능성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김경문 감독은 김현수(필라델피아)를 비롯해 손시헌, 이종욱(이상 NC) 등 무명의 선수들을 국가대표 선수로 키워낸 경험을 갖고 있다.

김준완의 특별한 수비 능력은 김경문 감독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누구보다 열심히 한 훈련태도도 만족스러웠다. 땀은 배신하지 않았다. 프로 데뷔 첫 해인 2013년부터 1군 경기 출전 기회가 주어졌다. 그해 3경기, 2014년 6경기였던 1군 출장 횟수는 2015년 30경기로 늘었고 2016년에는 122경기를 뛰며 풀타임 1군 선수로 성장했다. 지난해 66안타 1홈런 타율 0.261로 백업 외야수로 준수한 성적을 올린 김준완은 올해 더 치열해진 외야 경쟁 속 104경기를 뛰며 0.250의 타율을 기록했다.

김경문 감독은 누구보다 잠실구장에서 다양한 경험을 갖고 있다. 큰 경기일수록 홈부터 펜스까지 좌·우 100m 중앙 125m의 거대한 크기를 자랑하는 잠실에서 2루타와 3루타를 어떻게 막아내느냐에 승부가 갈릴 수 있음을 알고 있다. 김 감독이 두산과 플레이오프(PO) 1차전에 맞춰 김준완을 준비시킨 이유다. 특히 외야수 김준완이 아닌 타자 김준완의 가치도 눈여겨 봐왔다. 김 감독은 “공을 많이 볼 수 있는 뛰어난 선구안을 갖고 있는 타자다”며 평가했고, 그는 김 감독의 기대에 화답하듯 17일 잠실에서 열린 PO 1차전에서 3타수 1안타 1볼넷 2득점으로 만점 활약을 펼쳤다. 특히 2-4로 역전을 허용한 4회말 2사 1·3루 민병헌의 좌중간을 가르는 큼지막한 타구를 30m달린 후 온 몸을 던져 잡아낸 ‘슈퍼 캐치’는 프로야구 역사에 남을 명장면이었다. 또한 2회말 허경민을 2루에서 잡아낸 보살, 6회말 또 한번의 다이빙 캐치까지 ‘육성선수’로 힘겹게 프로 유니폼을 입었던 김준완은 가을야구 가장 큰 무대 잠실에서 자신의 진가를 활짝 빛냈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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