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과 NC, 도전과 응전의 3년 축적이 빚은 명품 PO

입력 2017-10-19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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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동아DB

두산 김태형(50) 감독과 NC 김경문(59) 감독. 의외로 야구 감독은 외양에서 묻어나는 이미지가 꽤 중요한데, 두 야구인은 영화 ‘관상’의 대사처럼 소위 ‘왕(王)이 될 상’이다. 실제 김경문 감독은 KBO리그 현역 사령탑 중 레전드의 커리어를 쌓고 있다. 김태형 감독도 한국시리즈(KS) 2연패로써 비범함을 입증했다.

남자의 미학을 중시하는 두 감독은 기(氣)를 바탕에 두는 야구를 구사한다. 두 감독은 변칙보다 힘의 야구를 선호한다. 권투로 치면 인파이터다. 그렇기에 두산과 NC의 플레이오프(PO)는 17일 1차전부터 난타전이었다. 단 1경기만으로 ‘가을야구가 이렇게 재미있을 수 있음’을 보여줬다. 이런 야구를 할 수 있다는 자체가 두 감독의 내공을 보증한다. 단 한 순간의 판단에 따라 순식간에 흐름이 갈리는 현실은 곧 PO의 긴박감과 품격을 증명한다.

NC 김경문 감독.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 NC 김경문 감독, 이기겠다는 결의에서 비롯된 변신

NC 김 감독은 PO 1차전을 앞두고 이같은 고백을 했다고 한다. “이런 야구를 하고 싶지는 않은데 이번에는 해야겠다.” 그의 ‘이런 야구’가 무엇인지는 바로 드러났다. 올 시즌 내내 선발로 뛰던 제프 맨쉽을 불펜으로 투입했고, 총 5.1이닝을 4명의 불펜투수에게 나눠맡겼다. 8회 7점을 얻지 않았더라면 더 많은 투수가 나섰을 것이다. 에릭 해커 외에 선발 매치업에서 두산에 밀린다고 판단한 김 감독은 불펜 인해전술이라는 자신의 컬러와 배치되는 변칙 전술을 들고 나왔다. 2013년 KS 6차전에서 삼성 류중일 감독(현 LG 감독)이 보여줬던 총력전(9명의 투수로 9이닝 분할)의 유사 버전이다. 단 하나의 교체라도 어긋나면 당일 경기는 물론, PO 전체가 위태로운 도박임에도 결행했다. 정석대로 붙으면 두산을 이길 수 없음을 지난 2년의 가을 경험에서 뼈저리게 깨우친 셈이다. 김 감독의 도박은 실패 일보직전까지 갔는데, 4회 김준완의 기적적 다이빙캐치로 반전을 일으켰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은 있었고, 그렇게 NC의 활로는 열렸다.

두산 김태형 감독. 스포츠동아DB



● 두산 김태형 감독, 믿음과 단호함의 경계에서

PO 1차전 패배 직후 김 감독은 시원하게 패인을 밝혔다. “마무리 김강률을 더 빠르게 올리지 못한 탓”이라고 정리했다. NC가 결사적으로 나왔으면 두산도 초강수로 받았어야 했다는 자책이었다. 김태형 야구는 2016년 KS 3차전 ‘그만 던지겠다’는 마이클 보우덴의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고 최대한 끌고 갔을 때, KS 4차전 대세가 이미 기울었음에도 더스틴 니퍼트 불펜 투입을 고려한 지점에서 서늘함으로 다가온다. 모든 것이 끝난 뒤 승부 세계의 냉혹함에 눈물을 지을망정, 당장의 결투에서는 눈앞의 적을 압살하기 위해 모든 것을 건다. 스타일에 얽매이지 않는 실리의 추구, 그래서 김태형 야구는 탄탄하다.

어느덧 세 번째 가을야구 대결, 두 감독이 꺼내놓을 혼신의 필살기에 보는 이들은 숨이 멎는다.

잠실 |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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