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산의 가을통신] “내가 못 뛰더라도…” 걱정 지운 두산 조수행의 반전스토리

입력 2017-10-20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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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7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와 NC 다이노스 플레이오프 2차전 8회말 1사 만루에서 두산 조수행이 2타점 2루타를 치고 있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2016년 1월 15일 인천국제공항. 두산 선수단은 호주 시드니 스프링캠프 출국을 앞두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러던 중 구단관계자가 앳된 얼굴의 신인 두 명, 조수행과 서예일(이상 24)을 소개했다. “입단 첫해 1군 스프링캠프 참가자”라는 말과 함께. 그 당시 모든 것이 신기한 듯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기 바빴던 둘은 입단 2년째인 올해 두산의 포스트시즌(PS) 멤버가 됐다. 특히 외야수 조수행은 PS 데뷔전인 18일 PO 2차전에서 2타수 2안타 2타점의 맹타에 호수비까지 선보이며 세간의 관심을 받았다.

조수행은 미래 두산 외야의 한 축을 맡을 것으로 기대되는 자원이다. 빠른 발과 정확한 타격, 넓은 수비범위를 모두 갖춘 외야수로 2009년 입단해 무럭무럭 성장한 정수빈(상무)과 비슷한 유형이다. 곰 군단이 추구하는 야구에 최적화한 ‘두산형 외야수’라는 평가다. 두산이 2016년 신인드래프트 2차 1라운드(전체 5번)에서 과감하게 조수행을 뽑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조수행도 “대부분 투수가 상위 라운드에 뽑혀 1라운드에 지명되리라고는 전혀 생각지 못했다”고 말했을 정도다.

올해 정규시즌을 통해 성장 가능성을 인정받았지만, PS 엔트리 진입은 장담할 수 없었다. 두산의 선수층이 워낙 탄탄해서다. PS 엔트리 정원이 기존의 28명에서 30명으로 늘어나면서부터 조금씩 희망을 가졌단다. “형들이 워낙 잘하다 보니 PS 엔트리 진입은 기대하지 않았다. 엔트리 정원이 30명으로 늘어나 조금은 희망이 생겼다. 가을야구를 하기 위해선 내가 더 잘해야 했다. NC와 롯데의 준PO 기간에 상무와 연습경기를 했는데, 난 상무 소속으로 뛰었다. 그때 어떻게든 눈도장을 받기 위해 열심히 뛰었다.”

조수행은 어린 시절부터 두산 팬이었다. 입단 직전 해인 2015년에는 TV를 통해 두산의 한국시리즈(KS) 제패를 지켜보며 가을야구의 꿈을 키웠다. “내가 엔트리에 있을 때 우승을 경험하는 것”을 목표로 삼은 이유도 그래서다. 그는 “PS는 아직도 적응이 안 된다. 정규시즌과 비교하면 분위기는 물론 집중력도 확 다르다. 1차전을 통해 확실히 느꼈다”고 밝혔다. 덧붙여 “대주자와 대수비 등 내 역할을 확실히 해야 한다. 내가 못 뛰더라도, 엔트리에 포함됐을 때 우승을 맛보고 싶다. 형들을 도와 재미있게 PS를 마무리하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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